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로서 ‘목회란 쉬운 것이다.’ 라고 공언(公言)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어딘가 좀 모자라는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목회는 어렵다. 목회자가 다만 주일 아침, 원근 각처에서 모여온 청중을 향해 일주일 동안 정성껏 준비한 한편의 설교를 전하는 것으로 그의 목회 사역이 국한된다면 그다지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것은 오히려 일주일 동안 서재에서 연구한 자기 창작품(創作品)을 발표한다는 쾌감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목회의 어려움은 일주일 동안 강력한 세상 풍조의 영향 속에서 물들여온 온갖 종류의 청중을 20-30분 동안의 설교로 하나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어야 한다는데 있을 뿐 아니라, 저들의 영적 생활과 육적 생활을 늘 다스리어야 한다는데 큰 어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목장의 양떼처럼 일정한 목양지(牧羊地)의 푸른 초원에 거하거나 어떤 우리처럼 무슨 교회 기숙사라도 있어, 초대 교회처럼 침식을 함께 한다면 그 어려움은 반감(半減) 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사단이 왕 노릇하는 모든 거리, 온갖 종류의 검은 유혹 속에서 일주일을 방목(放牧)되어진 상태에서 그들의 영적, 육적 생활을 통제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당신의 남편이 진정 양심적이고 책임감에 민감한 목회자라면 양떼의 숫자가 늘어 갈수록 그들을 다스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야 하며 많은 아픔을 안고 그의 기도실에서 하나님께 고하여야 함을 당신은 알아야 할 것이다.

양떼를 돌봄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전체를 다스림이요, 또 하나는 개개인을 다스림이라면 목회의 전자는 당회장으로서, 후자는 심방자로서 감당하게 될 것이다 .

그가 당회실에서 일할 때

목회자는 설교자로서 서재에서만 있을 수 없다. 목회는 이름 그대로 양떼를 다스리어야 한다. 다스림은 정치이다. 그런데 목회 정치의 어려움은 외적(外的)인 것보다 내적(內的)인 데
있다. 영적인 데 있다. 그의 목회 정치의 어려움은 어떤 강력한 경찰력(響察力)이 없이 다만 모든 교우들은 영적이며 도덕적인 감화를 통해서 다스리어야 한다는데 더욱 크다. 그러므로 당신의 남편은 이 어려움을 번번이 그의 당회실에서 직면하게 마련이다.

그는 외적으로는 각 부서의 조직 관리를 해야 하고, 통솔력이 있고 헌신적인 인물을 선출하여 각 부서를 활기 있게 하도록 인사관리를 해야 하며, 하나님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쓰여 지게 하기 위해 교회 재정을 관리하는 치밀성을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모든 양떼들의 영적인 상태에 언제나 민감해야 한다. 교인들은 날로 믿음이 성장되고 기도의 열기 (熱氣)가 높아가고 충만한 능력을 얻어 저들이 저들의 처소에서 사단과의 싸움을 승리로 장식하도록 돌보아야 한다.

마침내 여기저기에서 교인들이나 기관들이 승리하고 있는 보고를 받을 때에 목회자는 그의 당회실에서 상황판을 보며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그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많은 교우들이 믿음의 요동이 일어나고 기도소리가 약화되어 가고 이 기관, 저 구역에서 사단의 세력에 의해 패퇴하는 기미를 느낄 때, 그의 가슴은 심한 아픔으로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역할은 언제나 그가 만만의 자랑으로 방심할 때, 주의해 주어야 할 것이며, 패퇴의 기운 속에서 그가 낙심할까 사랑의 격려를 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당회실에 언제나 두 가지가 들어오는 것을 당신은 금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만과 낙심인 것이다. 자만만큼 낙심은 얼마나 교회의 전진을 방해하게 만들었던가? 자만은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이요, 낙심은 하나님을 불신하는 데서 기인되는 것으로 믿음이 없는 행위이다.

당신은 그의 조수로서, 비서로서, 보좌관으로서의 가장 큰 중책은 자만과 낙심이 그의 당회실을 노크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수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당회실에서 만나는 큰 어려움은 때로 엉뚱하게도 교회 지도급에 속한 자들에 의해서 생기고 있다. 때로 수많은 교우를 통솔하기보다 몇몇의 교회 지도자들의 편견과 아집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그의 목회 계획안들은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채로 그의 미결함(末缺陷)에 사장(死藏)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때에 그는 몹시 피곤한 몸과 낙심한 마음으로 목사관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때 당신은 무엇을 도울 것인가?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어야 한다. 1939 년 5월 15일 최봉석 목사님은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되었다. 그러한 최 목사님도 너무나 신앙이 뛰어나지만, 그의 사모님도 훌륭하다. 한번은 그 사모님의 면회를 갔을 때 부인을 보고서 눈으로 인사를 하면서 최 목사님은 말했다. ‘항상 기뻐하라’ 부인은 대답하기를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이 면회의 전부였다. 만약 그때 사모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신세타령하거나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며 그가 타협할 것을 애소했다면 아무리 강심장의 최 목사님도 흔들리고 말았을 것이다. 당신이 신앙에 굳건히 설 때, 그의 믿음은 더 든든하고, 당신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확신할 때, 그의 확신도 반석 같아서 어느 누구의 반대라도 하나님의 뜻임을 알 때는 담대히 밀고 나갈 것이다. 그가 낙심하여 돌아와 누운 목사관에 당신이 부르는 확신의 찬송이
울려 퍼질 때, 그의 마음은 ·차츰 어두움이 걷히어 환희의 태양이 빛나기 시작할 것이다.

