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울지 않으셨다.
매미와 쓰르라미 울어대던 여름철에도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라미 울 때도
고통이 심한 이픔의 삶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다.
자신의 고통의 삶 때문에 울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보이시던 눈물은
가난하여 자식들이 배불리 먹지 못할 때
“부모를 잘못 만나서 먹지도 못한다”고
눈물을 머금고 울음을 삼키셨다.

양식이 핍절했던 6 . 25 전쟁 후
풀씨 섞어 머얼건 죽 쑤어
자녀들 그릇에 나누어 주시고
배 부르시다고 죽 사발 내어밀며
어머니는 눈물을 삼키셨다.

누이가 뇌막염에 걸려 간병하시다가
나뭇가지처럼 여윈 누이를 안고 우셨고
일곱의 나이에 훌쩍 나비처럼 날아갔을 때
며칠 밤，몇 달 동안 눈물이 마르지 않으셨다.

아버님이 오랜 병상에서 투병하시다가
49고개를 넘지 못하고 별세하던 밤
가난한 농부로서 성실하게 사셨고
따뜻한 정마저 주지 못하던 과묵했던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 통곡했다.
자녀들과 호홀로 살아갈 날 때문에
가난하고 성실하게 사신
아버님께 연민의 눈물이었으리라.
대지에 봄기운이 완연하고 바람 불던 날
아버님의 장례식 상여 뒤를 따르며
눈물 흘리시던 가련한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녀들이 서로 사랑치 못하여 다투고 싸웠을 때
이웃 아이들과 싸움에서 상처 입고 돌아왔을 때
이웃에게 자식들이 억울함을 당했을 때
어머니는 슬픈 얼굴로 우셨다.

하루 일을 마치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
자녀들을 위하여 눈물로 기도하셨다.
새벽마다 교회의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으시던 그 눈물의 기도가
지금도 나를 깨우곤 한다.

어머니의 눈물을
하나님께서 그의 눈물병에 담고
잊지 않고 기억하셨으리라.
하늘나라는 눈물도 고통도 없는 나라
49세의 마루턱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떠나가신 어머님은
주님이 눈물 닦아 주셔서
눈물을 거두고 쉬시며
자녀들을 바라보시고 계시리라.

/금성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