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하는 확정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교계는, 이번 판결이 의료 현장에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인식차는 뚜렷했다.

상당수 신학자들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등 연명장치 제거를 허용한 이번 판결이 사실상 안락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이상원 교수는 최근 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에서"기독교 진리는 인간 생명을 오직 하나님만 취하실 수 있다는 생명주권 사상"이라며 "심지어 뇌사 상태라도 다른 신체기능이 살아 작동하고 있다면 영혼이 머물러 있는, 살아 있는 인간으로 봐서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존엄사 오용과 확산 가능성도 문제다. 샘병원 박상은 원장 역시 "의식이 없는 환자 의사가 분명히 표현되지 않은 예외적 경우가 첫 판례가 됐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하나의 케이스로만 존엄사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투병 전에 작성한 환자의 문서가 과연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연적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에 대한 섬세한 논의가 필요하고 특히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사회적 분담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데는 교계와 일반 의료계 입장에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 의견을 병원이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본인의 의사 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가의료윤리심의위원회와 같은 상급기관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천주교측은 단순한 기계적 연명 장치를 제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본다는 종전 방침을 확인하면서도 이번 판결이 '안락사'를 허용하는 근거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익 천주교 생명윤리위원회 총무는 "환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과도한 기계장치에만 의존하는 생명 연장은 중단할 수 있다는 게 천주교의 입장"이라면서도 "환자마다 상태가 다른 만큼 대법원 판결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