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교회들이 담임목사와 대치하면서 시험에 들어 있다. 담임목사를 몰아내려는 측과 지지하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서 암투를 벌이는 동안 교회는 점점 깊은 수렁을 빠져들고 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 유랑하기 시작한다. 결국 목회자가 강권적으로 몰려나고 새로운 목회자가 부임한 후에야 교회가 안정을 찾게 된다. 밀월기간인 처음 몇 년 동안은 교회가 새롭게 변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더니 몇 년도 못 가서 다시금 담임목사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회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채 담임목사를 몰아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악습(惡習)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이 금전문제나 음란 문제 등, 크게 범한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이런 시험에 휘말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목회자로서 희생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목회자는 자기들과는 다르게 세상적인 욕심에서 초연하고 십자가의 희생적인 삶을 사는 자로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다.

그러다가 목회자가 자기들과는 별로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속화(俗化)된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이 점점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때로 목회자들의 모임에 가면 많은 목회자들이 너나없이 욕심에 매여 지내는 느낌을 받는다. 큰 교회 만들기, 목회자 권위 세우기, 사례금, 자가용, 박사 학위 취득, 해외여행, 건강, 사우나와 골프, 노회와 총회의 정치, 정부에 대한 비판 등, 물질욕과 명예욕으로 압축되기가 일쑤이다. 경건과 영성(靈性) 향상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그런 면에 성취를 이룬 자는 배를 내밀고, 그렇지 못한 자는 전전긍긍하며 부러움과 불만으로 흥분을 나타내기 일쑤이다. 어느 목회자는 자기 교회가 대우가 너무 형편없음을 노골적으로 불평한다. 그 불평이 결국 돌아 돌아서 본교회 당회원들에게 들어가므로 분노심을 일으키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대의 훌륭한 목사의 표준은 어디에 두고 있는가. 부끄럽게도 많은 교인들과 큰 교회를 건축하고 예산이 풍부한 데 두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 목회자들이 너나없이 반성할 일이다. 그와 같은 물질욕과 명예욕을 아무리 감추고 겉으로 경건과 절제를 위장한다고 할지라도 영적인 인간들 앞에 감출 수 있겠는가? 아니 된다. 진정 교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목회자가 되려면 물질욕이나 명예욕으로부터 초연하는 경건의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때로 보면 교회 풍토는 묘한 면이 있다. 처음에는 목회자를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큰 사택과 고급 승용차를 해주지만 나중에는 그것을 가지고 은근히 비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무에 올려놓고 밑에서 흔드는 격이다. 그러므로 우리 목회자들은 물질이나 명예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는 영적, 정신적인 면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가 되어야 한다. 성경의 눈으로 역사를 조망(眺望)하고 닥쳐오는 시대의 상황을 직시하고 분별하여 백성에게 옳은 방향을 예언해 주어야 한다. 때로 높은 파수대 위에서 암운(暗雲)처럼 몰려오는 어두운 풍조의 위험을 예지하고 경고의 나팔을 높이 불기도 해야 한다. 또한 물질적인 면에서는 선비적인 검소 검약이 나타나야 한다.

인간은 정신의 풍요와 물질의 부요를 동시에 누릴 수 없다. 어느 편이 강하면 어느 편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정신계에서는 선각자가 될지언정 물질적인 면에서는 교인들보다 결코 앞서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종교의 창고에 물질의 부요로 넘칠 때 속화(俗化)된 것을 역사는 수도 없이 증거하고 있지 않은가. 사례금이나 사택이나 승용차나 세상적인 소유 면에는 교인들의 중간층 수준보다 조금 앞서는 정도가 알맞을 것이다.

교인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히 목회자도 함께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들의 주택이나 승용차가 고급화된다면 목회자의 것도 고급화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문제는 많은 목회자들이 물질 면에서 교인들보다 앞서 가지려고 하는 데서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어느 목회자는 사택이나 승용차, 사례금을 지나치게 요구하기도 함으로 교인들의 불평이 밖으로 터져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부흥사들이 오도(誤導)한 탓이다.

목회자에게 최상의 대우를 하는 것이 그 교회와 교인들이 복 받는 길이라고 열심히 강조한 탓이다. 그런 주장은 지금도 한국교회 많은 강단에서 정설(定說)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러한 길은 예수님이나 바울, 그리고 많은 위대한 종들이 앞서간 좁은 길이 아니고 분명히 넓은 길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교인들의 중간쯤 수준에서 대우도 받는 것으로 족하게 여기고 희생적으로 사역하리라는 결심을 가지면 존경심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목회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