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2년 연속 세계최저라는 통계가 발표된 다음, 온 나라가 큰 충격에 빠져있다. 여러 해 전부터 예견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것이 새삼스러운 일 인양 여기저기서 걱정을 쏟아낸다. 그러다보니 요즘 자치단체별로 출산율 높이기에 혈안이다. 저 출산 시대의 여파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중앙 정부로부터 받을 예산도 줄어들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인구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특히 서울의 자치구도 비상으로 여기는 사안이다.

이것 때문에 앞 다퉈 출산 장려 대책이 나오고 있다. 각 자치구들은 2007년부터 시행해온 출산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강남구가 대표적이다. 둘째를 낳으면 1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1000만원, 다섯째 2000만원, 여섯째 자녀 이상은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지원 금액에서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영·유아 보육료 지원 사업을 확대해 둘째 자녀의 보육료 50% 또는 양육수당 월 10만원, 셋째 이상 자녀의 보육료 100% 또는 양육수당 15만원 씩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는 "2007년부터 이미 둘째 20만원, 셋째 100만원, 넷째 300만원, 다섯째 500만원, 열째 이상부터는 3000만원을 양육비로 지원해왔다"고 나섰다. 3000만원 받으려고 열째 애 낳을 집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장려금 외에 혜택도 많다. 은평구는 최저생계비 5인 기준으로 소득·재산 200% 이하 다자녀 가구에 15만원 상당의 출산용품 교환권을 제공한다. 강남구는 △3자녀 이상 가구의 구립문화체육센터 이용료를 80% 감면해주고 △미혼남녀에게 연 2회 이상 만남이벤트를 주선하고 △결혼자금을 최대 2000만원까지 저리 융자해주는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애 낳고 결혼자금 받아가란 얘기는 아니겠지? 성동구는 6월 초부터 공급되는 일반분양 아파트의 3%를 다자녀가구에 특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독일의 가정장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씨는 ‘성녀’로 불린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아이가 일곱이다. 그래서인지 정책적으로 다산 가족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테면 출산 후 휴직하고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1년간 임금 67%를 대준다. 아빠와 함께라면 합쳐서 14개월분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의 합계출산율 즉 애 가질 수 있는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기수는 2004년 1.33에서 2007년 1.37로 늘었고 2008년에도 아이가 5000명 더 태어났다.

예산 따기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이런 논리로 예산을 따냈다고 한다. “아기가 많아지면 41만7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고 연간 세수(稅收)가 700억 유로 증가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구경제학에 따르면, ‘소득과 출산율은 반비례한다’는 역설이 있다. 소득이 커지면 더 많은 자녀를 부양할 수 있음에도 사실은 자녀를 적게 갖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때는 태아의 성감별을 못하게 하지 않았던가. 사실 태아의 성(性)을 알아맞히는 문제와 관련된 속설이 한국처럼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엄마 배가 볼록하면 딸, 두루뭉술하면 아들. 아침 입덧은 딸, 저녁 입덧은 아들. 이런 식이다. 첫아이가 앞으로 안기면 동생이 딸이고, 엉덩이부터 들이밀며 안기면 아들인 동생을 본다는 말도 있다. 꿈에 은수저를 받으면 아들이요, 알밤을 따거나 보면 딸이라는 태몽과 관련된 속설도 100개가 넘는다. 배 속 아기의 성별이 얼마나 궁금했으면 이런 얘기들이 나왔을까 싶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일전에 태아 성 감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아들이 아니라고 낙태한다던지 하는 일, 이젠 극히 드물게 돼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문제의식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텐데. 우리만 해도 1960년대 6명 정도였던 여성 일인당 출산이 경제성장이 가속화하는 70년대에는 4명, 80년대에는 2명 등으로 급속히 하락했다. 지금도 육아여건이 나은 대도시, 고학력, 중산층 여성의 출산율이 현저히 낮다. 미국의 사회학자 와텐버그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다.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관’이 출산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급격한 사회변혁에 따른 혼돈과 불안이 원인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애 낳을까 생각하면, 보육비 걱정은 기본이고, 애 교육시킬 걱정 그리고 끝내는 상류 사회로 안착시켜야 하는 염려와 집착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의 금전적 지원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문제이다. 사회·정서적 신뢰와 안정감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