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0일. 직선제 개헌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던 6월 항쟁의 22번째 되는 기념일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때인데. 공교롭게도 42년 동안 통치했던 가봉의 봉고 대통령이 그날로부터 이틀 전에 사망했다.

우선 역대 최장기 집권자부터 짚어보자. 쿠바를 49년간 통치해온 피델 카스트로가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해 2월 국가평의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2위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으로 44년 기록이 있다. 그 다음 42년 봉고 대통령의 기록이 이어진다. 그러나 봉고의 4위 자리가 위태롭다. 올해 67살인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41년 현재까지 집권 기록을 세웠다. 봉고 대통령은 그나마 야당과 잘 협조해가며 장기 집권했다고 하는데 나머지들은 대부분 강압적인 독재를 선택했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 최악의 엽기적인 독재자를 만나야 한다. 그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이다. 이 사람, 지난 2006년 12월, 6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생전 기록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자신의 황금 동상을 전국 곳곳에 건설했다. 야당이나 언론의 자유는 허용하지 않았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처벌의 대상으로 삼았다. 게다가 본인의 윤리관을 담은 ‘루후나마’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걸 입시 문제로 출제해서 많이 맞춰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니야조프는 상식을 뛰어넘는 엉뚱한 규율로 국민의 원성을 샀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일주일을 월-화-수가 아니라 '주요한 날-젊은 날-좋은 날'로 고쳤고, 1년도 열 두 달이 아니라 여덟 달로 만들어 놓고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따서 달 이름을 붙였다. ‘우리 어린이들이 스키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사막기후인 나라 한가운데에 ‘얼음궁전’을 세우라는 명령을 내려 온 세계의 비웃음을 샀다. 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따지 않은 학위는 인정할 수 없다’며 외국에서 유학한 의사, 변호사, 교사의 면허를 취소했다. 윤리를 강조하며 영화관도 없애고, 발레와 오페라도, TV 사회자가 응당 하는 화장마저 금지시켰다. 지방 사람들, 독서량이 적어 각성해야 한다며, 지방에 있던 도서관을 폐쇄해버렸다. 어느 여학생이 자신을 찬양하는 글을 금니를 한 상태에서 읽는 모습에 기분이 상해 그 자리에서 보건장관에게 국민들의 금니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 역시 엽기적인 면에 있어 니야조프와 쌍벽을 이룬다. 이 사람, 처음엔 인기가 좋았다. 집권 이후 흑백 사이에 인종화합 정책을 실행하고 교육과 의료수준 향상에 힘쓰면서 짐바브웨의 풍요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백인이 소유하던 농장을 몰수하는 농지개혁에 나서면서 영국을 비롯한 서방과 등을 졌다. 그러다보니 외국 달러가 모자라게 됐겠지? 무가베 대통령은 신경을 안 썼다. 그리고 달러 눈치 안 보고 막 지폐를 찍어냈다.

이로 인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몰아닥쳤다. 최근 소식을 보니까 짐바브웨가 급기야 100조 짐바브웨 달러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폐 한 장이 100조인 것이다. 100조 달러는 암시장에서 단 미화 3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만 원 정도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러느냐. 국민들이 날이 갈수록 물가가 폭등하면서 빵 한 덩어리가 2천억 달러가 돼 버렸다. 아마 지금은 이 돈 가지고 빵 못 살 것이다. 우유 한 병 사려면 큰 쌀자루에 지폐를 가득 담고 가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300%가 아니라 300만%였다. 그래서 국가가 물가를 떨어뜨릴 능력은 없고, 고액권 화폐를 마구 찍어드림으로써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언급 안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주말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10대 독재자'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앞서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이다. 선정 기준은 지도자의 철권통치에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와 독재자들이 휘두른 절대 권력의 정도 등을 분석한 것이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 2위에는 지난해에 이어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꼽혔다. 이어 3위에는 지난해 1위에 올랐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정됐다. 퍼레이드는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건강이상으로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체제로 수많은 주민들이 강제 노동수용소에 감금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 본인 입으로 이야기했던 ‘웃음거리가 될 3대 세습’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

독재자의 장기 집권, 국민들도 책임이 있지 않겠나. 히틀러는 “많은 사람들이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는다”며 독재자의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국민의 분별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자주 권력이 바뀌어야 국민들 무서운 줄 안다. 우리 국민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위대하다. 정변 없이 평화적인 체제 아래에서 두 번이나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세기 다 돼 가도록 여당이 그대로이다. 우리 국민의 위대함, 이렇게 정리해보련다. 국민은 당장 독재에 수긍하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심판해서 자기들의 위엄을 입증한다고. 그 증거는 바로 6.10 항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