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넓은 공간이 좋습니다. 단순히 크고 넓은 것으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넓으면 편하고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비좁은 사무실에 이 구석 저 구석 물건을 끼워 놓고 오밀조밀하게 사용하는 잔재미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넓은 공간에 책이랑 사무용품 등을 펼쳐 놓고 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편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난 늘 내 책을 가지런히 정리한 채 다 꽂아둘 수 있는 그런 넓은 연구실을 가졌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은퇴하고도 내 책을 도서분류법에 따라 잘 정리하여 꽂아 놓고 편리하게 책을 빼 보며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넓은 연구실 하나는 꼭 갖고 싶은 것이 제 욕심입니다.

그런데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서재의 넓이나 아파트 평수가 아니라 마음의 넓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이지 어떤 사람의 마음은 그야말로 코딱지만큼이나 속 좁은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의 감정도 처리하지 못하는 속 좁은 마음을 가지고 거기다가 불평까지 가득 채워가지고 스스로 초라한 삶을 사는 사람을 더러 만납니다.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의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못하는 좁고 이기적인 마음, 작은 비난 하나도 견디지 못하고 응분의 책임조차 감당하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과 같지 않으면 무조건 다 적대시 하고 자기 스스로 만든 고집이라는 아집에 묶여서 평생을 낭비하는 그런 속 좁은 사람이 있습니다. 쉽게 오해하고, 삐치고, 상처받고, 속단하고, 그래서 대화나 타협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 파괴적 결론에 이르는 그런 속 좁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고 자기 마음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전전긍긍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화를 하고 충고를 해 줘도 더 이상 남의 말을 받아드릴 공간적 여유가 없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무실 크기보다, 아파트 평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가 가진 마음의 넒이입니다.

사실 좁은 마음에는 큰 복을 담을 수 없습니다. 이미 자기 분노와 욕심과 부정적 감정으로 가득 차 버려서 다른 것은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는 좁고 복잡한 마음에는 복을 담을 수 없고 성령께서 들어오실 틈이 없습니다. 마음의 넓이를 키워야 합니다. 특히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세상 모두를,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신앙의 능력으로 매일 매일 마음을 넓혀가야 합니다. 그래서 원수도 품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반대자도 포용하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때론 어렵고 힘들고 억울하고 분해도 스스로 용해하고 승화 시킬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어려움도 고난도 기쁨도 슬픔도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밴댕이 속이 아니라 하해(河海)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 마음은 몇 평짜리 마음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아파트 평수보다, 사무실 평수보다는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마음의 넓이는 넓을수록 좋습니다. 비록 좁은 공간에 앉아 있어도 그 마음은 넓고 커야 합니다. 만일 마음의 넓이를 분양받을 수 있다면, 마음의 넓이를 살 수 있다면 최고로 넓은 마음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령강림절입니다. 성령은 하나 되게 하는 영입니다. 마음을 넓혀 주시는 영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용납할 수 있게 하는 영입니다. 하나됨은 자신의 양보를 전제로 합니다. 먼저 손을 내어 밀어야 남의 손을 잡을 수 있고 마음을 열어야 다른 사람을 용납할 수 있습니다. 넓은 마음의 소유자라야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몇 평짜리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성령강림절에 마음의 평수를 늘려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