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90:1-12

[시] 90:1 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
[시] 90:2 산이 생기기 전, 땅과 세계도 주께서 조성하시기 전 곧 영원부터 영원까지 주는 하나님이시니이다
[시] 90:3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
[시] 90:4 주의 목전에는 천 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순간 같을 뿐임이니이다
[시] 90:5 주께서 그들을 홍수처럼 쓸어가시나이다 그들은 잠깐 자는 것 같으며 아침에 돋는 풀 같으니이다
[시] 90:6 풀은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시들어 마르나이다
[시] 90:7 우리는 주의 노에 소멸되며 주의 분내심에 놀라나이다
[시] 90:8 주께서 우리의 죄악을 주의 앞에 놓으시며 우리의 은밀한 죄를 주의 얼굴 빛 가운데에 두셨사오니
[시] 90:9 우리의 모든 날이 주의 분노 중에 지나가며 우리의 평생이 순식간에 다하였나이다
[시] 90:1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 90:11 누가 주의 노여움의 능력을 알며 누가 주의 진노의 두려움을 알리이까
[시] 90:1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1. 세월이 빠르다는 것은 예부터 성현들이 해 온 말이긴 하지만, 언제나 고개가 끄떡여지는 사실입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신이 미처 깨닫기 전에 자기를 저 멀리 엉뚱한 곳에 옮겨다 놓을 수 있는 게 세월입니다.

특별히 인간은 40을 넘으며 인생관이 달라진답니다. 오래 전에 40대 이학박사(理學博士)인 어느 교수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없이 길 것으로만 생각되던 인간의 일생이 갑자기 짧아져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 부터 입니다. 우리는 한 때 친구들의 대학교 입학식에 찾아다니며 축하해 주느라고 바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몇 년 후 우리는 분주히 졸업식에 다니던 시절을 보냈고, 친구들의 군 입대와 제대를 기념하는 술자리를 마련하던 시절도 보냈습니다. 바쁘게 친구들의 결혼식에 찾아다니던 시절도 어느 사이 지나갔습니다. 그 후 친구들의 아이들 돌잔치에 다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친구 부모님들의 장례식에도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제 남은 것이라곤 우리 아이들의 결혼식에 다니는 일과, 우리들의 환갑잔치에 참석하는 일, 그리고 서글픈 마음으로 우리들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일 뿐 입니다. 하긴 벌써 몇몇 친구들의 장례식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멀리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건들이 성큼 다가 왔다가 사라져 갔습니다. 이제 남은 사건들도 이렇게 다가오고 사라질 것입니다. 인생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짧은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인생의 문제를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세월이 많이 남아 있다고 신앙적인 결단을 뒤로 미루던 사람이 비로소 날아가는 인생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신앙적 결단을 하게 된 동기를 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가면 자동적으로 신앙적인 성숙이 이루어지고, 영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기는데 세월은 아무런 해결책도 주지 못합니다. 영적인 문제에 있어서 세월은 오직 노인을 만들 뿐이지 성도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이 세월에 실려 가는 인생이란 사실 얼마나 순간적인 것인지 모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그것을 가장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 1) 시 90편은 광야 40년 생활을 거치며 느낀 바를 모세가 기도문으로 쓴 것으로 시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입니다.

그런데 모세의 저작을 의심하는 사람들 중에 10절을 근거로 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사람의 생명이 70이나 80이라고 하였는데 모세는 120세를 살았으니 모세의 저작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 쪽 만을 생각한 것입니다. 모세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40년을 살아야 했는데, 왜 그런가 하면 하나님께 대한 불순종으로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성인들, 즉 20세 이상 된 자들은 가나안에 못 들어간다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출애굽할 때 20세 이상 된 자들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다 죽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수명이 대부분 70이나 80이었습니다.

이렇게 죄로 인해 광야에서 죽어 가는 인생들을 바라보며 모세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하고 인생 70, 80을 말한 것입니다.

사실 그 이상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하고 수고와 슬픔 속에 날아가는 인생을 탄식하며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하고 기도합니다.

“계수한다”는 것은 남은 날짜를 센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남은 수명의 뜻이 무엇인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인생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지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오늘 성경은 인생이 어떠하다고 말해주십니까?

2) 첫째로, 인생은 한정적(限定的)입니다.

