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동란 59주년이 되었습니다. 각종 단체에서 6.25 기념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6.25 기념예배를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6.25의 무엇을 기념해야하는가에 대하여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말자’는 역사적인 교훈을 기억하자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 6.25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인지, 그날에 피해를 입고 고통을 당한 억울함을 잊지 말자는 것인지, 우리에게 아픔을 준 공산당에 대한 분노를 잊지 말자는 것인지, 그것을 기억하고, 기념식을 하고, 기념예배를 드린다는 것에 대하여 분명한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시는 이런 민족적 비극이 있어서는 안되니 6.25 기념일을 기해 우리 함께 모여 나라를 위해서 기도하기 위함이라는 명분도 있기는 하지만 하여튼 기념예배를 드릴 때 마다 사실 조금은 씁쓸한 감을 가집니다.

6.25 기념예배에 대한 또 다른 거부감은 왜 그 잔인하고 참담한 6.25를 자꾸 기억하자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동의하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잊혀져야할 아픔을 자꾸 다시 되새겨서 고통을 가중시키고 이젠 용서하고 잊어야할 창피한 일을 자꾸 다시 기억하여 증오심을 키우고 분노를 유지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화해를 하고 용서를 하려면 애써 기억하기 보다는 애써 잊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그날을 기억하면 할수록 화해와 용서가 더 어려워지고 잊은 아픔이 다시 살아나서 분노만 더 클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6.25는 가능하면 잊어버려야 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6.25를 통일전쟁이니, 미국의 사주를 받은 남한이 먼저 북침을 해서 일어난 전쟁이니 하며 역사를 왜곡시키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과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57,933명의 유엔군과 부상으로 인해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간 481,155명, 생사를 알 수 없이 실종된 1,047명의 사람들을 욕되게 하는 철없는 종북주의(從北主義)자들이 있어서 속상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가려지지 않으며 어느 시대나 늘 불온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려니 치부하면 되고 우리는 그만 그 수치스런 역사를 잊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 우리의 상황이 6,25를 잊어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6.25의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수많은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양보로 햇빛을 비췄지만 저들은 우리를 향해 겨눈 총부리를 한 번도 거두지 않았습니다. 얼음을 녹이려고 갖다 준 재화로 남북 관계를 더욱 더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핵실험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금강산 관광길을 끊고, 개성 공단의 문을 닫으려합니다. 근로자를 억류하고 서해를 온통 전운이 감도는 위험지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권력의 후계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일촉즉발의 동족상잔의 위기로 불안하고 어느 주일 아침이 또 한 번의 6.25가 될지도 모르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우리 역사와 체제에 대한 확신을 무너뜨리려는 세력들과의 사상적 대립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처했습니다. 무기보다 무서운 것이 정신이고 그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사상인데 이 사상적 갈등을 이용하여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습니다. 어두움을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더 큰 어두움을 동원하는 어둠의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6.25를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명분을 받아드려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해 보다 더 생생하게 6.25를 기억하고 국가의 정체감이나 우리 체제에 대한 확신 그리고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신앙적 각오로 유물주의의 오염을 막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큰 목소리로 더 간절한 기도로 6.25의 비극을 막는 예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6.25 그날을 다시 생각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