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을 투약한 연예인 3명이 추가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연예인들은 공개된 장소 즉 클럽에서 마약을 거래하고 투약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주로 홍대, 이태원, 청담동에 있는 클럽에서 범행을 저질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이 마약하는 이유,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함이라는 분석 말고는 없을까. ‘인기가 하락하는 연예인들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마약에 손댔다’는 주장은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그럼 뭐 하러 마약에 손댔을까.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을 보면, 젊고 인기가 많은 사람도 있었다. 이번 사건에 이용된 마약류에서 단서를 잡아보자. 이건 서구 각국에서 흔히 '파티 드럭(Party Drug)이라고 부르는 약물들이다. 그러니까 쾌락을 위한 용도였다는 얘기이다.

연예인들의 독특한 유전자가 마약을 찾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인 보르빈 반델로 씨가 쓴 '스타는 미쳤다'라는 책에는, 마약에 빠져 죽은, 수많은 해외 톱스타가 일반인과 달리 경계성 인격 장애라는 정신 질환을 겪고 있으며, 이런 성격 장애가 스타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져다준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신 질환이란 얘기이다. 이런 성격이 술이나 마약류에 쉽게 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약을 손대는 공간이 클럽이었단 말이지. 배경은 무엇일까. 경찰은 "인기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강남 일대 클럽과 집에서 마약을 투여한 뒤 환각 파티를 벌였다"고 밝혔다. <일간스포츠>가 클럽을 잠입 취재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본다. 이곳에는 원칙적으로 부킹 즉 즉석에서 남자와 여자를 연결해주는 행위, 이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춤을 추다가 서로 눈이 맞으면 금세 연인이 된다고 한다. 좌석이 없는 것도 나이트클럽과 다른 점. 이곳은 스탠딩이 원칙이라는 것인데. 손목에 종이 밴드를 착용하고 좌석에 앉은 사람도 있다. 종업원에게 "저 사람들은 뭐냐"고 물으니까, "VIP 고객"이라고 했다.

여기서 많이 유통되는 만약이 ‘엑스터시’라고 하는 것이다. 속칭 ‘도리도리’라는 파티용 알약인데. 이 약은 1990년대 유학생들이 몰래 들여와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놀 때 사용한다고 한다. 엑스터시는 특히 술을 마신 뒤 레이브 음악을 들으면 환각 효과가 몇 배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새 춤을 춰도 피곤한 줄 모르게 되고, 눈을 감으면 입체 영상이 구현된다고 한다. 환각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아무나 쉽게 구할까. 경찰은 몇 번 거래를 튼 사람과만 비즈니스를 한다고 설명했단다.

약에 취하면 어떻게 될까. 별별 사건이 다 발생한다. <서울신문> 보도를 보자. 서울 청담동 S클럽 이야기이다. 500~600평 정도의 클럽 안은 400~500명의 젊은이들로 꽉 차 있었다고 한다. 춤을 추는 이들의 눈빛은 희미했고 주위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하고. “섹시퀸 선발대회 행사가 열리면 나체의 젊은 여성들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 위를 활보하거나, 처음 보는 남녀가 성적인 행위를 일삼는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23살의 한 유학생은 “오늘 밤에만 남자 넷이랑 키스를 했지만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다.”고 밝혔다고 한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유학생과 해외교포들로 서울 강남의 밤이 국적불명의 유흥문화로 물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 일대에선 미국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마파티를 여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드 코어’를 테마로 한 날엔 춤이나 행동 자체가 과격해지면서 두주불사형 한국 유흥문화와 결합, 선정·퇴폐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 전문가들은 이걸 미국과 한국의 문화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경계인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클럽 문화에다 한국식 퇴폐문화가 결합된 것이다. 1990년대 오렌지족이 그랬듯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문화적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술과 마약 등을 탈출구로 삼기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LA한인상공회의소 스테판 하 회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유학생들을 통해 미국적인 퇴폐문화가 수입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름에 애들을 고국에 보내면 이상해져서 돌아온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면서 “자유와 방종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미국적 인식이 한국의 유흥문화와 섞이면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한다.

클럽 문화의 역사, 이 지점에서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홍대 앞 지하 클럽을 중심으로 록 라이브 클럽과 같은 형태로 산재해 있던 국내 클럽들은 2004년 이후 속속 대형 클럽으로 변모해왔다. 유학생을 비롯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젊은이들의 메카로 떠올랐고 이어 더 많은 젊은 층으로 빠르게 저변을 넓혔다. 현재는 대형 클럽만 서울 강북과 강남 지역을 합쳐 10여 개, 소규모 힙합 클럽까지 합하면 30여 개로 추산된다. 클럽이 대형화ㆍ고급화되면서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장으로서도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 따라 서울 시내 유명 호텔의 상징이었던 나이트클럽 역시 속속 클럽으로 바뀌는 추세다.

상업성 속에 음악이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는 온존할까. 실제 클럽 붐 속에서 일부는 음악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상업성만 추구해 우후죽순처럼 달려든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나이트에서 클럽으로 전환했다가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나이트 체제로 회귀하는 공간도 생기고 있다. 클럽 음악과 문화에 대한 인식 없이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찬가지이다. 마약 거래의 온상이 돼 버린다면 클럽이 추구하는 가치는, 당연히 그 색이 바랠 것이다. 클럽의 원조국이다시피 한 미국의 가치, 자유와 방종이 구분되는 원칙이 아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