1절에 “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하는데, 특별히 “주는 대대(代代)에”라는 이 말은 주님은 변함이 없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는지, 우리는 한 대에 걸쳐 잠깐 지나가는 존재인 반면에 주는 대대에 계시며, 모든 이들의 거처가 되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하나님 이셨지만 그러나 모세가 120년 만에 가버리고 난 후 그 하나님은 여전히 여호수아의 하나님으로 여호수아에게 힘을 주시고, 격려하시고, 사명을 주시고, 거처가 되어 주셨으며, 여호수아가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삼손, 사무엘, 다윗, 이사야, 베드로, ... 등등의 하나님으로 오늘까지 계십니다. 대대에 인간의 거처가 되십니다!

히 13:8절에는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고 주님의 영원성, 불변성을 증언합니다. 우리는 잠깐 있다가 지나가지만 주님은 그 자리에 영원, 불변하시며 누구에게든지 동일한 은총과 평강을 베푸십니다. 우리는 자신의 대(代)에만 왔다가 사라져 가지만 주님은 대대에 변화가 없으십니다.

왕십리 중앙 교회도 사실 이렇지 않습니까? 예수님 오실 때 까지 왕십리 중앙 교회는 존속하겠지만 이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우리는 기껏 한 세대, 30년이나 40년을 주기로 사라지고, 새로운 이들이 교회를 채울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성도들 가운데 30년 뒤에 여전히 이 자리에 앉아 예배드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바라기는 모두 다 앉아 있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교회는 계속 존속하나 우리는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들이 교회를 채우고 예배할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더 중요합니까?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우리입니까, 계속 존속하는 교회입니까?

자기중심적으로, 단기간적으로 교회를 이해하고 힘쓸 것이 아닙니다. 잠간 있다가 사라질 자기 목소리만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일정한 시간동안 있다가 사라져버리는 존재이지만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할 것으로 대대에 많은 사람들의 거처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가 교회에 있을 때 안식을 누리고, 복을 누리고, 사랑을 누리고, 힘을 얻고, ... 거처가 되신 교회 안에서, 주 안에서 그러한 것들을 누리고 살지만 그러나 우리는 잠간 있다가 사라질 것이기에 우리의 뒤를 이을 자녀들에게 좋은 교회, 편안한 신앙적 거처가 되게 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며 하늘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교회당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불변하고 영원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 하나님뿐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인생은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3절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

인간의 몸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습니까? 과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인간의 몸을 형성하고 있는 16가지 원소들은 보통의 흙 속에 있는 것들로 인간의 몸은 흙으로 만들어졌답니다.

흙이란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가만 두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 스스로 균열이 생기며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흙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인간의 몸 역시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반드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더욱이 하나님께서 명령하셨습니다. 티끌로 돌아가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라!”

그러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거 축복입니다. 사람이 가장 평안함을 느끼는 게 어디 인지 아십니까? 흙에 가까울수록 편안합니다. 공중에 떠 있거나 고공에 있으면 불안하고, 두 발이 땅에 닿으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아예 바닥에 앉으면 자기 집 같이 여겨지고 바닥에 드러누우면 대자로 누울수록 천하태평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예 흙속에 묻히면 숨을 못 쉬어 그렇지 아예 동일화됩니다. 흙으로 돌아가는 것, 축복입니다. 물론 너무 이를 때, 생각지 못했는데 가는 것은 아쉽지만, 때가 되어 돌아가는 것, 복입니다.

돌아가지 않고 영원히 있으면 행복할까요? ‘반만 버려도 행복하다’는 제목으로 노인들의 복지 문제, 그리고 노인들의 존엄사 등에 관해 쓴 책이 있습니다. 그 책 내용 중, 불치의 병에 걸린 어느 노인이 자녀들에게 쓴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결국 무너질 싸움인데 만신창이가 되어 떠나기 보다는 남은 시간을 인간답게 살다 떠나고 싶다. 지난 시간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질병의 고통과 싸우는 것이 전부인 삶은 살아있는 삶이라 할 수 없다. 나의 결정을 존중해주리라 믿는다.”

죽음도 우리 인생의 한 과정입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영원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어떻게? 인간은 흙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겐 영혼이 있습니다.

