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라디오연설에서 “자전거는 녹색성장의 동반자”라면서 “자전거 이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자전거네트워크구상'을 발표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자전거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 아닌가?

자전거이용률을 2~3배 높이면 연 3조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이용은, 따라서,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자전거 보급률은 대단히 낮은 편이다. 우리가 16.6%인데, 일본은 67.8%이다. 네덜란드는 100%이고.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은 어떨까. 일본은 25% 우리는 고작 3%이다. 교통이 아닌 레저 목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1년 이내에 자전거를 탄 경험이 있는 자전거 보유자 가운데 48.1%가 교통수단이 아닌 레저용으로 자전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왜 이렇게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낮을까. 자전거를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전용도로의 부족을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이다. 4월 21일 자 <동아일보>를 보니까 기자 한 명이 송파구 방이동에서 출발해서 세종로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체험기가 실렸는데,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 애 먹었다고 한다. 인도에 오르면 보행자들이 욕하고, 차도로 가면 운전자들이 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사실 누군들 기름 값 아낄 수 있고 건강 좋아지는 자전거 출퇴근을 마다하겠나. 하지만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간신히 끌고 가서 도착하더라도 보관할 공간이 따로 없다. 대충 어디다 묶어두고 출근하면 온통 땀범벅이 된 몸으로 직장 동료들 앞과 옆에 서야 한다. 민망하다. 샤워시설, 있는 곳이 없는 곳보다 훨씬 적다. 그렇다고 사우나에 가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게 된다.

자전거 교통사고에 따른 위험 부담도 한 원인이다. 작년 보행자와 자전거의 접촉 사고가 약 3000 건 됐다고 한다. 10년 전에 비해 4.5배나 늘어난 것이라고 하는데. 이거 혹시 아시나. 자전거는 한글로 읽기는 ‘자전거’라고 읽지만 도로교통법상 ‘차(車)’로 돼 있다는 점을 말이다. 자전거는 밀고가면 바퀴달린 물건이지만 페달을 돌리면 차(車)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 사고가 나면 자전거가 자동차 사고와 같은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차도에서 자전거가 자동차와 사고가 나면 그나마 낫지만 자전거도로에서 보행자와 사고가 나면 전적으로 자전거 운전자가 책임져야 한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충돌해도 마찬가지이다. 인라인 스케이트 탄 사람, 법적으로는 그냥 보행자이다. 부딪히면 자전거 운전자가 다 뒤집어 쓴다. 그럼 ‘보험에 가입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종합보험이 없다. 따라서 피해자와 ‘무조건 합의’를 해야만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

자전거 탈 마음이 싹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이 보험개발원에 자전거 전용보험 개발에 필요한 위험률 산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사실 1997년 삼성화재가 자전거 보험을 도입했지만 적자를 보고 4년 만에 철시했다. 그러나 그동안 자전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자전거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에선 모든 자전거가 자동차처럼 번호판을 달아야 하고, 보험 가입도 활성화돼 있다.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인프라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점을 강조했다.

그래도 자전거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홍은택 씨라고,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법인체인 NHN의 서비스총괄이사로 자리를 옮긴 분이 있다. 이 분은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미국대륙 6,400㎞를 자전거로 횡단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분은 2006년에 서울 강남구 일원동 자기 집에서 직장이 있던 세종로까지 7개월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홍은택 씨는 “사무실에서 앉아 있으면 이성이 관장하는 좌뇌를 많이 쓰게 돼서 신경질이 늘어나지만 자전거를 타면 감성이 주도하는 우뇌를 많이 쓰게 돼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뿐인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산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자전거가 갖는 최대 장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며 반대하는 이야기도 있는 게 현실이다.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자전거 타는 것은 건강에 오히려 해롭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면 낭패지. 또 온 세상이 평지면 얼마나 좋겠나. 기울기가 가파른 곳이 곳곳에 있다. 이 구간을 자전거로 운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전거 선진국에서는 여기저기 자전거용 리프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대로 샤워 시설, 이게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이다. 레저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어쩌다 한 번 나온 거니까 사우나 들어가도 부담이 안 되겠지만, 출근족들이 어디 그런가.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을 20%까지 올린다는 게 정부의 장기적인 목표인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