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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헌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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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윤호영 |
아차산 오솔길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예쁜 목재로 단장된 외길은 산허리를 따라 흐르고
워커힐 호텔까지 굽이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도 같이 흘러간다.
무엇보다 이 길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꽤나 울창한 숲이다.
서울시내에 있지만 어디를 둘러 봐도 서울의 모습은 없다.
산책길 따라 주인인양 서있는 굵직한 단풍나무들…….
눈에는 녹음이, 코엔 흙 냄새가, 가슴엔 맑은 공기가 가득 차오른다.
요즘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것은 헌신에 관한 문제였다.
내 자신을 내어 드렸을 때 나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헌신이 가장 나다와 지는 길이라고 늘 버릇처럼 이야기해 왔지만
‘개성 없이 온 산 가득한 초록물결의 한 부분으로 묻히는 것은 아닌가?’
‘내 중심에 내가 없는데 그게 어떻게 나이며 내 삶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은 쫓아버려도 어느덧 마음 문가를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난 나무요 너희는 가지다’라 하신다.
그리고 ‘이 나무에 붙어 있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신다.
무언가를 하려면 이 나무뿌리에서 나오는 것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야말로 참으로 난감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어느 가을날 그 날도 어김없이 아차산 산책길에 올랐다.
산 전체 가득한 울긋불긋 단풍공연은 날로 절정을 더해가고 있었다.
하나님이 펼치신 이 마술 같은 색깔의 향연에 흠뻑 취해갔다.
그렇게 정신을 잃을 즈음 뭔가가 머리통을 내리쳤다.
깨달음이었다.
분명 여름에는 다 같은 푸른색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형형색색으로 변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같은 나무에서조차도 여러 색의 잎을 내었다.
그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랴!
각각의 나무마다 또 개개의 잎마다…….
헌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처음엔 제복 입은 군인 같아 보였지만
그 헌신이 무르익을 무렵
그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제 나름대로의 색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치 가을 단풍처럼…….
그리고 이 개성가득한 단풍의 어울림으로 가을 산의 장관으로 나타난다.
하나님 나라…….
불현듯 다가온 이 깨달음에 내 불안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이렇게 아름답게 변하는 구나!”
“이렇게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겠구나!”
올해도 깊어가는 가을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니
당신이 주실 나만의 색깔에 새로이 가슴이 설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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