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노대통령이 서거 소식은, 그의 지지자들이나 반대자들이나 막론하고 온 국민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역임한 분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충격이었다. '언제까지 우리 나라는 반복되는 대통령의 역사적 비극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는 안타까움이 온 국민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한국일보 사설은 그런 충격적인 선택한 것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자신이 평생 지키고 추구해온 가치와 원칙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의욕을 상실했을 것이다. 가족과 친지, 측근들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통해 자신을 죄어오는 검찰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도 매우 컸을 법 하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면서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한 유서에서 그의 깊고 절절한 절망과 고통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노대통령이 퇴임한 후, 모든 정치활동을 접어둔 채 낙향하여 밀짚모자를 쓰고 주변 하천 정리를 하거나 자전거에 매단 수레에 어린 손녀를 태우고 마을길을 한가롭게 달리던 때에는 누가 이런 날이 올 줄을 알았던가? 오히려 전임대통령들 중에 유일하게 낙향한 모습에 좋은 전례를 남겼다는 사실에 ‘참으로 큰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의 삶은 한 마디로 풍운아적인 삶이었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대학을 가지 못한 채 9년 동안 각고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판사와 인권 변호사에 이어서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됨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후, 1995년 부산 시장 선거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했다. 그러나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서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대선에 뛰어들어 마침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노무현 자신이나 지지자들은 그를 아브라함 링컨으로 비견(比肩)하였다. 사실 노무현과 링컨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농부의 자녀이고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사람이었으며 수많은 선거에서 낙방한 후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 대통령으로 당선된 인물인 것이다. 16대 대통령이라는 점도 비슷했다. 그러므로 많은 서민들과 젊은 세대들은 풍운아처럼 등장한 노무현에게 2002년도 히딩크 감독이 일으킨 4강(强)의 기적 같은 큰일은 해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해방 후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의해 형성된 부패의 기득권 세력을 개혁함으로 정의로운 사회, 모두가 잘 사는 평등한 사회, 더 나가서는 남북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갈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굳어진 기득권의 벽은 너무나 견고했다. 그에 비해 노무현을 절대 지지하는 젊은 세대들과 386세대들은 너무나 아마추어에 불과하고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인재군단의 빈약으로 기존 정치권의 프로들의 능글맞은 수단 앞에는 번번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굳어진 사회를 변혁하기에는 5년은 너무나 짧았다. 그나마 큰 성과 있었다면 남북관계였다. 만약에 북한정권이 더 적극적으로 호응함으로 고속도로와 철도길이 열리고 경제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졌더라면 역사에 길이 남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너무나 큰 것이었다. 그럼에도 외신들은 그의 업적을 높여주고 있다는 것은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24일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재벌과 정치의 유착을 끊고 남북 평화 체제 구축과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공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명보(明報)도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해야 한다는 좌우명을 가진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스캔들에 휩싸여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지만 남북 긴장 완화와 권위주의 청산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삶이 비극적으로 끝나게 된 요인을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한국 ‘정치문화’의 소산”이라며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력이 집중된 시스템 아래서 사익을 앞세운 세력이 지연, 혈연을 이용해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에게 금품 공세를 펴는 행태가 역대 정권에서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풍운아처럼 살다가 간 노무현 대통령이요, 마지막에는 다소간의 비리를 남김으로 빅극적으로 생을 마쳤지만, 한 시대를 앞장서 개척하고 민주화와 인권, 기득권 구조의 타파를 통한 평등과 기회의 확대, 남북 화해공존을 위한 그의 시대정신과 노력을 높이 평가하여야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시대정신을 이어 받아 아직도 엄청난 빈부의 격차와 부정의(不正義), 패거리 정치와 부패가 판을 치는 한국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의식 있는 자들의 도전은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반복되고 있는 대통령들의 역사적 비극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