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강의실에서 현재 한국 교회 예배의 개선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토대로 토의하는 중에 발견한 것은 목회자와 평신도가 한국 교회 예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평신도들이 지적한 것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설교자중심의 예배，감격 없는 형식적인 예배，예배가 너무 많다는 것 등이다. 이에 비해서 목회자들의 지적을 순서대로 나열하면，회중의 영적 부재，다시 말하면 준비 없이 나아온다든지 예배시간에 자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회중들이 이벤트적 예배를 선호한다거나，강단을 신뢰하지 않는 것，예배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모습 등을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들은 한국 교회 예배의 갱신을 말할 때 언제나 언급되는 것들인데，그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다. 이처럼 평신도들은 목회자 중심의 예배와 목회자의 책임을 지적하고，목회자들은 회중들의 예배적 자세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객관적인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점은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과제임이 분명하므로 신중하게 다루어져야할 것이다.

첫째，한국 교회 예배는 설교자중심 예배다.
설교자중심 예배’라는 말은 지금까지 ‘설교중심의 예배’라는 표현보다 더욱 비판적이다.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말씀중심의 예배라는 개신교회 공통의 목표에 집중한 나머지，설교에 의해 성패가 좌우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설교가 예배의 클라이맥스일 뿐 아니라，모든 예배순서가 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는 현상 때문이다. 예배의 중심이 설교이기 때문에 결국 예배자들의 모든 시선이 설교자에게 모아진 채 예배가 드려질 수밖에 없다.

설교자의 그날의 준비와 얼굴표정과 영적 상태가 그날 예배의 결정적 요소가 된다면 그런 예배를 설교자 중심 예배라고 한다고 해서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예배에서 설교가 중요시되는 것은 한 시간의 예배시간 중에에 25분에서 35분까지 소요되는 설교의 비중을 생각할 때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설교 이외의 다른 순서를 보조적 역할로 격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배의 내용을 둘로 구분하여 하나님께 향하는 순서와 회중에게 향하는 순서로 나눈다고 할 때，양쪽 순서가 다 예배에서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회중에게 하는 순서에 속하는 설교만이 예배의 중심이요，목표로 강조될 때 회중에게 아무리 큰 은혜가 되고，이것 때문에 교회가 성장해도，예배 자체는 당연히 왜곡되고 오용되게 될 것이다. 이는 전도지향적 복음운동으로 성장해 왔던 한국 교회가 극복해야할 과제다.

둘째，한국교회 예배는 삶과 분리된 예배를 경계해야 한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 예배의 특징 중의 하나가 회중의 삶이 반영된 예배일 것이다. 특히 개혁교회의 예배는 경건한 삶이 바탕을 이루고 있고，또 그러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경건한 삶에 대한 강조는 참회의 기도나，성찬에서 권면의 시간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경건한 삶은 18세기 초의 메노나이트 예배나 청교도 예배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청교도 예배에서는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의 대표기도와 설교에서，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자신들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이러한 청교도 예배 정신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교회 예배에서도 그러한 분위기는 드리워져 있다. 삶과 관련된 예배는 이미 한국교회의 시작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1907년 1월 평양 산정현교회에서 있었던 대각성운동을 시작으로 회중들의 삶에 대한 회개의 역사가 펼쳐졌던 것이다. 이후 계속되는 복음적 전도집회에서 이러한 회개의 메시지는 20세기 초 세계 열강국 틈에서 핍박받던 한국 백성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 주었고 한국 교회 예배와 설교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가 되었다.

헌신적인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모르던 옛 생활로부터 과감히 돌아서서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경건한 삶을 살기로 결단했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전통과 사회적 관습들과 충돌하면서 사회적, 경제적인 불편과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도래한 신앙의 자유는 미군과 함께 들어온 서양의 기독교적 문화의 지원을 받아 기독교 부흥시대를 맞게 된다.

