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신화에는 야누스(Janus)라고 하는 ‘문지기 神'이 등장한다. 로마 神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위엄까지 갖춘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어 오늘에는 ‘위선자’ 또는 ‘속이는 자’를 지칭하는 좋지 못한 이미지를 풍기는 단어가 되었다. 야누스가 두 얼굴을 가진 것은 위선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누구를 속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하나는 건물의 출입문을 지키기 위해서，다른 하나의 얼굴은 문을 나서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집안의 안전을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충직한 야누스가 두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오늘엔 위선자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요사이 전직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문제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과 검은 돈과의 관계는 우리나라에선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어서 별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겠으나，재임 시절 유독 청렴을 강조해왔던 터여서 국민들로 하여금 배신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이 추문의 장본인이 유난히 청렴으로 위장하지만 않았더라도 다른 전직대통령들과 오십 보 백 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은 혹 무능할지라도 돈 문제에서만은 깨끗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런 기대감으로 그에게 표를 주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이들보다 한술 더 떠 직접 돈을 요구한데다 다른 나라 돈(달러)를 받아 챙기었고, 형님은 물론 부인 아들 조카사위 사돈까지 줄줄이 연루되어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는 검은 돈 수수가 밝혀지자 부인에 의한 일이라며 정중히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통해 뒤엎는 듯한 묘한 여운을 남겨 놓았다.

통치기간 중에도 인터넷 말재주를 발휘하여 새로울 것은 없겠으나 심히 기만당한 느낌이다. 요사이 TV'에서 그의 얼굴을 보노라면 야누스가 떠오른다. 밝은 곳에선 청렴을 강조하면서 어두운 곳에선 달러를 받아들이는 그 얼굴이 과연 같았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은 공정한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들어나야 한다. 정치인들의 밤의 모습을 가리는 의미에서라도 철저히 밝혀 이제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익교회 장로, 평신도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