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거울

(1) 목회자의 거울

▲ ⓒ http://www.urbanjunkie.co.uk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모든 실상을 보여준다. 어떠한 비밀한 구석일 지라도, 저가 의상으로 숨기어 옹 흉터가 있어서 남몰래 거울 앞에 나체로 설 때라도 예외 없이 냉담할 정도로 모든 사실을 노출시킨다. 그러나 결코 비난하지도 않으며, 모든 이에게 폭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은 아름다운 대로, 흉한 모습은 흉한 그대로 그에게 보여 줌으로 그로 하여금 아름다운 곳은 더 아름답게 꾸미도록, 흉한 곳은 속히 치유하도록 조언(助言)해 줄 뿐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은 의지를 가지도록 하는 묘한 마력을 거울은 지니고 있으며 또 언제까지 기다리며 그에게 따듯한 독려를 계속하는 것이다.

목회자의 아내인 당신네들은 거울이 되어야 한다. 목회자는 남에게 설교하는데 익숙해지고, 듣는데 소홀해지므로 어떤 극심한 편견(偏見)을 가지기 쉽다. 매사를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을 굳히기 일쑤이다. 가령 땀을 뻘뻘 흘리며 교하고 난 후, 강단에 내려오며 그는 ‘오늘 설교는 정말 은혜로운 설교였다. 모든 이들은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는 감동으로 가득차고, 또한 교우들이 악수를 하며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유난히 큰 목소리로 칭찬할 때 목사관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자신감이 담기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교회 풍토란 것이 미묘한 데가 있어, 거기에는 상당한 겉치레가 판을 치고 있음에 놀란다. 상당히 많은 신자가 일주일 동안 세상 속에서 온갖 범죄로 얼룩이 되었음에도 교회에 출석할 때에는 거룩한 가운을 걸치듯 먼지 쌓인 골방에 처박아 두었던 은혜로운 얼굴과 칭찬에 익숙한 입으로 가장되게 됨으로 교회의 분위기는 무엇인가, 가면무도회와 같은 기만기(欺瞞氣)가 팽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기만기가 강한 자일수록 더 유난을 떨며 은혜로운 태도를 즐겨 나타내므로 양과 염소의 구별에 혼란을 갖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나 당신의 남편이 열심히 설교하는 동안에 귀퉁이에서 졸던 교우가 간간 깨어나 면구스러운 얼굴을 하고 설교자를 훔쳐보는 동안 왜인지는 모르나 땀을 흘리고 있으며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고,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잠에 빠져들다가 설교 시간이 끝났을 때, 그 죄책감을 숨기기 위해서, 그가 간간 깨어나 순간순간 느꼈던 설교자의 땀 흘리던 모습과 흥분된 억양을 염두에 두고 아주 큰 목소리로 ‘아주 은혜 받았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을 목회자인 그가 눈치 채지 못한 채 목사관으로 흐뭇한 기분으로 돌아와 넥타이를 풀면서 자신감 넘친 표정을 할 때, 아니 그러한 횟수가 거듭될 때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목회자의 편견은 점점 심화되어 갈 것이고, 설교의 핀트는 엉뚱한 곳에 맞추어진 채 계속될 것이고, 그럴수록 교회의 영력은 날로 둔화되어 서서히 불평이 쌓여가고 목회자와 교우 간의 거리는 멀어져 갈 것이다. 그 결과 모든 교회 행정이나 교육 전반이 교우들의 영적 상태와는 무관한 채 시행되어지므로 진실한 교인들마저 교회를 염려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목회자의 고독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무도 목회자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명백하고도 솔직히 말해 주지 않는데 있으며, 진실한 교우들조차도 기름 부은 종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를 하다가 미리암의 저주를 만날까 싶어 사울에 대한 다윗의 태도를 미덕으로만 알고 푹 참고 그저 격찬만 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목회자의 깊어진 편견으로 인해 교회가 심한 병에 걸렸을 때야 너나없이 불평해 대고, 끝내는 목회자의 큰 위로가 되던 교우들마저 반발의 표정으로 악수를 나눌 때 목회자는 고독한 이삿짐을 싸는 비극을 맛 보고는 하는 것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목회자의 편견과 오류를 막을 것인가? 영적인 거울인 성경을 늘 읽어야 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다. 왜냐하면 목회자들은 성경을 읽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교우들에게 전할 설교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 어느 새 습벽이 된 것이다. 즉 목회자의 큰 병은 영의 말씀으로써가 아닌 설교 재료로 성경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늘 성경을 연구하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인가, 저들의 실상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가 누구인가? 당신인 것이다. 당신은 그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 목회자는 자기 설교에 대해 누가 노골적으로 평할 때에 가장 자존심이 상한다.

그런 반면, 어느 누구가 솔직하게 자기 설교를 평해 주기를 바란다. 그 평자(評者)의 적격은 아무래도 당신이다. 목회자의 아내는 거울처럼 조금도 가감됨이 없이 설교의 내용이든, 설교의 태도이든, 설교의 반응이든, 목회 행정이든, 대인 관계이든, 교인들의 동태까지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좋은 면은 좋은 그대로, 나쁜 면은 나쁜 그대로 조언해 줄 때, 목회자가 편견으로 굳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목회자 뒤에는 이러한 아내가 거울처럼 조용히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유명한 칼뱅도 늘 아내의 충고와 조언에 큰 힘을 얻었음을 그의 친구 파렐 (Fare1. W.)에게 보낸 글에서 읽게 된다. “전염병이 스트라스부르에 만연하므로 아내를 당분간 안전한 데로 보냈지만, 그러나 근심 걱정의 쓰라림 위에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닥칠 때, 밤낮으로 내 아내를 그리워하는 심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충고와 조언이 그리워서 그렇습니다.”
따듯한 아내의 충고와 조언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얼마나 샘물처럼 힘을 얻게 하는 것일까?

