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저는 슬픔과 소망을 함께 가진 주간이었습니다. 저와 제 동생을 공부하게 하여 목사가 되게 하고 우리 집안을 책임져 아버지의 역할을 하셨던 저의 자형(姊兄)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아직 더 살아계실 연세이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우리 형님을 우리 곁에서 데려 가셨습니다. 일찍 공부를 하셔서 아직 우리나라가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할 때 이미 부산에 좋은 저택을 가지고 사셨던 경제적으로도 부유하신 어른이셨지만 라이온즈 클럽 등 사회 봉사활동이나 또 선성(宣城, 禮安) 김(金)씨 대종손으로 문중 일에도 지도력을 가지셨고, 그분의 고향 사람들을 대거 부산에 취업을 시켜주는 등 많은 존경을 받으신 분이셨기 때문에 우리 역시 그분을 자형에 앞서 존경하는 사회지도자의 한 분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린 우리 처남들에 대하여 책임을 다하셔서 평소에는 과묵하신 분이지만 우리의 문제에 대하여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저의 학비는 물론 제 동생(이상규 목사,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장)은 아예 그분의 집에서 살았고 공부를 시켜 목사가 되게 하고 학자로 키웠습니다. 문제는 그 분이 대종손(大宗孫)이라는 가문의 위치 때문이기도 했지만 누님을 비롯한 자녀들이 다 신앙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나 기독교 신앙에 대하여는 호의적이지 못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내가 목사가 되기보다는 법조인이나 언론인, 혹은 기업가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목사를 두 사람이나 키운 그분의 공로를 생각해서인지 누님의 별세와 현직에서의 은퇴를 계기로 그분의 심령을 찾아와 주셨고 그분의 말년은 정말 신실한 신앙인으로 살게 하셨습니다. 맏아들을 따라 부천으로 이사를 오신 자형은 참된교회(박창하 목사)를 출석하시면서 누구보다 더 큰 신앙과 구원의 감격으로 신앙의 기쁨을 소유하셨습니다. 70이 넘은 연세에도 제임스 케네디 목사가 개발한 전도폭발 훈련을 받으시고, 친척을 비롯한 친지들의 구원에 힘쓰고, 새벽기도회를 비롯한 교회 모든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석하셨고,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나와 내 동생을 단지 목사라는 이유로 존중하고, 또 처남들이 목사라는 것에 대하여 큰 긍지를 가지셨습니다.

 지난 번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입원해 계시던 병원을 방문한 마지막 만남에서 저는 “형님이 이 세상에서 하신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예수 믿은 일이고, 또 목사를 두 명이나 기른 이 땅에서 최고의 삶을 사신 분이니 아무 여한 없이 십자가만 붙잡고 하나님의 나라로 당당히 가시라”고 마지막 권면을 하였습니다. 물론 그분의 삶은 우리 누님이 간암을 득병하여 하나님의 나라로 가신 뒤 혼자 계시면서 겪은 허망함과 사업을 정리하신 뒤의 무료함의 시기로 잠간 방황하기도 하셨지만, 노후에 누리셨던 믿음의 삶은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행복한 인생 길이셨습니다. 비록 아무 고통도 없이 십자가를 바라보는 믿음을 붙잡고 당당히 하나님의 나라로 가셨지만 4남 2녀의 자녀들과 저는 이별의 아픔과 보은(報恩)의 기회를 잃어버린 슬픔을 감추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을 먼저 가신 우리 누님 곁에 안장을 하고 돌아서면서 그분이 예수 믿고 구원 받아 하나님의 나라로 가셨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스러웠습니다. 그분이 그토록 사랑하며 오매불망(寤寐不忘) 사모하던 주님의 나라로, 또 먼저 가서 기다리던 누님 곁으로 가셨음을 생각하며 위로와 소망을 누렸습니다. 주 안에서 죽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그분은 복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믿음으로 달려갈 길을 다하고 자녀들을 장로로, 권사로 교회 사역의 한가운데 세워놓고 당당하게 하나님의 품으로 가신 그분을 생각하며 인생의 삶의 가치와 이별의 슬픔,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함께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구원의 반열에 서서 믿음의 유산을 남기셔서 그분을 기쁨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소망은 슬픔을 넉넉히 이기게 하십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