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모 재벌 부인이 미술품 두 점을 급히 팔려고 했다. 이 미술품은 나비를 캔버스에 붙이고 색채 처리를 한 것이다. 영국 화가 데미안 허스트란 사람의 작품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현존하는 현대미술가 가운데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화가이다. 한 의사가 샀다. 두 점을 7억 원에 말이다. 비싸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결코 비싼 게 아니다. 이 의사는 처음엔 횡재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구입하면 큰 시세차를 볼 수 있다는 모 갤러리 대표의 말을 듣고서는 말이다.

이 의사가 두 달 뒤 그림을 되팔기 위해 전문가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안 것이지만, 이 작품들, 데미안 허스트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작품 가치가 자기가 산 7억 보다 훨씬 낮은 4억 원대였다. 그래서 이 의사는 그림을 판 재벌가 부인과 갤러리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경찰이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일을 보면서 미술계에서는 한마디씩 한다. 미술품을 사랑해서라기보다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요즘 정말 그림 갖고 재테크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게 있다. 아니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게 있다. 이게 뭘까. 바로 된장 그리고 미술품이다. 논의를 미술품으로 축소해보자. 우리가 쉽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미술품은 전부 이윤이 남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다 이윤이 남을 수 있겠나. 작품에 따라 다른 것이다. 미술품의 가격 책정은 객관적 또 주관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객관적인 요인으로는 제작연대, 소재, 재료, 기법이고, 주관적인 요인으로는 보편적인 감성,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경험으로 요약한다. 하지만 작가의 명성 하나만으로도 주관적인 요인이 크게 좌우된다.

미술은 감상가치와 소장가치, 사회적 유산가치가 공존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이 가치가 눈에 들어와야 가치의 경중을 가릴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걸 알 턱이 없다. 그래서 큐레이터의 도움을 구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큐레이터 같은 전문가와 접촉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갤러리에서 작가 선택에서부터 전시디스플레이까지 책임을 지고 있는 큐레이터들은 생각보다 친절하다는 점을 말이다. 큐레이터를 자처한 신정아 씨가 왜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나. 친절함 때문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여담이 길었다. 확실한 것은 미술재테크는 주식과 달라서, 큐레이터가 펀드 매니저처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사고파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을 팔기 위해서는 화랑이나 경매라는 중간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제아무리 값이 나가는 그림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중개를 해야만 한다. 미술품의 속성 상 제아무리 유명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시장에 내놓는다고 바로바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뭘 알아야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것 아이냐 이것이다. 게다가 시장규모가 작고 협소하기 때문에 만약 뇌물로 그림을 받아 그 그림을 처분해서 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든 중간에 한두 사람이 들어서야 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뇌물로 받은 그림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한두 사람은 뇌물로 이용된 사실을 알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뇌물 중에 그림 뇌물이 가장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

세금도 엄청나다. 사실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이 따라가기에 당연하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4000만 원 이상의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해 양도차액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은 개인이 미술품을 1년 이상 보유한 뒤 판매해 차익을 얻었을 경우 다른 자본이득과 합산해 8∼28%를 과세하고 있다. 영국도 같은 방식으로 10∼40%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가 비싼 편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가혹한 징벌적 세금으로 비춰져서일까? 한국의 미술시장은 지난해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음에도 경매시장의 거래총액이 2200억 원에 그쳤다.

그렇다면 거품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미술시장에서도 같은 작품을 두고 호가, 시장가, 실거래가가 있단다. 호가와 실거래가 사이에 무려 3000만 원의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전군표 한상률 두 사람의 국세청장이 연루된 미술품 ‘학동마을’이 그렇다. 어떤 화가의 작품가격은 매년 500%이상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지금은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 이하라고 한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럼 거품 없이 미술품을 구매할 방법은 없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품을 잽싸게 사는 것이다. 그럼 경매시장에서 뭐가 값나가는지 알 수 있을까. 이건 각자 미술 관람 실력을 늘리는 수 방법밖에 없다. 큐레이터만큼의 ‘일가견’을 스스로 기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술을 재테크의 수단 이전에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