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은 2009년 상반기, 우리 국민의 가슴에 가장 큰 멍울로 남을 것이다.

국민장. 전 현직 대통령이나 국가에 현저한 공헌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국장과 국민장이다. 대상이 같다. 차이점은 없을까. 먼저 국장은 장의기간이 9일 이내지만 국민장은 7일 이내이다. 또, 국장은 관공서에 장례 기간 내내 조기를 게양하도록 하지만 국민장은 원칙적으로 영결식 당일만 게양한다. 휴일의 있고 없음에도 차이가 있다. 국장은 영결식 당일 관공서가 휴무하지만 국민장은 휴무가 없다. 또, 국장은 경우는 국민장과 달리 비용을 국가가 모두 부담한다.

현직은 국장, 전직은 국민장이다. 국장과 국민장을 나누는 기준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말씀하신대로, 현직 대통령은 국장을,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부인, 국회의장, 국무총리는 국민장을 엄수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국장을 치른 사례는 한 명 뿐이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가 유일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전직 대통령의 장례는 다 국민장이었나. 아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국민장으로 치른 경우는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의가 7일간의 국민장으로 치러지게 됐다. 전직 대통령 뿐 아니다. 정부 수립 이후 김구 선생과 육영수 여사의 장례를 포함해 모두 12차례의 국민장이 치러졌다.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 곡절이 좀 있었다. 초대부터 3대 대통령까지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4·19 혁명으로 하야한 뒤 그해 5월29일 하와이로 망명했다. 그러다 5년 만인 1965년 7월19일 호놀룰루의 마우나라니 요양원에서 90세로 서거했다. 나흘 뒤 7월23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해는 미군 공군수송기편으로 김포공항으로 운구 됐다. 유족들이 ‘국장’으로 치러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과 학생·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했고, 정부는 국민장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이를 거부했다. 그래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조선 시대에는 어땠을까.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국장은 무려 5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심지어 선조의 부인이었던 의인왕후는 능지 선택 문제로 7개월 동안 국장을 치르기도 했다. 조선의 국장제도는 태조 이성계의 국장 이후 왕과 왕비의 국장기간을 5개월로 정했고, 국장 이외의 장례기간은 국법에 정4품 이상 사대부는 3개월, 그 밖의 사람은 1개월로 못 박았다. 고려의 국장이 1개월 이내였고 2달을 넘긴 예가 드물었던 것에 비하면, 5개월이라는 길고 긴 조선의 국장기간에는 신생왕국의 위엄과 기세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듯하다.

특히 순종 황제의 국장은 온 국민이 애도했던 장례였다. 1926년 6월 10일,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당시 국장 사진들에는 한 국가의 지도자를 보내는 아픔이 절절하게 배어있다. 더욱이 나라를 잃어버린 통곡까지 더해졌으니 차라리 비장하기까지 하다. 사실 이 국장은 독립운동의 발화점이 됐다. 순종의 장례식에서 일어날 시위에 대비해 조선총독부는 경찰과 군인 7천명을 동원해 감시와 통제를 했지만 이게 도리어 6.10 만세운동을 증폭시킨 견인차가 됐다. 슬픔이 더해지면 분노가 되지? 애도의 물결은 국가 권력의 통제와 감시로 막으면 오히려 이로 인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도 명실상부한 국민장의 의미를 살렸다. 조문객 수는 사상 최대인 5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장의위원회도 1383명으로 구성돼 역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금까지 최다 조문객 수는 9일 동안 진행된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으로 모두 176만 명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장례 때 100만 명이 최다 기록이며 김수환 추기경과 정철 스님 빈소에는 모두 40만 명이 다녀갔다. 한편 특이한 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부가 마련한 분향소가 있는가 하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분향소가 있는데요, 그 수가 정부가 마련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시민들은 왜 분향소를 마련하고 이곳에서 분향을 할까. 무엇보다도 참여 지향적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운 노무현 대통령 덕이다. 자기 돈 들여 선거 운동했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국민이 정치의 소비자 겸 생산자가 됐던 사례지? 노사모 운동이 그랬다. 물론 참여 민주주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비수가 된 적도 있었다. 파병 반대, 한미FTA 반대 운동이 그랬다. 그러나 이번 조문 과정에서 상주는 참여자 모두였다. 자발적으로 분향소 만들고, 향 피우고, 질서 유지하고, 생수 나르는 일을 했다. 민주주의가 자발성을 띌 때 썩지 않을 것이고, 아울러 창의성을 키우면서 발전하게 되지 않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공과 과가 있지만, 이 참여민주주의의 기틀은 계승할 가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