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아침과 저녁의 기온차가 참 큽니다.
어젯밤 아이 선생님께 드리는 꽃을 준비하면서 목사님을 생각했습니다.
제게 몇 분의 선생님이 계시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되고 있는 분은 대학 때
교수님뿐입니다. 그리고 목사님...
언제부턴가 제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이 든? 날부터
목사님은 제게 어버이 날, 스승의 날에 떠오르는 분 중의 한 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목사님께 제대로 된 꽃 한 송이 못 달아드렸네요.^^
제 마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코스모스, 라일락, 때로는 붉은 칸나, 장미 한아름
목사님께 안겨드립니다.*^^*
지금까지 항상 같은 마음, 같은 자리에 계셔서 제게 힘이 되어 주신 것
마음 다하여 감사드립니다.
제가 한없이 초라해져서 방황할 때도, 무기력해져 응석부릴 때에도, 그리고
중년이 된 지금도 목사님은 한결같이 절 대해주셨습니다.
저는 목사님을 통해 인간을 신뢰하는 마음을 얻었답니다.
'그루터기' 사랑을 제게 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 전 대학강단의 시간강사로서,
스승의 날이라고 만학도 아줌마 학생으로부터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직 전 '스승'도 아닌데....
학생들은 제가 떨면서 들어간 강의실을 마음 벅찬 감동을 안고 나오게 만듭니다.
학생들에게 '노인복지론' 강의는 그리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노인을 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는 걸 보면서 제가 감동합니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 '노인'.
그 노인을 제가 요즈음 상상과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영상과 수필과 논문과 자료들을 더불어서...

목사님,
정말 백발 허여한 노인이 되실 때까지
마음과 몸이 평안하고 강건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요즈음은 가끔씩 어르신들의 건강이 염려될 때,
'목사님께서는 건강하신가'하는 생각도 감히 하게 된답니다.

항상 사모님과 함께 건강하십시오.


스승의 날에 대구에서 날아온 감사 메일이다.
왠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스승’이란 칭호를 받아도 되는가 ....

누군가가 그러더라.
스승의 날, 차 타고 오는데, 방송에서 어떤 이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스승이 없다는 것이 불행이다.
도리어 아이들이 스승이 되어 우리가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그랬단다.
자성하는 뜻의 소리이긴 하겠지만,
정말 그럴까?

스승을 유명 탤런트, 인기 연예인 같이 생각하는 이가 아닐까?
스승은 그렇게 유명세를 타는 분들이 아니다.
스승은 고집스럽게 초라한 곳에, 드러나지 않게
소신대로, 본을 보이며 사는 분들이다.
참 스승은 큰 대중 앞에서 멋지게 연설하는 이가 아니다.
참 스승은 1:1의 관계에서 아름다움을 심어주는 이이다.
우린 모두 나름대로 스승이 있다.
그 스승님을 돌아보라고 스승의 날이 있는거지
유명인을 찾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내 삶에 아름다운 영향을 끼친 분,
내 영혼에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주신 분,
내 마음에 따뜻하고도 진실의 향을 심어주신 분,
평생 흉내 내고 싶은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분.
그런 스승,
사실 우리 모두가 그런 삶의 스승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남에게만 그런 것을 요구하고, 사명을 씌울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그리 살아
내 주위 사람들이, 내 후학들이 나를 보고 바른 길을
걸어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일찍이 이런 시를 내 마음에 심어둔 적이 있다.

“나는 조심해야 한다
어린 친구가 따라오고 있으므로
그도 나와 똑같은 길을 갈까
나는 엇나가지도 못한다.

그의 눈을 피할 수 없고
무엇이든 보는 대로 한다
나처럼 되겠다고 한다
나를 따르는 이 어린 친구는.

그는 내가 훌륭하고 좋다고 생각하고
모든 내 말을 믿는다
내 안의 근본을 보여서는 안된다
나를 따르는 이 어린 친구에게는.

여름 햇살과 겨울 눈 속으로
갈 때도 기억해야 한다
내가 미래를 계획하고 있음을
나를 따르는 이 어린 친구의. ”

내 마음 안에 있는 그 분, 스승님을 넘어서
이제 내 자신이 또 다른 스승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