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기간 동안 나왔던 말 중에 ‘그린 신드롬’이 있었다. ‘그린 신드롬’의 주체는 이번에 낙선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이다. 무사비 후보는 압승을 장담했고, 외신은 박빙의 승부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라이벌, 마드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로 끝났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압승 발표에 불복하는 무사비 후보의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선거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항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말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일까.

일단 무사비 후보 쪽이 부정선거라고 문제 삼는 근거는 이런 것들이다. 자신을 강하게 지지했던 지역인 타브리즈, 시라즈 등지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없어 많은 이들이 투표를 못했다는 점. 일부 개표소에는 무사비 후보 측의 참관인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무사비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았을까? 무사비 전 총리가 지난 3월 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시선은 별로 없었다. 1989년 총리직을 끝으로 일선 정치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그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그저 `옛날 사람'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같은 달 16일 이란 개혁파의 기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개혁파 내 단일화를 위해 출마를 포기하고 결국 무사비가 후보가 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무사비는 이란 대선 사상 처음으로 사이버세계를 선거운동 공간으로 확장했고 녹색을 상징색으로 활용하는 색 캠페인을 도입했다. 그래서 ‘그린 신드롬’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무사비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했고 지지자들은 녹색 티셔츠, 머리띠, 스카프 등으로 테헤란 광장에 `녹색 물결'을 만들어냈다. 보혁 대결이 세대 간 대결로도 번진 것이다.

상징색과 선거음악을 통한 차별화도 눈에 띈다. 아마디네자드 후보 진영에서는 이슬람 성가를 틀어 놓고 검은색 옷을 입는 반면, 무사비 후보 측은 이슬람의 상징이자 이란의 진보를 뜻하는 녹색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테헤란, 이스파한 시내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팝·랩음악을 배경으로 녹색 깃발, 스카프, 티셔츠로 장식한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이슬람 세계에서는 여성이 홀대받았지만 이번 선거엔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가세했다. 무사비의 아내의 선거 운동 활동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보편적인 일이지? 하지만 여성의 정치활동이 폭넓지 못한 이란에서는 후보의 아내가 선거 유세현장을 동행하며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 언론에서는 무사비의 아내를 `이란의 미셸 오바마'라고도 지칭하기도 했다. 결국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여성, 젊은층, 중산층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아마디네자드를 충분히 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결과는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로 끝났다. 아직 부정선거 의혹이 있긴 하는데 그 승인을 두고는 어떤 해석들이 나올까. 빈민의 표 결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민들에게 그는 ‘구세주’로 통했다고 한다. 재임 중 빈민들을 위한 건강보험제도를 마련하고 국민연금 수령액을 두 배로 늘렸다. 그 자신이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중하류층 동네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서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이런 ‘자수성가의 상징’으로 부패와 거리가 멀다는 칭송도 따라붙는다.

이란은 이번 대선을 근대 봉건체제에서 현대 민주공화정으로 거듭나는 시금석으로 삼을 것 같다. 따라서 보수사회에 억눌렸던 에너지를 분출시켜, 사회적 자유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운동은 이란 사회가 정부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보여 줬다”는 분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현실, 예사롭지 않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보혁 갈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100만이 거리로 나온 것이 그 징표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