(2) 비난 대신 뜨거운 격려를

때로 지나친 조언과 충고는 오히려 목회자로 하여금 실의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늘 의식해야 한다. 거울의 표면이 일그러질 때, 보는 이의 얼굴을 일그러뜨림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주기보다 오히려 심한 모멸감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목회자 부인들은 여기저기 집회를 참석하면서 한 가지 큰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은 남편을 큰 목회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갖가지로 자극적인 말로 충동하며 때로 극심한 표현까지 감행할 때가 흔히 있다. ‘오늘 설교는 얼마나 지루했는지 혼났어요.’ ‘차라리 목회를 그만 두고 교사가 되는 것이 어떨지요?’ ‘당신은 너무나 유약해요. 왜 담대하게 설교 못하는 가요?’ 이런 식의 극심한 어투의 저의는 비난에서가 아니라 남편으로 하여금 강한 투지를 불러 일으켜 정말 ‘40일 금식기도’라도 하게끔 하여 큰 능력자로 군림(君臨)토록 하자는 욕심일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처럼 큰 착오는 더 없다. 그것은 남편으로 하여금 깊은 좌절에 빠지게 함으로 목회 의욕을 상실케 할 뿐이다.

「성공적인 목회자의 아내」의 저자인 드로시 펜트코스트(D. H. Pentecost)는 말하기를 “남편이 공기 빠진 고무풍선 같이 맥이 빠져 돌아오는 날이 더러 있을 것이다. 그는 발길에 채여 꼬리를 다리 사이로 감추는 개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 날은 아마 모든 사람이 그에게 비판적이고, 그의 가장 훌륭한 계획을 교회 신자들이 거절하거나, 어떤 교회 신자들이 본성을 드러내었던 날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때에 ‘내가 그렇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혹은 ‘당신이 그것을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어요.’ 혹은 ‘내가 말한 대로 했더라면’ 등등의 말들은 그를 완전히 낙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모든 시련을 통해 당신의 남편의 한 가지 위안은 이런 것이라야 한다. ‘그때 딴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어. 나의 아내는 나를 믿고 있어.’ 당신이 정말로 그의 능력을 믿고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역시 십중팔구 당신의 평가를 받아들일 것이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개선하도록 조용하고 담담하게 협조한다. 거울은 당사자가 스스로 찾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뿐, 경솔하게 나서지 않는다. 당신은 사랑이 담긴 거울이 되어 그가 필요할 때 언제나 거기 맑고 깨끗하게 서 있으라. 그러한 당신이 있는 한 그는 날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목회자로 성장해 갈 것이다.

(3) 교인의 거울까지도

어느 의미에서는 목회자보다 그의 부인이 더 무거운 위치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자들은 설교를 들으면서, 때로는 회개의 촉구를 당하는 동안 본능적으로 변명할 길을 찾기 위해 그 역(逆)으로 목회자 가정을 향해 무슨 틈이 없는가를 주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의 부인은 왜 그 모양인가?’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자녀를 왜 저 모양으로 키우는가?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의 가정은 왜 평화와 기쁨이 없는가?’ ‘청빈을 강조하는 당신은 왜 그처럼 높은 승용차와 높은 사례금에 집착하는가?’

그리하여 목회자가 강하게 설교할수록 교인들의 주시(注視)는 더 목회자 가정과 식구들에게 압박감을 줄 것이며, 조그마한 흠이라도 발견되면 침소봉대 하여 수군거리며 어떤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스펄전 목사는 다른 동역자의 결혼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인들은 모두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고 합니다. 관심을 표명하면 너무 간섭한다고 합니다. 집안에만 있으면 게으르다고 비난을 받고, 집 밖으로 나오면 행실이 단정치 못하다고 비난을 받습니다.” 오! 여러분의 자리는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그러기에 그만큼 귀중한 자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모습에서, 당신의 목사관으로 하여금 교인들의 거울이 되도록 하라. 저들이 흠을 잡으려는 시어머니의 눈을 가지고 왔든지 간에, 목회자의 품위를 격하시키려는 악의를 가지고 방문했든지 간에 누구든지 당신 앞에서, 당신의 가정의 분위기에서 저들은 스스로의 흉한 실상을 발견하고 자책(自責) 하게 되든지, 감동하게 되도록 거울이 되도록 하라.

그가 설교단에 서기 전에 당신의 가정이 세상이 물질여하에 관계없이 기쁨과 평화로 가득차고, 대접하기에 인색치 않으며, 용서의 눈물이 흐르고, 불우한 거지가 감동을 안고 돌아가게 될 때, 당신의 남편은 하나님과 모든 교우들 앞에서 담대하고도 확신 있게, 그리고 감동의 눈물로 외치게 될 것이며 , 놀라운 능력을 나타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오직 기도 외에는 이런 능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의 목사관은 당신의 기도의 입김으로 구석구석 배이도록 해야 할 것이며, 목사관의 창가에서 당신이 성경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면 당신의 거울은 늘 맑고 깨끗함을 보전하게 될 것이다. 그때 어떻게 당신의 남편은 승리의 목회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위대한 목회자 뒤에는 그의 부인이 그림자처럼 경건히 서 있는 것이다. 주기철 목사가 1938년에서 1940년까지 3 차나 수감되는 등, 계속 되는 고난 속에서 승리한 것은 오정모 집사의 피나는 기도 탓이었다. 그녀는 주 목사가 투옥되자 그때부터 예배당에서 밤을 지내며 기도에 전념했던 것이다.

주 목사의 거울은 바로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