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4월 13일 국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석면 사태와 관련해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니까 "저도 식약청장으로서 너무 괴롭다. 나무라지만 말고 좀 도와 달라" 이렇게 읍소했던 것이다. 사실 윤여표 청장의 눈물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진짜 설움에 복받쳤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가식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윤여표 청장, 교수 출신이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어투가 촌 사람 같다. 실제 촌 출신이기도 하고. 현 정부 초대 식약청장으로 부임한 다음, 이런저런 규제혁파에 적극적이었고 업계 목소리를 경청하는 태도를 보일만큼 온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따라서 눈물은 꾸며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고위공직자가, 그것도 ‘남성’ 관료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사례는 드물다. 동양권에서는 남자가 눈물을 보이는 것을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규정한다. 가부장적인 문화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서구사회에서도 남자의 눈물을 미화하지는 않다. 산업혁명이 끝난 다음부터, ‘감정을 절제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눈물은 우매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나약함의 징표이다’라는 관념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자의 눈물이 용서되는 분위기인지, 여기저기서 훌쩍하는 소리, 손수건으로 얼굴 가리는 움직임이 목격된다. 다 같은 눈물 같지만, 이 눈물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세 가지 유형 중에 첫 번째는 무엇인가. ‘성공한 쿠데타’라는 말이 있었지? ‘성공한 눈물’도 있다. 이것이 첫 번째 ‘눈물’이다. 2001년 9·11테러를 수습한 루돌프 줄리아니 미국 뉴욕 시장, 이 사람은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재선에 성공했다. 이듬해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눈물을 보이는 장면을 선거 광고에 활용했다. 인간미를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게 먹힌 것 같다. 많은 표를 얻었고, 결국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것을 벤치마킹했던 것일까. 2004년 3월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시도되니까, 소수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대성통곡하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런 모습은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 달성을 가능케 했던 동력이 됐다. 탄핵을 반대했던 국민 정서를 자극했던 것이다. 같은 해 미국에서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일자리를 잃은 한 엄마가 아이를 어렵게 키우는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이것이 자신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게 했던 원동력이 됐다. 비록 본선에서 졌지만 말이다. 성공한 눈물, 대중에게 진정성이 무리 없이 전달될 때 가능한 것이다.

선거뿐만 아니라 위기를 돌파하는 용도로도 ‘눈물’은 요긴하지? ‘눈물의 정치학’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지금 태국 사태의 중심에 선 인물이지? 탁신 전 총리가 관련한 사례를 남겼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었다. 탁신 당시 총리는 재산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아 재판정에 서게 됐다. 이 사건은 결국 헌법재판소로 가게 됐다. 탁신은 코너에 몰리게 됐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났던 것이다. 여기서 만약,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탁신은 5년 동안 공직 취임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탁신은 법정에서 쇼를 했다. 헌재 재판관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러면서 “태국 국민을 위해 계속 봉사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탁신의 눈물을 본 순간 경찰과 군 고위간부들까지 포함된 지지자들이 총리를 지원하는 시위를 벌렸다． 외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재판소 내부에서는 ‘탁신 구명’쪽으로 분위기가 흐르더니, 탁신에게 소원대로 ‘국민을 위해 더 봉사할 기회’를 부여했다. 최근 무장 저항 사태를 부추긴 탁신, 혹시 이번에도 눈물을 흘렸던 것일까? 그랬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혹시 ‘악어의 눈물’이다. ‘악어의 눈물’은 거짓 눈물, 위선의 눈물을 뜻한다. 악어가 먹이를 잡아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먹히는 대상의 처지가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눈물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치인들의 눈물을 유권자들은 덮어놓고 ‘악어의 눈물’로 부른다． 인간적인 감정보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섞인 순도가 낮은 눈물이란 얘기이다. 따라서 모처럼 눈물을 보였는데, ‘악어의 눈물’로 폄하되는 사람들, 낭패겠지? 이건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평소 처신을 미덥잖게 한 탓이 크다 하겠다.

‘악어의 눈물’은 아니지만, 역효과를 내는 눈물도 꽤 있다. 이게 바로 세 번째 유형 ‘역풍을 부르는 눈물’이다. 정치인의 눈물은 앞서 순수한지 순수하지 않은지 이런 판단을 거치게 되면, 이제는 ‘나약하다’는 부정적 이미지와 ‘따뜻하다’는 긍정적 이미지 사이에서 또 한 번 판단의 대상이 된다. 이 이야기를 할 때면, 1972년 에드먼드 머스키 미국 상원의원 이야기를 꼭 해야 한다. 이른바 ‘머스키의 눈물’로 불리는 사건이다. 한번은 유력 후보이던 머스키가 유세를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언론이 자신의 아내를 공격하니까 감정이 격해져 그랬던 것이다. 당시 그 주의 유권자들은 머스키에게 표를 던졌다. 머스키는 단기적인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 눈물은 족쇄가 됐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 유약하게 처신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맞물리며 ‘눈물 후보’는 미덥지 못한 상징이 돼 버렸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머스키는 유치한 해명을 했다. “눈물이 아니라 내리던 눈이 얼굴에 녹아 흐른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사람, 후보 지명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다시 윤여표 청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듣다보니 윤여표 청장의 눈물은 세 번째 ‘역풍을 부른 눈물’ 같다. 윤여표 청장의 눈물은 무책임해 보였다는 비난이 많다. "눈물을 흘리다니, 석면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부모들 심정을 아느냐"는 반발이 식약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까지 올라왔다. 사실 윤여표 청장의 하소연을 무작정 외면할 만큼, 우리 국민들, 야박하지 않다. 그러나 식약청장 자리는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매정함을 요구하는 자리이다. "윤여표 청장이 물러나면 큰일이다. 그만큼 업계를 이해하는 청장도 없다"고 말하는 기업인도 있다는 언론 보도를 읽었다. 청장이 이러면, 국민들이야말로 정말 울고 싶어진다.

눈물, 왜 먹힐까? 이성과 감성의 차이이지. 논리의 오류 중에는 동정에 의한 논증(appeal to pity)이란 것이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해 단속 경찰에게 걸린 사람을 보면, “어머니가 아프세요. 봐주세요” 이러며 우는 척하는 경우가 있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지? 그러나 이런 비논리적인 호소가 도리어 먹힐 수 있다. 눈물은 많은 이성적인 언어가 미치는 여파를 능가하는 감성의 힘이 있다. 그 감성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구현하려는 이들, 바로 직업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고수(高手)이며, 또 대다수(大多數)이다. 속지 않아야 할 텐데, 이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