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가정 문제라는 데는 거의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대가족제도는 무너졌고 핵가족시대가 도래하였으며 개인주의 정신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면서 대두된 문제이다. 다음 세대에서는 종적 친척은 있어도 횡적 친척은 없어지는 기현상도 분명해진다. 인구증가 문제로 고민하던 시대에 내걸었던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던 구호에 따라 모두 하나 아니면 둘만 낳아 기르던 결과로 우리가 겪게 된 고민이다.

다음 세대에서는 삼촌이니 사촌오촌 하던 촌수계산은 과거의 유물로 사라질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혼율은 급증하고 그 결과로 결손가정(broken family)도 끝없이 늘어난다. 급증하는 성 윤리의 타락상에 대한 폭로들，미혼모 문제，독신주의를 고수하는 사람들의 급증，성범죄의 심각성，가정 폭력 문제，남녀 성비의 불균형 등이 모두가정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정 해체라는 말까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그 교회들을 이끌고 있는 목사들은 이런 사회현상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건전한 교회는 건전한 가정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거의 공인된 이야기이다. 자신의 가정이 가정 문제로고통과고민에 빠져있는 성도라면 이미 문제의 성도라고 해야 할 것이고，삶이 따르지 않는 신앙고백은 그만큼 불완
전한 고백이라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종래의 목회활동과 선교 사역에 덧붙여서 건전한 가정 만들기 운동도 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자신의 교회에서 의미 있는 가정 사역을 펼 수 있을까?’하는 것이 남은 과제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먼저 우리의 현상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계는 안락한 가정들로 이루어져 있기 보다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부부, 자살을 시도해보려는 젊은이들, 자녀들의 탈선으로 고민하는 부모 등 갖가지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있는 가정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현상들에 교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바른 진단이 있어야 바른 처방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대부분의 교회들과 목회자들 가정 사역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실지로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째 형태의 교회는 현실 도피적 형태로 나타난다. 문제를 감추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가장하고 있는 형태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머지않아 그 교회와 목회자는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둘째 형태의 교회는 가정 문제에 피상적으로만 접근하는 교회이다. 어버이 주일이나 가정의 달에만 한두 번 가정과 관련된 설교를 하고 가정 관련 행사를 가지는 것으로 만족하는 형태의 교회를 말한다. 셋째 형태의 교회는 최신의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면서 최근에 열린 세미나에서 얻은 정보를 여과 없이 그대로자기 교회에도 실천해 보려는 교회이다.흔히 행사 위주，실적 위주가 되기 쉬운데 결과적으로 삶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자원만 낭비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와 그 지도자들은 가정생활사역을 가정생활 상담사를 청빙하여 상담소만 운영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상담 사역은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사역임에 틀림없으나 그 것만으로 가정 문제를 위한 완전한사역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매일 매일 부딪히는 갖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기도하고 말씀을 공부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면 된다 고만 하는 것도 바른 사역의 태도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참된 신자는 한결같이 그런 생활을 해야 한다는 데는 전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어떤 병에나 잘 듣는 만병통치약식의 처방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도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모든 문제의 해결사로 나설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수도 없다. 따라서 가정생활사역을 담당하려는 사람들은 전임 목회자나 시간제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물론하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고 재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교회에서 가정생활사역을 실천하려할 때 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프로그램이전에 현실적인 필요부터 파악하는 것이 순서이다. 필요의 파악은 이미 가지고 있는 자료들(등록카드，교적부，심방기록부나심방보고서 등)을 포함하여 면담이나 직접적인 조사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자녀들의 탈선으로 인해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고，그들은 교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하자.

이런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필요를 파악한 뒤에는 적절한 목표설정이 따라야 한다. 위의 경우라면 단순히 그들을 돕는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다음으로는 그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들이 세워져야 한다. 이때에는 너무 단순하게 한두 가지 정보만을 기초로 당장 시간과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식의 너무 졸속한 프로그램 시행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프로그램이 목표 달성에 가장 적합한지，그것을 실천할 적절한 인적 물적 자원은 있는지를 숙고한 뒤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다음에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말이다.

대체로 프로그램들은 상담을 첫 단계로 삼고 다음으로 필요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을 하며，마지막으로는 그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의 훈련을 실시하는 데까지
미쳐야 한다. 물론 실시 후에는 적절한 평가작업올 통해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규모에 관계없이 어느 교회에서나 시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가정 사역은 특수 사역이니까 전문적인 사역자가 기본적으로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전문가를 모실 수 없는 교회들도 이 사역을 위해 헌신하려는 지도자와 교인들만 있다면 그 교회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목사는 연구를 통하여 상담원 역할을 할 수 있고 헌신적인 교인들은 후원 그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온 교회가 가정마다 가정생활 계명을 만들어 지키게 하는 훈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계명 중 한 두 가지는 온 교회가 공동으로 하고 나머지는 가정마다 특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해야 가정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교회 안에 있는 인적 자원을 이용하거나 외부 인사를 초청하여 정기적인 가정생활 세미나와 더불어 상담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다. 또 소그룹 형태의 가정 사역 학교를 여럿 개설할 수도 있다. 신혼부부들만으로 구성되는선교회나 노부부들로만 구성되는 선교회 등의 소그룹중심의 활동을 통해 가정생활의 애환을 함께 나누며 행복한 가정 꾸미기 운동을 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교회가 행복한 가정 만들기 운동의 진원지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사역자를 모실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한국교회의 현실은 대체로 그렇지는 못하다. 그러나 어느 교회에서나 먼저 가정생활과 그 사역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에서 그 교회의 형편에 적합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찾아보고，그 강조점을 어디에 두어야할 지를 논의할 수는 있다. 그리고 건전한 가정생활에 도움이 되는 읽을거리들을 비치하고 독서운동과 더불어 간단한 세미나 등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 교회에 가장 필요한 주제를 가지고 가정생활 특별 세미나나 집회를 해마다 연속성 있게 가질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회 안에서 헌신적인 사역자들과 지도자들을 발굴 양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교회에서 가정생활을 위한 어떤 사역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전에 목사의 가정(특히 부부관계)이 먼저 모범이 되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만일 목사의 아내나 남편이 “당신은 분명히 목사님이고 신학 공부를 훌륭하게 마친 분이며，교회에서는 훌륭한 가정문제 상담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결코 내게는 좋은 남편(아내)은 아녜요”라고 한다면，그의 가정 사역 목회는 처음부터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으므로 서로의 부족함을 감싸주고 상호 보완적 관계를 함께 이루어가는 사랑으로 뭉쳐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가정생활 사역은 하나의 통합적 사역(wholistic ministry)이요，지속적 사역(continuous ministry)임을 잊어 서는 안 된다. 따라서 그것은 일과성에 그치는 행사 중심의 사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가정 문제는 사생활에 속한 것이고 객관화하기 어려운 정서적인 면이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그러므로 충분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한 이해 없이 성급히 내린 처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쉬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정생활사역은 치유와 예방이라는 두 가지 차원이 잘 조화되어야만 한다. 문제를 이미 안고 있는 사람들은 치유사역의 대상이요, 건전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가정을 이룬 신혼 부부가정, 그리고 예비 신랑 신부들은 모두 예방사역의 대상이 된다.

/서울장신대 교수, 선교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