헌신적인 소수의 그리스도인들만이 다닐 수 있었던 교회의 문은 넓어져서，사회적 경제적인 큰 희생이 없이도 교회를 택할 수 있게 되었다. 회개의 메시지는 은혜와 축복의 메시지로 바뀌고，가난과 불안정한 삶에 있던 이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주었다. 순결과 정직과 청빈과 의로움보다는 축복과 풍성함과 크고 많은 것들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되었고，동기와 과정보다는 결과가 더 중요시되었다.

교회는 크리스천 사업가들에 대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는가보다 얼마만한 것을 이루었는가로 하나님의 은혜를 가늠해 주었다. 어느새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사회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한국 정치，사회，경제，문화를 지탱해 주는 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불행히 아직도 무속적이고 비복음적 관습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장에 위치해 있는 예배의 회중들은 예배에서의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이 크나 큰 부담이요 때로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초기 한국 교회의 교인처럼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소수의 그리스도인들만 이것에 대해 갈등하고 고민하며，하나님 나라 백성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칠 뿐이고，대다수는 예배와 삶을 분리해 버리는 쉬운 선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교회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어느 시대，어느 문명에서도 나타나는 것이지만，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한국 교회는 예배를 위한 교육과 훈련이 매우 드물다.
신앙의 각성과 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경험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이다. 하나님에 대한 인식과 교회에 대한 헌신은 경험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의 결과다. 예배에 있어서는 예배에 대한 경험，즉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그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예배에 아무리 많이 참석한다고 해도 예배의 의미，찬송의 중요성，기도의 의미，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설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어떤 자세로 기도해야 하는지，찬송할 때 왜 일어서는지，왜 주일에 예배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배가 아무리 잘 진행이 되더라도 은혜가 없고，형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잘 조직된 교회의 경우에 예배에 대한 교육이 있지만，초신자들에 한해서 기본적인 것만 간단히 다루는 정도다. 교사들의 경우，교사대학에서 한 시간 공부하지만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 배워 두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교인들은 물론，교회의 중직들도 예배에 대한 깊은 지식을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은 채，예배의 경험만을 더해 갈 뿐이다. 세상의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이 기본적인 지식과 교육과 훈련 없이 경험만 하게 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지는 쉽게 따져 볼 수 있다. 교회의 중직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예배에 열심히 참석은 하지만，예배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나，예배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들은 바로 예배 교육과 훈련의 부재에서 옹 결과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다. 신학교에서 예배학이 선택과목이기 때문에，예배학을 선택했던 목회자들은 예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접해 본 경우지만，그렇지 않은 목회자는 예배의 의미와 역사를 전혀 모른 채，어깨 너머로 배운 예배의 경험으로 예배를 집례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넷째，한국 교회 예배는 회중의 가정을 해체하는 예배다.
이는 과격한 표현으로 들리지만 사실이다. 한가정이 교회에 와서 각기 연령에 따라 흩어져서 예배를 드리고，가정에 와서야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 참된 예배라면，흩어져서 예배를 드리고, 가정에 와서야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 흩어져있는 가정이라도 예배에서 하나가 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예배를 학교처럼 이해해서，각자의 이해력에 따라 나뉘어 예배를 드리는 것이 올바르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또 같이 드리고 싶어도 예배 공간이 부족해서 부득불 나닐 수밖에 없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가족이 함께 예배드림으로 가져다주는 유익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부모가 진지하게 기도하고 기쁨으로 찬송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가!

온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하나님을 바라본다는 이 상징적 자세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의 경우, 일 년 중에 한 번도 온 가족이 함께 드리는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본당은 어른들만의 예배 장소로 울타리 쳐서 아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 같은 현재 한국 교회의 분위기는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이다.

다섯째，한국 교회 예배는 신비감을 잃어 가고 있다.
「감격이 있는 예배」라는 책들의 제목이 이를 반영하듯 오늘날 회중들은 어느 때보다도 예배에서 감동과 감격을 원한다. 이는 요즈음 사람들이 즐겨 찾는 두 가지 요소가 ‘재미와 감동’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교회 지도자들은 예배의 갱신에 많은 관심을 두면서，주로 감동을 주는 예배를 위한 전략들을 재어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 될 수 있는 대로 회중들의 관심과 기대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찾게 되고，회중들의 삶의 자리와 문화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애쓴다.

