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인파가 전국적으로 무려 4백만 내지 5백만으로 사상 가장 큰 숫자를 나타내고 있다. 외진 산골인 봉하 마을을 찾은 사람들만도 일주일 동안 100만을 넘어서고 있고 29일 영결식날 시청이나 연도에 모인 숫자만도 50만이 넘어섰으며, 엄청난 인파들이 운구차를 놓지 않으려고 함으로 화장장 도착 예정시간보다 3시간이나 늦었다고 매스컴은 전함으로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 앞에 모여들어 목놓아 애도하게 만들고 있는가?’고 온 나라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낙향하여 봉하 마을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을 때만해도 적극 지지자들이나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그나마 박연차 회장의 폭로로 일부 비리가 터지기 시작할 때만도 지지자들조차 낙심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평생 지키고 추구해온 가치와 원칙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의욕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가족과 친지, 측근들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통해 자신을 죄어오는 검찰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함으로 죽음을 택한 순간부터 상황은 역전(逆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바보 노무현’의 부활이라 할 만한 사회 현상을 낳았다. 우리 모두가 고인을 사지로 내몬 데 대한 연민과 애통함, 분노로 시작된 추모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것은 소통 부재의 정권에 대한 항거이자, 피폐해진 삶에 대한 절규였다. 실종된 시대정신과 가치에 대한 회한이기도 하다. 고인은 죽음으로써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로 거듭 났다. 고인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라 했다.

그렇다. 그의 죽음의 방법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죽음으로 그의 생애가 재조명되기 시작하면서 ‘바보 노무현’이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그의 죽음을 가장 안타까워하며 애도하는 사람들은 많이 가진 힘 있는 기득권층이 아니라, 대부분 소외된 약자들이다. 그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위한 서민 대통령이었다. 그는 낮은 곳으로 내려와 아프고 힘든 이들을 토닥거려줬다. 기득권층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수도권보다는 지역을 더 생각하는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득권층의 주류가 되어 승승장구할 수 있음에도 끝까지 비주류의 길을 택함으로 바보스러운 길을 간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난하고 약한 사회적 약자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나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우리 목회자들은 깊은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가난하고 연약한 자들보다는 가진 자들, 힘 있는 자들, 실패하고 소외되어 있는 자들보다는 승자(勝者)의 편에 서 있을 때가 많았지 않았던가? 성공주의에 집착한 메시지를 전함으로 약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았던가?

아니 된다. 그러한 자세는 우리의 사표(師表)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는 너무나 판이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사역을 시작하시면서 분명하게 선언하시기를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눅4:18-19)라 하셨다. 가난한 자들과 포로된 자들, 눈먼 자들과 눌린 자들이 그의 주 사역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셨다.

그렇다면 우리 목회자들은 예수님처럼 많이 가진 자들보다는 빈한한 자들, 승전자보다는 포로를, 눈뜬 자들보다는 눈이 먼 자들, 중심에 선 자들보다는 소외된 자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돌보며 도아 주는 사역을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우리가 목회하는 교인들을 살펴보라. 승자들보다는 약자들이 대다수가 아닌가? 그런데 성공주의자들 편에 서서 약자들을 훈계하는 식의 설교를 함으로 상처를 입히는 것이 과연 옳은가? 아니 된다. 강도만난 자의 아픔을 함께하며 그 상처를 치유하기에 힘써야 하지 않는가?

지금 소외된 자들이 이미 고인이 된 자들을 저렇게 그리워하며 이 무더운 날에 그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라. 그 만큼 그들의 가슴은 수많은 아픔으로 멍울져 있는 것이다. 소수의 강한 자들의 편에서 소외된 자들의 멍울진 가슴을 외면한다면, 어느 날인가 견디다 못해 촛불을 들고 상록수의 노래를 눈물을 합창하는 시민들처럼 밀려와서 목회자들을 향해 사욕에 젖어 있는 모습을 사정 없이 지적할 모른다. 그와 반대로 예수님처럼 소외된 소자들을 찾아가 같이 웃고 울어만 주더라도 저들을 마음을 활짝 열고 그 목회자들을 진정으로 존경하며 따를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