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충격은 우리보다 일본이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잘 아시겠지만 일본은 자체 군대를 가질 수 없다. 외부의 침략에 대비한 방어 기능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핵을 갖는다?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핵보유국이 모두 몇 나라일까. 이른바 ‘핵클럽’으로도 불리는 핵보유국은 공식적으로는 다섯 개 나라이다. 나머지는 비핵국이다. 흥미로운 것은 핵이 있어도 비핵국 취급받는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핵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 즉 NPT 규정에 따라 지정된 것이다. 기준일은 1967년 1월1일로 해당국은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다섯 나라다. 나머지는 모두 비핵국으로 간주된다. 그러니까 핵이 있건 없건 핵이 있는 나라는 다섯 나라이다. 다른 나라의 핵은 인정할 수 없으며 그 나라는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핵국이며 핵을 갖고 있는 나라로는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이 당장 떠오른다.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이들은 핵보유국들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핵무기를 만들지는 않았다. 왜냐. 미국의 강력한 후견 아래 개발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중국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 방어선이었던 파키스탄과 인도가 친 중국이 될까봐 걱정됐다. 그래서 핵을 허용한다는 대가를 지불하고 중국과의 교류를 절단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이 승인한 건데, 여기의 경우 중동 특히 반미 아랍권 견제하려는 뜻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이 나라들은 핵보유국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핵보유국이 될까. 핵 기술이 있어서 실험까지 완료가 돼야, 핵클럽에 가입할 수는 없어도, 핵 보유했다는 평가는 들을 수 있다. 핵 전공 과학자들, 이런 질문 많이 받는다고 한다. “우리는 핵 만들면 안 되나요?” 그러나 이런 질문 안에 이미 답이 있다. ‘만들 수 없다’는 답 말이다. 일단 핵을 보유하려면 강대국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패권을 두고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 동의할 리 없다. 그러면 또 이런 질문을 한다. “몰래 만들면 안 되냐”고. 그러나 비밀리에 핵을 만들어 어느 날 갑자기 “미국, 일본, 중국 미안합니다. 우리 핵 만들었습니다”라고 하려면 결국 실험에 성공해야 하는 전제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북한의 핵보유국 여부를 놓고 논란이다. 2006년 북한의 첫 핵 실험이 있었을 때, 우리는 물론 미국도 “핵? 턱도 없다. 비행기에 싣고 가 폭탄 떨어뜨리는 게 핵이냐?” 이렇게 냉소를 퍼부었다. 그런데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2007년 연감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게다가 북한은 꾸준히 장거리 발사체 개발에 역점을 둬 왔다.

만약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끔 협상하는 북핵 6자회담이 쓸모없게 된다. 핵을 이미 만들었으니 비핵 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따라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려면 비핵 회담이 아닌 군축 회담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 비핵화 상태와 사실상 핵보유 상태는 판이하게 다르다. 무와 유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핵에서 군축으로 간판만 바꿔달면 그만일까. 아니다. 북한은 ‘몸값이 높아졌다’며, ‘정녕 우리의 핵을 폐기하고자 한다면, 더 큰 돈과 더 규모 있는 지원을 하라’ 이렇게 나올게 뻔하다.

북한이 왜 핵 개발 의지, 결국 체제 보존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일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맞서 체제를 보존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핵 하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체제가 돌아가려면 무기만 있어서야 되겠나. 돈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단 둘이 거래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동안 피해왔다. 그러다보니 미국을 자극할 필요를 느꼈다. 이를테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핵을 개발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지 않으면 일본이 핵 무장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지금 일본 우익 인사들 입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쓸 것으로 보이면 ‘선제 타격’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말하자면 선제공격한다는 말인데, 이러면 북일 사이에 동해를 놓고 무력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 일본이 핵무장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반대한다. 핵개발을 용인하면 일본이 언제 어떻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 모르니까. 그래서 이런 일이 있었다. 북한의 1차 핵 실험 당시 일본은 “참을 수 없다. 우리도 만들겠다” 이렇게 나온 것이다. 미국은 당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핵우산 제공 의지를 재확인해야만 했다.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핵 무장론이 나오고 있다. 역시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보수 논객 조갑제 씨를 비롯해, <조선>, <중앙일보>는 어제 사설에서 "북한이 지금과 같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거듭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대륙 간 탄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 핵보유국 북한'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핵보유국 북한'은 남한을 아예 대등한 상대로 인정하지도 않으려 할 것이며, 한반도의 실질적 주연(主演)은 북한이라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마음대로 주무르려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게 몇몇 언론사의 주장으로 그치는 것 같지 않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서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재적 적이 핵 만들었다고 우리도 같이 핵 만들면 어떻게 되겠나. 핵 군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 재개가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