결국 현대 매스미디어들 시청자들을 의식하며 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현대 회중들은 보다 더 감동적이고，현대적이고，실용적이고，편리한 예배를 원한다는 성공사례의 분석과 통계의 안내에 따라 행군하는 성공한 개척교회들의 대열에 참여하는 교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감동적 예배를 추구할 때 잃게 되는 것이 있는데，그것은 예배의 신비감(sense of mystery)이다.

실제로 매스미디어의 사용，평안한 극장식 의자，밝고 따뜻한 예배 분위기 조성 등 세심한 배려로 회중들의 감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으나，다른 한편으로는 예배의 거룩성과 경건함을 통해 느껴지는 신비감은 잃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한국 교회 예배에 신비감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만큼，신비감도 없고 감동도 주지 못하는 예배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현대 교회가 꾀하는 예배 변화는 신비감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감동을 위해서 신비를 포기한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감동이 신앙에 큰 힘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신비야 말로 신앙의 절대적 기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 예배의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보았는데，세심한 관찰을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전적 예배의 교회，축제적 예배의 교회，그룹화된 예배 등으로 나누어 문제점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첫째，예전적 예배의 교회들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환으로 얻어진 예배 신학적 원리와 예전을 따라서 예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적 교회와 세계 교회와의 연대감，질서와 경건함 속에서 신앙의 신비를 꾀하는 것이다. 개척교회에서는 보기 어렵고 소수이지만 비교적 안정되고 오래된 교회들이 이러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교회마다 다르지만 예배 가운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든지，예배 공간을 여러 가지 상징물로 장식하고，예배 인도자와 성가대의 입례，기도문 사용，여러 번의 성경 봉독순서나 성찬 횟수를 증가하는 등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한 가지，천주교와 성공회처럼 예전과 형식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이해 없이 진행하기 때문에 회중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또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기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입례의 순서나 찬송 시간의 단을 향한 기립이 없이 헌금시간에만 예배 인도자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예전을 행하는 것은 예배에서의 하나님의 위치에 대한 혼란을 주게 된다.

둘째，축제적 예배의 교회들은 그동안 오순절교회의 성령운동과 현대 복음적 교회들의 적극적인 문화 수용운동의 영향으로 예배의 축제성을 이루기 위해 예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역동적이고 감격적인 예배로 회중들의 신앙을 북돋우고 하나님의 체험을 목표로 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예배의 성공 여부를 자신의 느낌과 감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격이 있는 예배만을 성서적 예배라고 보고，은혜와 감동을 못 느꼈으면 실패한 예배로 인식할 염려가 있다.

예배가 예배 되는 것은 내게 은혜가 되고 감동이 있어서가 아니라，하나님의 약속 때문이라는 예배의 근본적 출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예배란 곧 찬양이라는 인식이다. 찬양이 예배의 중심이 되고 있고，찬양 인도자를 예배 인도자로 부르고 있는 점이 예배를 감정주의적 성향의 행사로 축소하고 풍부한 예배적 유산들을 빈곤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셋째，그룹화된 예배의 교회로 회중개개인의 성별，능력，취미，성향을 기본적으로는 보호하고，나아가서 활성화，극대화하기 위해서 예배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전적 예배나 축제적 예배와 같은 뚜렷한 예배의 변화는 없고，같은 그룹의 회중들끼리 모인다는 점에서 다른 것이다. 같은 그룹이 함께 모여 예배할 때 보다 더 각자의 삶을 반영한 예배，마음에 와닿는 예배가 될 수 있고，회중의 잠재력과 능력들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목표를 위한 과도기적이고 일시적인 그룹이 아니라 영구적 그룹이 될 때 보편적 교회성이 결여될 것이다. 성별，능력，취미，성향을 넘어서서 공감대를 이루는 하나님 나라로서의 교회 공동체성은 맛보지 못할 것이다. 또 하니는 교회 예배에서 추구하는 것은 효율성이나 능력이 아니라 연합과 정의와 사랑이다. 게토(getto)화된 예배에서는 이러한 예배의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서울장신대학교 교수   <하나님의 말씀과 교회>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