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애니메이션 '뽀롱 뽀롱 뽀로로' ⓒ SK브로드밴드

어린이 애니메이션 중에 ‘뽀롱 뽀롱 뽀로로’가 있다. EBS가 만든 캐릭터이다. 인기가 대단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보호센터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뽀로로’가 DVD 불법복제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고도 한다. 그리 건전하지 않지만, ‘뽀로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척도이다.

뽀로로는, 모르는 분은 통 모르고, 아는 분은 너무나 잘 안다. 특히 누가 더 잘 아느냐. 다섯 살 미만 어린이, 또 이 어린이의 부모뻘 되는 30대 아이 엄마 아빠, 그리고 이 어린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뻘 되는 60대 어른들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면 어른들까지 다 알겠나. 이 ‘뽀롱 뽀롱 뽀로로’가 5월 4일 시즌 3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대만, 멕시코 등 25개 나라에서 방영되고 있고, 2003년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제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카툰스 온 더 베이, 브라질의 애니마 문디 같은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연이어 최우수 작품 후보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게다가 2003년에 방영됐던 시즌 1 때에는 북한의 삼천리총회사라는 곳과 공동으로 이 만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래서 ‘뽀로로’가 남북 화해와 공존공영의 상징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는 이렇다. ‘뽀롱 뽀롱 뽀로로’는 호기심 많은 말썽꾸러기 꼬마 펭귄 뽀로로가, 사시사철이 겨울인 얼음 숲 나라에서 동물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과정을 담는 작품이다. 캐릭터들을 좀 더 짚어볼까? 너그럽고 순박한 백곰 포비, 똑똑하고 잘난 여우 에디, 소심하지만 착한 비버 루피 이 친구들이 뽀로로의 오랜 지기들이다. 말 못 하는 아기공룡 크롱, 다른 세계에서 이사 온 또 다른 펭귄 페티와 털새 해리도 나중에 합류한 이웃들이다. 시즌 3를 보니까 외계인도 합류하던데. 서로의 종(種)도 다르고, 성(性)도 다르지만 가상의 사회에서 이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가장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백곰 포비는 아이들에게 결코 힘자랑을 하지 않는다. 특히 같이 사는, 작은 털새 해리와 평등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여우 에디는 자신의 지식으로 다른 아이들을 골탕 먹이지 않는다. 요리 실력이 출중한 암컷 비버 루피는, 쿠키를 잘 못 만드는 암컷 펭귄 페티를 무시하지 않는다. 이 페티는 그런데, 예쁜 캐릭터다. 반면 루피는 못생긴 캐릭터이고. 하지만 예쁜 페티는 못생긴 루피를 괄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기공룡 크롱. 크롱은 말을 잘 못한다. 말하자면 말이 어눌한 장애가 있는 것이다. 이런 크롱을 친구들은 어떻게 대했을까? 따돌리거나 놀렸을까? 아니다.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하며 축복해줬다.

여기서 짠한 ‘공존의 가치’가 느껴진다. 어른들이 모인 세상은 어떤가. 다 같이 어울려 사는 세상인데, 틈만 나면 편을 가르고 서열을 짜려고 한다.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질, 외모, 돈, 권력이 이 서열을 매기는 기준이 된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 가보면, 임대아파트 사는 애들, 부모 소유 아파트에 사는 애들로 편이 갈려 있다고 한다. ‘있는 집’ 부모가 자녀에게 “‘없는 집’ 애들하고 놀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철없다고들 하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격을 나누는 게 철 든 어린들이 할 수 있는 행위일까? 서로의 아픔이나 모자람을 감싸주고 덮어주는, 뽀로로와 친구들이 사는 마을, 정녕 이상 속에서만 있는 마을인가 싶다.

요즘 아이들 사회화 과정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이 만화에 열광한 어린이가 나중에 컸을 때, 우리 사회가, 돈 많이 버는 것, 또 세속적 권력을 쥐는 것이 성공의 전부로 인식하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또 낙오자가 있을 때 끌어주는 이타적 양심이 보편화 된 그런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앞서가는 이들이 잠시 걸음을 멈춰 숨 가빠 주저앉은 이들을 배려하는 그런 문화 말이다. 한마디로,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리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라고 인식할 수 있는 ‘톨레랑스(tolerant)’의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