영혼, 영혼을 위해 밥을 안 먹고, 자기 몸을 학대하는 짐승을 보았습니까? 자기 영혼의 만족을 위해 자기의 재물을 포기하고, 헌납하고, 남에게 주는 짐승을 보았습니까? 영혼의 가르침이라고 자기 목숨을 자기보다 못난이들, 약자들에게 기꺼이 주는 짐승을 보았습니까? 인간은 영혼이 있기에 위대한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간에게 다른 생물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가치를 부여하는 영혼, 이 영혼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요?

어떤 이는 육체의 신경 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영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더욱이 인간을 매우 비슷하게 닮았다는 원숭이에게서도 이런 작용, 즉 영혼의 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원숭이에게 영혼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영혼은 어디서 온 것입니까? 그것은 분명 외부에서 주어진 것입니다. 내 육체 안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주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온 것입니까?

인간 창조에 대한 기록인 창 2:7절,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영혼은 하나님께로부터 왔고, 그 영혼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이 영혼도 결국 돌아가야 합니다. 어디로? 하나님께로!
여기가 좋다고, 이곳이 살기 편하고, 재미있고, 돈도 있고, 명예도, 권력도 있어 여기가 좋다고 아무리 애쓴들 소용없습니다. 나는 돌아가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두고 가야할 곳이 있습니다. 몸은 흙으로, 영혼은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셋째로, 이런 인생은 순식간이며 허망합니다.

4절 이하부터 말씀을 살펴보면 인생은 밤의 한 순간 같은 존재요, 홍수에 쓸려가는 것 같으며, 잠깐 자는 것 같은 존재이고, 아침에 돋는 풀 같은 존재이며, 잠깐 피는 꽃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잠깐 반짝 했다가 곧 허물어지는 존재입니다.

더욱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의 모습이 7절 부터 묘사되는데, 그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 공동번역 성서를 보면, “홧김을 한번 뿜으시면 우리는 없어져 버리고, 노기를 한번 펴시면 우리는 소스라칩니다. 우리의 잘못을 당신 앞에 놓으시니, 우리의 숨은 죄 당신 앞에 낱낱이 드러납니다. 당신 진노의 열기에 우리의 일생은 사그라지고, 우리의 세월은 한숨처럼 스러지고 맙니다.”

이렇게 나약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인생, 그것마저도 날아가듯이 가버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인생은 어느 정도까지는 제 발로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자기의 수고, 자기의 능력,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걸어갑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막 쓸려갑니다. 멈추려 해도 잠깐의 멈춤도 없이 그대로 쓸려갑니다.

대학을 다니다가 군에 가서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했더니 낯 선 아이들이 나 보고 “선배님, 형님, 고참님, ...”합니다. 그러다가 1년이 지나가니 더 많은 낯 선 아이들이 날 보고 “아저씨”합니다. 난 아직도 젊다고 생각 했는데, 갈수록 낯 선 아이들이 몰려 올라오더니 나의 젊은 자리를 빼앗고, 원하지도 않는데 선배니, 고문이니, 아저씨, 좀 심한 아이들은 고물이라며 나이를 자꾸 먹여주며 자리에서 밀어냅니다.

인생은 이렇게 어느 때 부터인가 원하지도 않는 나이를 계속 먹여야 하고, 원하지도 않는 주름살이 생기고, 원하지도 않는 백꽃이 얼굴에 피고, 원하지도 않는 질병이 생기고, 원하지도 않은데 은퇴를 하고, 원하지도 않은데 원로가 되고, ... 누군가가 등을 자꾸 자꾸 밀어서 원하지도 않는데 떠밀려 앞으로 앞으로 쉬지 않고 나아갑니다.

마치 우주의 블랙 홀(Black Hall),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그 거대한 죽음의 공간으로 모든 것들이 빨려 들어가듯이 우리는 어느 나이를 지나면서 부터는 뭔가 앞으로 마구 끌려 들어가듯이 쏠려갑니다.

詩人 김달진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인생 60대는 해마다 늙고, 인생 70대는 달마다 늙고, 인생 80대는 날마다 늙고, 인생 90대는 시간마다 늙고, 인간 100세는 분마다 늙는다.”

