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웰 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바람직한 연배 쌓기’를 의미하는 이 말은 고령화 사회를 맞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덕목이 되고 있다. 사실 그 어떤 노인이 노년에 혼이 빠져 막말하고 또 변을 못 가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어 하겠나.

이 때문에 일찍 죽더라도 ‘품위 있는 마지막’을 원하고 있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 ‘존엄사’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요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노년’을 주목하게 된다. 김 교수는 참석하는 행사장 방명록마다 ‘노인 김동길’로 표시한다고 한다.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회의 어르신’으로 남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사실 김 교수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저항 지식인’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 이미지를 자산으로 무모한 실험을 감행한다. 정계 진출을 시도한 것이다. 결과는 비참했다. 시작할 때에 ‘새 정치’의 기치를 들었지만 마무리는 유신 정권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자민련의 ‘헌 정치’ 틀 안에서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4년의 오점만으로 김 교수의 ‘지성’의 삶을 ‘쇼였다’고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 전면에 다시 부상하고 있는 김 교수는 과거와 판이한 인상을 나타내고 있다. ‘독한 말’로써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무릇 정치 현장에서는 부고(訃告) 기사만 아니라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일단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김 교수는 찬사와 비난이 엇갈리긴 하지만 보수 진영의 ‘이슈 파이터’로서 그 명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김 교수는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자살’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교수가 평범한 정치인이라면, 그러니까 노·김 두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정치 진영에서 ‘뜨기’ 원하는 처지라면, 이 발언은 매우 유의미할 것이다. 자기가 속한 진영에서만큼은 ‘저격수 정치인’이라는 존재 가치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오랜 경륜과 지성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무게 있는 한마디’로 사회를 지도해야 할 위치이다. 게다가 김 교수는 ‘지성’으로 통한다. 특정 대상을 비판함에 있어 개인 보다는 집단, 특정 사안 보다는 그 사안으로 추동(推動)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해 지적해야 한다.

물론 비판 상대의 천부적 생명권과 인격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자살 촉구’라니. 많은 이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내가 (망령이 들어) 바지에 실수라도 했나”라며 본인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지지자들의 맹목적 성원과, 여론과 미디어의 주목에, 중심을 잃고 꽤 고무돼 있는 김 교수의 행태를 보면서 그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김 교수에 대한 비판 열기는 우리 사회 건강한 스승 세대의 부재함을 탄식하는 분위기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그의 총기(聰氣) 회복을 위해 기도한다.

일간 <아시아투데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