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기독교방송) 사옥

CBS(기독교방송)의 12대 사장 선출 과정이 한창이다. 사장 추천 위원회가 5월 22일까지 3배수의 후보를 정하면, 재단이사회(이사장 김순권 목사, 예장통합 증경총회장)가 이중 1인을 오는 5월 29일 선임하게 된다.

CBS는, 전국 14개 네트워크를 가진 지상파 라디오 매체와, 전국 방송인 케이블․위성TV 또 무료 종합일간지 등을 보유한 대표적 미디어그룹이다. 이런 CBS는 11개 교단 21명의 이사로 구성된 한국교회 공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CBS의 영향력은 비단 교계에 그치는 게 아니다. 120명의 기자가 하루 24시간 쏟아내는 방송 뉴스 및 매일 200만 명이 들어오는 인터넷 뉴스는 CBS의 한국 사회 내에 의제 설정 능력을 상징하는 힘이다. 따라서 이런 CBS의 사장 선임 과정은 교계는 물론 정부, 시민사회, 언론계의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CBS 사장 공모에는 모두 10명이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출신으로는 김광수 보도국 보도위원, 이재천 대전본부장, 한용길 특임본부장, 허미숙 전북본부장과 퇴임한 안윤석, 조영훈 전 상무 등 6명이, 외부 인사로는 구능회 KBS 시청자센터 고충처리인(전 충주방송국장), 공성진 씨, 조명환 목사, 한용진 씨 등 4명이 지원했다고 CBS 측은 밝혔다.

그러나 CBS 안팎에서는 새 사장이 들게 될 잔이 ‘축배’라기 보다는 ‘독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이다. 안팎의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세 가지 이유이다.

첫째, 언론 환경이 CBS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CBS를 향한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해당 법의 요체는 거대 자본의 방송 시장 진입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견고했던 방송 시장의 진입 장벽이 허물어지면 대기업 또는 대형 신문사가 합작 또는 독자 진출 형식으로 방송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을 앞세운 이들 집단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CBS의 위상 및 매체 영향력의 축소는 명약관화하다.

물론 해당 법안이 모든 참여 주체에게 종합편성채널 또는 뉴스전문채널 진출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CBS에게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자본이 매우 취약한 CBS가 신규 채널에 진출해 경쟁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새 사장은 치밀하고 기민하게 CBS의 매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추궁 받아야 할 처지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구조 개편을 단행할 경우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된다. ‘추진’ 못지않게 ‘조율’의 능력도 요구받는 것이다.

둘째, 수익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CBS의 최대 ‘돈 줄’은 역시 라디오 방송 광고이다. CBS라디오의 방송 광고는 △ 지상파를 통해 송출되는데다 △ 전국 14개 지역에 동시 방송되고 있고 또 △ 광고주가 선호하는 뉴스 시사 중심의 편성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액수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각종 청취율 조사에서 교인들만을 상대로 하는 극동방송에 조차 밀리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광고 수익이 가능했던 점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독점영업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광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KOBACO를 통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KOBACO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종교 및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에 대한 광고 배분을 통해 수익구조를 챙겨줬다. 그러나 지난 해 헌법재판소는 KOBACO의 독점체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래서 CBS의 수익구조를 보호했던 KOBACO라는 울타리는 무너지게 됐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CBS가 아니다. CBS는 이정식 사장 재임 기간 동안 광고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 임대 수익, 협찬 수입 즉 교회 후원비중을 늘려 KOBACO 의존도를 2002년 71%에서 2007년 49%로 낮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의존도를 더 줄여야 하는 것이 새 사장의 몫이다.

셋째, CBS의 비판적 칼라와 현 정권의 보수 성향의 출동 가능성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통제 의도는 강하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YTN 사장 기용에 이어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무리한 교체,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압박 등은 언론 종사자들의 반발을 사면서도 현 정부가 강도 높게 밀어붙여왔거나 지지하는 부분이다.

물론 CBS는 종교방송이고, 공적 간섭의 여지가 적은 민간 매체인 점에서 KBS, MBC, YTN의 경우와는 차별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CBS 노동조합은 지난 2월 미디어법 관련 입법전쟁 당시 MBC 노조와 함께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갈 만큼 선명한 정권 비판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각종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짙은 저항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게 비춰질 수 있는 것들이다. 이에 맞선 정부의 카드는 의외로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감독하는 KOBACO를 통해 광고 배당 축소, 대통령 직속으로 돼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징계 및 재허가 심사 등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CBS의 지향점과 정부와의 충돌이 빚어질 경우, CBS 경영진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외풍으로부터 CBS를 보호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력이 새 사장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식 사장 재임기의 CBS 경영 환경이 매우 좋았다는 분석이 있다. 언론통폐합으로 보도 광고 등의 수족을 잃어 표류했던 김관석 이재은 사장 시대, 재임 내내 노조로부터 퇴진 압박에 시달려온 권호경 사장 시대와는 달리, 이정식 사장 시대에는 기업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광고수익을 극대화했고, 청취율 7위권 내에 안착한 음악FM 방송 및 인터넷뉴스 ‘노컷뉴스’의 성공을 통해 매체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물론 노조는 “뒷감당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인TV와의 갈등, ‘데일리노컷뉴스’ 창간 등은 오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나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부분은 다음 사장은 누가 되더라도 CBS의 환경은 짙은 먹구름 속에 가릴 것이란 점이다. 새 사장이 들 잔이 ‘독배’가 아닌 ‘축배’라고 인식하는 이들은 적어도 사장 후보 가운데에는 없는 형편이다. 다만 ‘성배’로 바꾸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은 꽤 있다. 어떻게 이 위기를 해쳐나갈 것인가. 모세의 지도력을 CBS의 새 사장은 요구받고 있다.

/ 시사평론가,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