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돈’.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하나는 고고한 이미지를 풍기고, 다른 하나는 지극히 속물적인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학과 돈 사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문학이 상업화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란에서는 상업화의 문제를 ‘문학상 상금’으로 좁혀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올해 신설된 문학상 7개 가운데 5개의 상금이 얼마인지 아시나. 1억 원 이상이다. 최근 대한민국문학·영화콘텐츠 대전이 신설되면서 억대 상금을 내건 문학상이 또 생겼다. 살림출판사와 영화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원 소스 멀티유스’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취지로 만든 이 문학상의 상금은 장편소설이 1억 원이다. 그밖에도 문학사상사의 문사장편소설상은 1억5000만 원, 위즈덤하우스의 멀티문학상은 1억 원을 내 걸었다. 1억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상금 1000만 원이 걸려있는 장편소설 문학상은 현재 20여 개에 이른다.

그런데 이 상들이 대체로 신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별다른 문단 경력이 없어도 장편소설 하나만 잘 쓰면 순식간에 수천만 원 내지는 억대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실제로 신인 작가 서유미 씨는 문학수첩작가상과 창비장편소설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5천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5천만 원! 소설책 한 권 값을 1만 원이라 쳐도 5만 권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인세 수입에 해당한다. 몇몇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제하고는 웬만한 기성작가들조차 1만 권은 물론 초판 3천 부도 소화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이런 고액 상금은 상당한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금 문학의 위상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웬만한 베스트셀러 아니면 대중이 잘 모른다. TV드라마와 영화에 밀려 그 위상과 파급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액수의 상금을 통해서나마 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또한, 재능 있는 작가들의 참여와 문학적 투신을 유도하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등용문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문학상이 이른바 '먹튀'를 노리는 신예작가들 때문에 그 취지가 반감하고 있다. 문학보다는 돈을 좇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제아제바라아제’, ‘다산’, ‘원효’ 등 지금껏 무겁고 진지한 소설을 써온 작가 한승원 선생이 얼마 전 책을 냈다. ‘한승원의 소설 쓰는 법’인데, 제목은 고상한데, 추구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 이른바 ‘돈이 되는 소설을 쓰는 비법’을 공개한 것이다. 이 얘기는 문학상 상금과는 무관하지만 매개가 ‘문학’이고 지향점이 ‘돈’이라는 부분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서두부터 한승원 선생은 “이 책이 그 대박을 단박에 움켜잡는 데 착실하게 길안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용을 좀 간추려 소개할까. “이런 소설을 써야 대박이다. 김훈의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에서 나타난 묘사적 문체를 본뜨라. 또 소설이 추구하는 역사인식을 충실히 설명하라.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같은 참신한 시각을 가져라, 김별아의 ‘미실’같이 좋은 소재를 활용하라”라는 것이다.

뭔가 자조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가. 그렇다. 한승원 선생은 “언제부터인가 세상에는 눈먼 대박들이 굴러다니고 있다”라고 비판조로 언급하더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창녀와 소설가는 모두 상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풍조에 대해 반드시 비판적인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이 지금껏 제도권 안에서 예술성만을 강요받아 입지가 좁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역으로 소설의 상품성을 강조하는 것이 스펙트럼을 넓히는 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문학과 돈이 이상과 현실이냐가 아니라 순수성과 대중성의 문제로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고액 문학상을 문학에 대한 사회적 투자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왠지 ‘문학가들이 돈 밝힌다’는 인상을 받으면 슬퍼질 것 같다. 그래서 일부 문화평론가들은 문학과 돈을 동시에 추구하는 문학가들을 우리 사회의 성장 이데올로기에 오염된 존재로 인식한다. “거품 경기가 경제의 건전한 기반을 갉아먹는 것처럼 과도한 '투자'는 작가와 문학을 타락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문학과 돈, 적당한 거리와 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상과 상금 또는 돈에 초연한 순수 문학이 그리워진다. 이 얘기를 하며 타계한 소설가 황순원 선생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선생은 소설로 예술원상, 아시아자유문학상, 3·1문화상, 한국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자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상은 거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하려 하자 ‘소설가로 충분하다’고 사양했고, 1996년에는 정부의 은관문화훈장도 거부했다. 문학가는 문학으로 말할 뿐 공로 또는 반대급부를 추구할 수 없다는 보수적인 관념. 오늘날 문학계에 대해 대중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