그러기에 여든 줄에는 건네는 인사도 "밤새 안녕 하십니까?"로 변하고, 아흔 줄에는 시간마다 대소변, 병 수발에 간병인이 있어야 하니 무조건 오래 산다는 게 기쁨이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황혼의 노인들에게는 10계명이 있답니다. 제1계명: 자식에게 올인 하지 말라. 제2계명: 며느리 잘 모셔야 집안이 화목하다. 제3계명: 돈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 제4계명: 돈보다 먼저 건강이다. 제5계명: 젊게 살려면 젊은이를 따라 하라. 제6계명: 미워도 내 사람이 제일이다. 제7계명: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날들을 즐겁게 보내라. 제8계명: 작은 것을 크게 기뻐하라. 제9계명: 오늘 하루가 감사하면 일생이 감사하다. 제10계명: 자기가 믿는 하나님과 잘 거래 하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10번째가 좀 불손하지만 이해는 된다.)

인간은 40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10대, 20대, 30대에는 가다가 안 되면 멈추어 서서 다시 시작하면 되었지만, 이제 40이 넘어서면서 부터는 다시 시작하기엔 무척 어려운 길입니다. “잠깐만!” 전에는 이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날아갈듯이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 묻혀 막 쓸려갑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월의 가속도가 붙는 이유는 뭔가요? 마지막 정점에 가까이 다가가기에 그러합니다. 멀리 있을 때는 가속도가 별로입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 좁은 정점으로 다가갈수록 흐름이 빨라지듯, 가속도가 붙습니다.

이렇게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날아가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3.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칼 융 (K. Jung)은 인생은 40이 넘어서면서 부터 중년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무엇보다도 심리적으로 변화가 온다고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이렇게 청춘은 가버릴 것인가? 도대체 어디로 나는 가는 것일까?”

그러기에 이때부터 인간의 에너지 방향이 내부로 향하게 되며, 뇌 역시 운동을 관장하는 뇌 보다는 사색을 관장하는 뇌가 발달하기 시작하고, 이 에너지가 영적인 방향으로, 종교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되며, 그 영적 에너지가 다시 삶에 생기를 준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 50이 넘어서도 여전히 에너지를 밖으로만 보내어, 돈 벌이에만 집착하고, 권력에만 집착하면 에너지 고갈이 온답니다. 에너지 고갈이 오면 쉽게 쓰러지고, 병듭니다. 그래서 이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40대, 50대, 60대들은 곰 쓸개즙도 마시고, 사슴피도 마시고, 개구리도 먹고, 뱀도 먹고, 너구리도 먹고, 까마귀 까지 먹는다고 합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시길 그 때에는 더욱 신앙적이고, 영적인 것에 전념할 때 영혼이 잘 되고 육신이 강건하게끔 만드셨습니다. 자기의 건강, 삶에 자신이 없는 이들은 더욱 자기 내부의 에너지를 계속 세상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영적 에너지로 바꾸어 참된 신앙생활에 열심 내어야 합니다. 기도와 묵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십니. 봉사와 섬김에 에너지를 쏟으십니. 큰 기쁨과 평강이 임합니다.


4. 우리는 지금 모두 날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올 해 2번째 안식년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비록 주변 상황이 별로 안 좋아 독일 갔다가 한 주일 만에 돌아오게 되었지만, 암튼 벌써 2번째 안식년입니다.

목회자에게 2번째 안식년이란 벌써 14년, 15년이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이젠 우리 교회에서 옛날 이야기하면 나도 끼어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내가 부임할 때 날 그렇게 기뻐해주던 권사님들, 벌써 세상 떠난 분들도 있고, 은퇴하여 ‘애구 팔다리야’하는 분들이 허다합니다.

세월이 빠릅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말이지 다른 데 신경 쓰느라고 계속 자기 영혼을 위해 신경 쓰지 않으면 제 정신 들 때,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낯선 곳에 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황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적인 삶에, 자신의 영혼을 위한 삶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남은 세월을 계수하며, 지혜를 얻어 인간답게 영적인 생활에 힘을 쏟아가는 사람은 요일 2:17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처럼 복되고 알찬 영원한 삶이 확실히 주어질 것입니다.

날아가는 인생이지만 자신의 생활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힘쓰는 신령한 성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범사가 잘되고 강건하기를 축원하노라 함에 흐뭇하게 ‘아멘!’할 수 있는 성도들로 사시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