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획자들이 금기하는 게 있다. 정보통신 분야 특히 인터넷 문명에 관한 책 내는 것이다. 워낙 진화하는 속도가 빠르다보니 이런 책 내 봐야 곧바로 증보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추세에 역행했던, 그러니까 블로그 관련 서적을 낸 출판기획자들은 울상이다. 순식간에 나타나 전 세계 인터넷 세상을 점령해버린 ‘트위터(twitter.com)’ 때문이다.

트위터는 2006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벤처기업가가 창안했다. ‘트위터(twitter)’는 원래 ‘새들의 지저귐’을 뜻한다. 가볍게 의사소통을 한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트위터의 잠재력은 가볍지가 않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소통의 도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니홈피에선 친구를 사촌으로, 포털 블로그에서는 이웃이라 부르지? 트위터에선 ‘팔로워(follower)'라고 부른다. 김연아 선수의 팔로워는 무려 1만 5000명이 넘었다. 이 트위터는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블로그의 한 종류이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고 하지? 자신의 글, 사진, 동영상을 인터넷상에 올려 이웃에게 보게 하는 것이다. 기성 블로그는 글의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트위터는 140자를 넘길 수 없다.

이런 제약이 있는데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로그에 드라마 비평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긴 문장의 글과 관련 사진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지 않나. 그러나 트위터에는 ‘이거 재밌네’ 이렇게만 올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용이 짧다보니 휴대전화로도 글을 보고 들을 수 있다. 그래도 ‘이거 재밌네’ 이건 좀 심하다. 그래서 트위터는 논리를 펴고 해석을 다는 글 보다는 속보성 소식을 전하는 수단으로 제격이다. 실제 ‘cnnbrk’라는 아이디와 친구를 맺기만 하면 CNN 뉴스 속보를 휴대전화로 받아볼 수도 있다.

그래서 트위터는 최근 대통령 선거에 부정이 있다며 시위가 크게 벌어졌던 이란에서 높은 효용성을 나타냈다. 이런 세계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트위터는 ‘이란 대선’이란 코너를 신설했다. 이란 정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신문·방송의 언론 뿐 아니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버렸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정부의 접속 차단의 벽을 뚫고 우회경로를 통해 트위터에 접속해 현지 소식을 전했다. 이란 정부의 수세적 대처를 눈여겨본 중국 정부는 톈안먼 민주화 운동 20주년을 앞두고 발 빠르게 트위터 등의 사이트를 차단하기도 했다.

과거 통신을 제한하던 시절에 민주화 운동은 어떤 식으로 내부의 상황을 외부에 알렸을까. 톈안먼 민주화ㅣ 운동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때 상황을 짚어보자. 이 때 중국 당국은 당연히 언론과 모든 통신매체를 통제했었다. 하지만 딱 하나 막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팩시밀리였다. 중국 대학생이 미국 대학생에게 내용을 보내면, 미국 대학생은 이걸 언론에 보냈다. 또 미국 대학생은 서방언론의 보도내용을 다시 팩스로 중국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1991년 6월 슬로베니아에 유고가 쳐들어오자 이 지역 대학생들이 PC통신망을 통해 텍스트로 현지 상황을 서방세계에 알렸다. 유고에 분노하는 국제 여론이 들끓었다. 수세에 몰리던 유고, 끝내 유엔 개입으로 본전도 못 찾는 꼴이 됐다.

다시 트위터 이야기로 돌아오자. 이렇게 단문 메시지를 선호하는 풍조는 왜 일까. 시간이 촉박한 세상이다. 또 남 얘기 잘 안 듣는 세상이다. ‘진실은 간결하고 거짓은 장황하다’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것이 단문 메시지를 선호하는 풍조의 배경이란 것이다. (여담이지만 한국 사람들도 단문 좋아한다. 문자 메시지 이용량을 봐라. 연말연시에 하루 1억 통이 오간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트위터가 신속하고 명료한 면이 있지만, 상대의 속내를 명확하게 읽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한 박사가 이런 말을 했지?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설파했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라도 어떤 미디어를 통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트위터의 글에서 상대의 속 깊은 진심을 읽기란 쉽지 않다.

이런 트렌드에 정치권이 민감해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미디어 선진국인 미국의 정가를 보자.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선거 초반의 열세를 딛고 당선되는 데 텔레비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드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트위터 연구 또 활용에 열정적인 정치인들이 꽤 있다. MBC 사장을 지낸 민주당 최문순 의원 같은 경우, 어제 "국회가 산회를 했는데 저희도 한나라당도 회의장을 못나가고 있습니다"라며 본회의장에서 대치하는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식물국회라 하지 맙시다. 식물은 매우 부지런합니다"라는 글로 시작해 "오전에 제 방에서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했는데 아직까진 성과 없어 죄송합니다"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언제 트위터를 통해 “드디어 여야가 합의했습니다”라는 소식을 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