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단 77회 총회장을 지낸 한영제 장로님 공로비 제막식에 다녀왔습니다. 그 분의 공로를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그 분의 삶의 족적을 비(碑)에 새겨 세우는 예식이었습니다. 저는 그 분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우리 노회 행사였기에 계획부터 예식에 이르기까지 참여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한 평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한 평생이지만 그 한 평생을 어떻게 사는가는 너무나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에게 허락된 이 땅에서의 시간들을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한 평생 짧은 여정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공헌으로 시대를 이끌고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누구나 자기 생업을 가지고, 누구나 가족이 있고, 사회적 직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생업, 그리고 그 직임들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참으로 천차(千差)요 만별(萬別)입니다.

똑같이 80여년을 세상에 살면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폐까지는 아니어도 남에게 아무런 덕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공로비를 세워서 후대에 기려야할 만큼의 귀한 삶으로 덕을 끼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누구나가 다 수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그 어려움 때문에 무너져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어려움을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귀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똑같은 시대와 환경에 살면서도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시대의 수레바퀴에 깔려서 사라져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 어디를 가든지 그의 발자국(足跡)을 남깁니다. 자랑스러운 발자국일수도 있고 부끄러운 발자국일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살아있을 때보다 죽은 후에, 자리에 앉아있을 때 보다 내려 온 뒤에, 자신의 평가보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에, 아직 힘이 있고 아직 가진 것이 있는 동안에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누군가가 쓴 글에서 사람이 죽을 때 세 가지 후회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베풀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가난하게 살았든 부하게 살았든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좀 더 주면서 살 수 있었는데… ”라고 후회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긁어모으고 움켜쥐어봐도 별 것 아니었는데, 왜 좀 더 나누어주지 못하고 베풀며 살지 못했을까? 참 어리석게 살았구나...” 이런 후회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 왜 내가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했던가?”하고 후회한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지나고 보면 좀 더 참을 수 있었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참았더라면 인생이 좀 달라졌을 텐데 참지 못해서 일을 그르친 것이 후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빡빡하고 재미없게 살았을까? 왜 그렇게 짜증스럽고 힘겹고 어리석게 살았을까? 얼마든지 기쁘고 즐겁게 살 수 있었는데……”라고 하며 복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며 또한 이러한 자신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한 삶을 살았던 것에 대해서 후회한다고 합니다.

이 세상의 짧은 한 평생을 후회 없이 살고 내 인생의 족적을 후세 사람들이 기리고 마음에 새길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성공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의 족적을 따라 살 수 있도록, 그래도 전혀 후회 없는 삶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사는 삶이 성공적 삶입니다. 나의 삶을 기리는 공로비가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는 심비(心碑)로 남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성공적 삶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족적을 남깁니다. 우리가 남길 족적이 어떤 것일까? 훗날 우리 후배들이 바라볼 나의 족적(足跡)을 생각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