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남편을 40년 동안 반려해 온 한 중년여성이 있었다. 평생 남에게 해코지 한 번 해본 일 없이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경찰서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고소당했으니까 경찰서에 나와서 조사 받으라”는 통보였다. 이게 웬 날벼락일까. 알고 봤더니 남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음악을 듣고 “너무 아름답다. 내 블로그에도 옮겨야겠다”라고 마음먹고, 그렇게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이 여성은, 고소한 쪽에다 50만 원을 주고 없었던 일로 물었다.

저작권법 위반이 문제였다.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음악 파일이나 각종 자료를 올려놓으면 골치 아픈 일을 당할 수 있다. 저작권법 위반 전과자가 되거나 수십만 원의 합의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4년 10,140건이었던 저작권법 위반 고소 사건은 4년 만에 7.7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저작권법 위반자의 70∼80%가 청소년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7년에는 고소당한 학생이 자살한 일도 있었다. 자녀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할 경우, 어떤 부모가 가만히 있겠나. 자식을 전과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저작권자 측이 요구하는 돈을 주고 합의할 수밖에 없다.

권리를 침해당했으니 그 억울함을 법에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고소 남발 현상,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고소 사건은 585,857건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서, 재판받을 가치가 없어 각하된 것이 무려 11.1%에 달했다. 일본은 어떨까. 2004년 고소 사건이 겨우 10,807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보다 58배가 넘는 고소사건을 처리했다. 일본의 인구가 우리보다 2.5배 정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고소사건이 얼마나 많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이 대책을 세웠다. 지난해 말 대검, 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위원회 관계자가 모여 회의를 열어 논의했다. ‘묻지 마 고소’ 사건, 이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말이다. 검찰과 경찰은 “초범이나 위반 내용이 경미하면 고소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작권자와 법무법인은 강력하게 반대한다. “처벌 수위가 더 낮아지면 성인이 청소년 이름을 빌려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일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식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며 말이다. 그러나 저작권자와 법무법인 이윤을 위해 수사기관이 동원되는 것은 사실상 ‘공권력의 사유화’가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청소년 초범은 봐 준다” 이런 쪽으로 결론 났다.

그런데 이런 소송, 매우 조직적이다. 네티즌들을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에 법무법인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인망식으로 훑다보니 걸리는 사람이 안 걸리는 사람보다 더 많다. 재삼 강조하지만 지적재산권은 보호돼야 한다. 하지만 저작권 소송이 법무법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은 짚을 필요가 있다. 경찰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지난해만 해도 고소를 원하는 저작권자가 있을 때, 본인이 직접 고소했지만, 현재는 법무법인이 합의금 가운데 일부를 받아가는 것을 조건으로 저작권자와 대리계약을 맺는 식으로 고소를 ‘기획’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일부 로펌은 청소년 60만원, 대학생 80만 원, 일반인 100만 원으로 합의금을 정해놓고,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인터넷에서 저작권 위반 사례를 찾아 무더기로 고소장을 보내고 있다. 한 번에 한 법무법인에서 100여건씩 무더기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파파라치’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 이렇게 저작권 위반을 빌미로 고소를 남발하는 사람을 인터넷에서는 ‘넷파라치’라고 부른다. 영화 다운로드 받은 사람을 뒤쫓는 이들은 또, ‘영파라치’라 불리고. 여담이지만, 파파라치의 종류가 많았지? 파파라치의 어원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쫓는 이들을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회법규 위반에 대한 포상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일반인을 좇는 이들을 말한다.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신고하는 '카파라치' 식약청에서 부정식품 근절을 위해 만든 신고포상금을 노리는 '식파라치'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할 때 돈 받지 않는 것을 신고하는 '봉파라치' 이런 게 있다. 인터넷에는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온라인학원까지 생겼다. 포상금제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증거 수집방법, 유의사항 또 노하우까지 전수한다.

이런 넷파라치의 등장, 현재 변호사업계의 극심한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회원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무려 절반에 이르는 변호사가 50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실소득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6%나 됐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민. 형사, 행정, 가사를 포함한 본안 사건을 10건도 수임하지 못한 변호사가 무려 2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에 단 한 건의 사건도 맡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변호사 숫자도 매년 700여 명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수료한 제38기 연수원생 가운데 44%가 아직까지 직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최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선거가 있었는데 후보마다 공약으로 ‘변호사들의 업무 영역을 확대 하겠다’, 즉 ‘수익모델을 다양화 하겠다’를 내걸었다.

엄격한 법 적용, 역효과가 우려된다. 형사고소가 합의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자라나는 10대 청소년들에게 법에 대한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과자로 만들지 않고, 합의금도 내지 않으면서, 저작권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묘안이 없지 않을까. '즉결심판'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이들이 있다. 즉심은 형사입건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자료로 남지 않는다. 만약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다면 전과자가 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도 수사 자료가 남아 청소년의 장래에 부담이 된다. 이런 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 위반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하여튼 내가 만든 게 아니라면 안올리면 된다. 음악만이 아니다. 영화만이 아니다. 시, 소설, 사진, 그림 같은 남이 정성들여 만든 것이라면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내 것 마음대로 갖다 써라’라며 창작자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어쨌든 남의 저작물을 쓸 생각이라면, 돈 내고 사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저작권 보호법이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당장 일주일 뒤부터 강력한 단속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우선 음악에 한해서 단속한다고 한다. 퍼가는 것도, 이렇게 퍼간 것을 다른 곳에 올리는 경우도, 남이 퍼 올리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모두 불이익 당할 수 있는 대상이다. 모두가 각별히 유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