아니, 더 지혜로운 목회자 부인이라고 하면 그가 당회실에서 그가 어떤 목회안(案)을 결정하고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혀 낙심하기 전에 이미 당신과 의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분명 당신이 언제나 기도의 손을 들고 있고, 그가 어떠한 의논을 할 때마다 철딱서니 없이 좁은 소견(小見)을 앞세우지 않고 조용히 경청하고 생각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그는 언제이고 모든 제반사를 일단 당신과 함께 의논 하게 될 것이며, 당신의 지혜를 구할 것이다.

대부분 명분 있는 일이나 장기적인 문제에서는 남자가 앞서는 법이라면, 실제적인 일이나 단기적인 문제는 여자가 더 능(能)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와 당신이 깊은 대화 속에 얻은 결론은 얼마나 조화된 안이 될 것인지. 때때로 당신이 기도하는 중에 혹은 명상하는 중에 습득된 교회 성장을 위한 계획이었다면 더 다듬고 더 깊이 기도한 후 그에게 암시하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즉흥적이어서는 더욱 아니 된다.

아니, 당회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그를 종용하는 태도는 더 더구나 금물이다. 미리 한두 달 전부터 그에게 암시하라. 그것은 그의 속에 심어지고 키워지며 소화되어 마침내 조개 속에 오랜 세월 형성된 진주처럼 완벽한 계획안이 당회실의 탁자 위에 빛나게 될 것이며, 그것은 힘차게 발언되고 추진되어 갈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 때에 그는 더욱 당신을 신뢰할 것이며 제반사를 사전에 지혜로운 당신과 의론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가 소외된 양떼를 찾고 있을 때

목회는 또한 소외된, 잃은 양을 찾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 . 예수님은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고 하셨다.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아 아흔아홉 마리의 양떼를 들에 두고 헤매시며 다니기를 원하시던 주님은 오늘도 그의 목회자들이 그 일을 대행하기를 원하신다. 그런데 어찌 목회자가 여기 아흔 아홉 마리의 양떼가 다 건강하게 내 곁에 있음 때문에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고 자만하며 누워있을 수 있겠는가?

당신의 남편은 한 마리의 소외된 양, 잃은 양으로 가슴 아파하며 그의 기도실에서 하나님께 눈물로 호소할 것이며, 심방 가방을 끼고 삼복더위거나, 눈이 내리는 구진 날씨거나 불구하고 좁은 장터를 지나 다시 높은 언덕을 오르며, 주소의 번지를 헤아리며 어찌 헤매지 않을 수 있으랴. 마침내 그가 가까스로 찾아낸 대문을 두드릴 때, 문을 열고 처음에는 당황하던 교우는 차츰 냉정한 태도로 돌아가 거부의 몸짓으로 멈칫거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체면 불구하고 들어가서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고 눈물의 권면을 할 때, 그 교우의 냉정한 표정은 걷히어 가고 홍조를 띠고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 때에, 아! 그 기쁨을 목회자 외에 누가 더 알리요. 그때에 다리의 아픔도, 배고픔도, 목이 갈함도 다 사라지고 돌아오는 그의 발걸음은 온통네 사람을 불러 잔치하고 싶은 기쁨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목회에 있어서 심방은 이만큼 중요하다.

찾아오게 하는 면담도 중요하나 잃어버린 자를 찾아가야 되는 심방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당신의 남편이 언제나 심방에 부지런하도록 당신은 도와야 할 것이다. 그로 하여금 자발적인 심방을 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은 당신이 끝없이 교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다. 심방인을 통해서이든, 구역을 통해서이든 모든 교우의 상태를 수시로 주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중에 꼭 목회자의 심방이 필요한 이들을 선별하여 그 정보를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는 그 소식을 접할 때, 목회자의 아픔이 나타날 것이며 기도하게 되고, 마침내 그는 심방 길을 나서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당신의 마음이 사랑으로 넘쳐 있어야 한다. 사랑의 마음 없이는 양떼에 대해 무관심해질 것이나, 사랑의 마음은 어머니처럼 본능적으로 양떼를 돌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창조 시에 남자는 ‘공의’면에, 여자는 ‘사랑’면에 그 특징을 부여했다면 그의 목회의 사랑의 분야를 당신이 주도하게 될 때, 그의 목회는 사랑의 목회로 장식 될 것이다.

흑룡강, 장백산 부근의 조그마한 고을에서 일어나 송나라를 제압하고 금(金)이라는 큰 나라를 이룬 경조 혜항제(惠恒帝)는 그 도량이 넓고 평소에 소리 높이 웃기를 잘 하며, 안색을 변하여 화내는 일이 없으며 재물에 대범함으로 많은 인재들이 그의 수하에 모여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황제 뒤에는 ‘다보진’ 황후의 숨은 공로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인색함이 없고 후덕함이 매우 컸다고 한다.

배고픈 자, 헐벗은 자가 그녀의 도움을 늘 입었고, 많은 손님을 대접했으며, 때로 다툼이 일어날 때도 웃는 얼굴로 양쪽을 말리며 아름다운 노래로써 시비하던 사람들의 입을 막았다고 한다.

또 그녀는 남편 경조(景祖)가 아직 무비(武備)가 약하므로 요나라의 침공을 당할 뻔 했을 때, 요나라의 의심을 풀기 위해서 남편이 시키는 대로 인질로 잡혀가 적진에서 지냈으며, 그 바람에 마음을 놓고 있는 요나라를 남편이 공격하여 대승하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다보진’과 같은 후덕한 여인을 부인으로 두고 있는 목회자야 말로 얼마나 그의 목회가 성공적이 될 것인가는 눈을 감고도 알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