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습니다. 그러나 봄 같지 않은 봄이 왔습니다. 봄이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꽃샘추위로 움츠리는 경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봄이 오는 듯하다가 여름이 성큼 다가온 현상을 또 다른 의미로 “봄 같지 않은 봄”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매화, 목련, 벚꽃, 조팝꽃, 라일락, 베니, 철쭉, 목단, 영산홍 등이 순서대로 질서 있게 피고 지는 것을 기뻐하고 기다리면서 봄을 행복하게 지냅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녹음방초가 꽃보다 더 좋은 시절(綠陰芳草勝花時)이 와서 여름더위를 이기게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환경의 상황이 급변하여 지구 온난화 현상의 영향이 실제로 ‘기후붕괴’라는 대재앙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계절을 착각하는 꽃들이 혼란에 빠져서 자기가 무대에 등장해야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앞 다투어 새치기를 하면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기후붕괴현상을 야기하는 원인은 이미 발표된 연구보고에 의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지구 온난화 원인의 40%를 차지함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과 이미 발생한 것을 제거하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원인 중에는 동물의 방귀나 트림 같은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목축업을 크게 하는 나라에서는 양(羊)이나 소(牛)와 같은 육축에 많은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기도 합니다.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지구 온난화의 원인 18%를 제공하는 블랙카본(black carbon)은 화덕의 불완전 연소 때문에 발생하는 ‘그으름’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모든 요인들 때문에 지구촌은 날마다 체온이 올라가서 이제는 남극과 북극과 그린랜드를 비롯한 세계의 빙하들이 녹아내리면서 큰 강을 이루고 바다의 수면이 상승하여 많은 섬들이 물속으로 잠기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일어날 변화는 지리 경제적인 잇점도 있습니다. 북반부의 동토(凍土)들이 녹아서 옥토로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추운 지방의 난방비를 비롯한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살기 좋은 기후조건이 갖추어짐으로 많은 인구의 이동을 통한 도시발전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반면에 적도 부근으로부터 시작해서 남반부에는 급격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서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적합하지 못한 환경으로 황폐화 될 것입니다. 화창한 봄날, 정원을 거닐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생태계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못내 아쉬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년에는 성급하게 피었다가 제대로 감상하며 행복을 누릴 틈도 주지 아니하고 며칠 만에 서둘러 떨어져버린 목련화를 생각하면서 지구촌의 밝지 않은 위험한 미래를 예측하게 됩니다. 봄이 왔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약간의 차질이 생기기는 하지만 분명히 봄이 왔습니다. 인간들이 너무나 과도한 욕망을 가지고 너무나 조급하게 달리는 것은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속도는 발로 걷고 뛰어다니는 정도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속도만큼 살아가면 지구촌은 모든 생명체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와 넓이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분명한 진리는 인간들이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지구의 수명은 단축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학자들까지도 21세기 마지막 날에 살아남아 있을 것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사탄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파멸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간을 이용하는 인간에게 조급증을 일으켜 시간을 신속하게 깎아 먹게 하고, 가인의 후예들에게 극심한 경쟁심을 불 질러서 스스로 망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탄은 지금도 현대인들에게 돌로 EJr을 만들어 먹으라는 유혹을 합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지구촌의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여유로움과 쉼을 추구하며 너그러움과 기다림으로 모든 생명을 품고 느리더라도 중단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덕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