최근 큰 이슈가 된, 고 장자연 씨 사건 또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된 성 로비 사건 그리고 술자리에서 주로 벌어졌던 박연차 회장의 뇌물 수수 사건. 이 모두가 일그러진 접대 문화로부터 불거지거나, 이 문화를 이용해 벌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접대의 온상이라 할 수 있는 룸살롱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룸살롱’은 방(房)을 의미하는 영어 ‘룸(Room)’과, 객실에서 열리는 사교모임을 뜻하는 프랑스어 ‘살롱(Salon)’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룸살롱’의 뿌리를 살피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이 ‘참으로 고상한 공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유럽에서 귀족의 부인들이 응접실을 개방해서 지인들과 문학과 예술, 학문을 논했다고 하는데. 이곳이 바로 룸살롱의 원조였다는 것이다. 물론 님들을 초청하다보니까 술과 음식이 필요했겠지. 또 술과 음식이 있다 보니 이 과정에 일부 유희 문화도 접목됐다고 한다. 훗날 이 자리는, 흔히 이야기하는 ‘사교 문화’의 온상이 됐던 것이다.

룸살롱이 한국에 건너온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일제 강점기에 들어와 한국전쟁 때 우리 사회에 정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룸살롱하면, 통상, ‘갇힌 공간’, ‘여종업원의 합석’을 최우선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것이란 얘기이다. 중동 특수가 한창이던 7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건설 붐이 일었고, 이에 따라 건축 인허가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난제를 풀어가기 위한 접대는 독버섯처럼 퍼져갔다. 때문에, 이런 어두운 거래를 위해서는, 로비할 상대를 즐겁게 해주고, 또,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여종업원이 등장하고, 방의 문이 닫히게 되는 것이다. (박연차 씨의 로비 행태가 이랬다고 하지? “접대하려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바닥에 돈 다발을 쌓아둔다. 그리고 박연차 씨가 한참 술잔을 주고받는다. 그런 다음, 먼저 뜬다. 그러면 접대 받은 사람이 알아서 집어 들고 나간다”는 식 말이다.)

또 하나의 문화, 이른바 ‘2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장자연 씨 사건, 청와대 행정관 로비 사건 모두 룸살롱에서의 1차 보다 2차 때문에 파장이 커진 것이다. 2차라 함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성매매를 말한다. 그러나 성매매는 현행법상 불법이지? 그래서 1차 때 다 계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룸살롱’이란 말 대신 ‘풀 살롱’이란 말이 나온다. ‘풀 살롱’이란, 말 그대로 한번 돈을 지불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풀 살롱 문화는 최근 경기불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마다 사정이 어려워지니까 접대비를 팍 줄여버렸다. 그러다보니 개별적으로 영업하던 식사, 술자리, ‘2차’의 유흥업 주체들이, 이런 식으로 ‘단일 패키지 상품’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미 접대는 관행을 넘어 하나의 시장화된 상태이다.

재작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 소비량을 보자. 소주 소비량은 33억1950만 병이다. 국민 1인당 69병을 마셨다는 얘기이다. 맥주는 41억921만 병을 마셨다고 한다. 500mL 위스키는 5155만 병이 소비됐다고 한다. 이런 계산도 나온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이선미 박사팀이 조사한 ‘음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연간 20조990억 원이나 됐다고 한다. 뭐 이렇게 많이 나올까. 세부적으로 볼까? 음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7조8050억 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술값 자체에 들어가는 돈은 4조4702억 원, 음주 관련 질병의 의료비용, 숙취 해소용 음료 구입비, 음주 관련 사고의 재산 피해액까지 다 포함해 20조에 이른다는 것이다.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국내총생산 GDP의 2.9%에 해당한다. 다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 덕이다. 술잔을 거부하기 힘든 직장 회식문화와 접대문화, 술로 인한 실수에 관대한 문화 이게 다 배경이란 것이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음주 문화가 낳은 캐릭터가 있다. 바로 ‘술상무’이다. 사실 한국형 접대 현실에서는, 술을 잘 마셔야 호탕하다고 평가받고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해야 제대로 대접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귀한 고객을 접대할 때 ‘분위기 메이커’ ‘술상무’를 데려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의 인생살이는 고달프다. 술상무는 사실 그릇된 접대문화가 낳은 기형적인 산물이다. 1997년에는 술 상무를 하다가 숨진 사람에게 산업재해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회사일로 술을 많이 마셔 얻은 술 상무들의 간질환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돼, 산재 처리된다고 한다. 건강한 남자가 하루 소주 1병꼴로 3년간 술을 마셔 아플 경우 업무상 음주로 인정해 보상받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식의 접대라 함은, 은밀한 곳에서 유흥과 더불어 돈을 제공하는 행태로 설명된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접대가 수평적 동반자 관계인 데 비해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관계처럼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한국 기업은 평균 100만 원어치를 팔면 1900 원을 접대비로 지출한다고 한다. 이렇게 사용되는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는 연간 5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물론 세계적 기업들도 접대비를 쓴다. 하지만 양상이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장 흔한 접대는 스포츠 관람이다. 미국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야구나 농구 경기를 보면서 접대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영국 기업도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나 윔블던테니스 결승 관람을 통해 접대한다. 한국에서 이런 걸로 접대하면 어떨까? 워낙 생소해서 낯설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오도된 접대문화, 어떻게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은밀한 거래의 역사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그 고리를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자발적인 거래와 강요된 거래의 구분은 물 위에 그은 금처럼 불분명하다. 이를테면, 하기 싫지만 어쩔 수없이 접대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오도된 접대 문화의 피해자이다. 하지만 접대함으로써 반사이익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이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피해자일까? 아니다. 접대 받는 주체와 함께 비리의 공범이 된다. 소위 사회적 힘과 돈이 갖고 있는 특혜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법이나 제도로 막을 수 없는 추악한 거래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도된 접대문화는 따라서 반칙을 좋아하는 사회의 속성이 녹아 있는 것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반칙이 없는 사회에서는, 오도된 접대문화가 발붙일 곳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