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라 하기엔 조금은 젊은 어르신 한 분이 정원에서 잔디를 깎고 계셨습니다. 평소에 못 뵈던 분이라 인사를 건네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르신이 물었습니다. “언제부터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나?”
“저도 아내도 한 2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부 이야기를 듣던 노인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습니다.
“나는 40년 정도 되었네. 결심한 뒤 곧 나갈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되었지..한해 한해 기다리다 말이야…” 곧 노인은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드디어 선교지를 보여 주셨네! 모로코를 품기 시작했지!”
노인의 눈 속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제 짝은 찾은 자의 희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약 없이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초조함이 찾아왔습니다. T국으로, A국으로, B국으로, Y국으로 날아간 부러운 얼굴들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모두 뉴질랜드에서 함께 훈련 받았던 동료들이었습니다. 선교사로 살기로 결심한지 벌써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때였습니다. 그나마 보이기 시작하던 이정표 마저 희미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저 한 길만 달려왔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또 어디가 잘못 된 것인지….복잡함에 심란함이 드리울 무렵 예수님이 조용히 다가 오셨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셨습니다.
“호영아, 나는 3년을 위해 30년을 준비했단다”

내 뜻이 아닌 당신의 뜻이 머무는 그곳에 있기를 소원합니다.
내 시간이 아닌 당신의 시간에 그곳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영국에 와서 벌써 네 번째 달력을 넘겼습니다. 이젠 해가 제법 길어져 오후 여덟 시가 되어도 보란 듯이 짱짱함을 과시합니다. 게으른 하품하며 일어나 어깨너머로 두어 번 기웃거리다 서너 시면 부랴부랴 그림자를 감추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천지는 초록물결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일제히 일어난 수선화의 나팔 소리에 형형색색의 망울들은 불꽃을 터트리며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높이는 것들로 가득해진 천지에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면, 여기저기서 부활꽃망울들이 터지며 시작될 축제의 그날을 그려봅니다.

이곳에서의 훈련은 주로 영입을 결정하기 위한 훈련과정입니다. 이 곳 영국본부에는 많은 WEC식구들(선교사들)이 살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후보생들은 WEC식구들과 함께 일정기간을 같이 살면서 훈련을 받습니다. 후보생 입장에선 자기와 맞는 단체인가에 대해 가늠해 보는 시간입니다. 또한 WEC입장에서도 이 단체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훈련 마지막 날 단체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후보생을 한 명씩 부릅니다. 그리고 그 동안 같이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식구들 모두 영입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훈련은 강의뿐 아니라 ‘노동’과 또 ‘팀사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아이들 학교를 배정 받지 못 했습니다. 달력이 넘어 가기 전 드디어 연락이 왔고 학교가 조금 멀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에서 택시까지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알아보던 중 어떤 모르는 분이 무상으로 빌려 주기도 하셨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사라에게도 교통편이 제공되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는 경희가 운전을 담당했습니다.(호영은 훈련중^^;;) 운전석도 좌우도로도 바뀌어 있는 영국에서의 첫 운전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사라가 엄마에게 말을 걸 수 없었지만 이젠 손에 땀도 나지 않고 잠도 잘 온다고 합니다. 아이들 모두 언어 때문에 여전히 고생을 하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즐거움 속에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익숙지 않은 음식들도 마법이라도 걸린 듯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아이들이겐 선교지 적응을 위한 예행연습 장소로 그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그저 감사에서 감사로 이어지는 삶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모두가 두 손 모아 기도해 주신 여러분들의 열매인 것을 늘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귀한 기도와 후원에 부끄럽지 않은 가족으로 살아가길 소원하며…
2009년 4월의 끝자락에서

아름다운 하늘나라보리 드림

<기도제목>
이 곳에서 머무는 동안(6월까지) 필요한 부분들을 잘 훈련 받을 수 있도록. 선교지에 결정에 있어 하나님 음성을 잘 듣고 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도록. 주님 앞에서 더욱 온전한 부부와 가정으로 성장하도록.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시간들을 위해
서린(12) 여명(9) 사라(6)
여전히 언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도 꼬마 선교사로 준비되는 시간이 되도록. 선교지에 대해 부모와 동일한 마음을 주시도록.

<앞으로의 일정>
6월 말: 귀국
7월초: W and Me 참석
11월(미정): Post-CO(한국 WEC) 훈련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파송교회와 파송본부와 함께 기도하며 선교지를 결정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