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질’이라는 말, 들어보셨나? 이건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조어(釣魚)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끌어 모으는 행위를 일컬어 ‘낚시질’이라고 하는 것이다. 낚시하는 강태공은 호객하는 사람이 되겠고, 떡밥은 호객을 위한 미끼가 될 것이고, 물고기는 소비자가 되겠지? ‘낚시질’은 그래서, "무조건 눈에 띄게 해야 한다" 이런 홍보 마케팅이라 하겠다.

가장 위험한 낚시질은 역시 ‘보이스 피싱’이다. “당신 통장에서 지금 몇 백 만 원이 인출됐다”라면서 유인하는 문자 메시지, 이런 거 받은 사람들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아니 내가 언제 돈 인출했어? 웃겨!”하며 답 전화하다보면 영락없이 걸려든다. 이런 메시지는 그래서, ‘꾀어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보이스 피싱 뿐인가. 몇몇 상품을 터무니없이 싼 값에 내걸고 손님을 끌어 모으는 행위는 유통회사들의 단골 마케팅 기법이기도 하다.

그밖에 인터넷에서도 집단적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글에 ‘미끼 제목’을 다는 경우가 많다. ‘정보의 바다’에서 떠돌다 미끼를 물었으니 이런 경우를 ‘낚였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끼워주기’도 일종의 고도의 낚시질이다. 하지만 이걸 갖고 얄팍하다거나 속임수 쓴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짜선물을 준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끼워주는 상품의 값도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맞다.

요즘엔 지성을 사고파는 출판업계에서도 흔한 일이다. 며칠 전 <한국일보> 보도에 실린 내용이다. 최근 발간된 토머스 우즈 주니어의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비판한 책이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한국판 제목과는 다르게, 미국에서 팔리는 책의 원래 제목은 대폭락을 뜻하는 'Meltdown'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해 반발하며 미국의 새 권력층이 대안으로 제시한 게 고작 한 물 간 케인스주의이냐? 이게 말이 되느냐’가 이 책의 논지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관참시도 아니고 죽은 케인스를 또 죽이다니 납득이 안 간다.

이것만이 아니다. 마이클 라보시에의 <마릴린 먼로의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읽다>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원제가 'What don't you know?'이다. “왜 몰라?” 이런 뜻이지? 철학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조금 더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마릴린 먼로를 등장시킨 제목이라고 한다. 올 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토니야 레이맨의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는 의사소통에서 몸짓언어의 중요성을 분석한 책인데, 야릇한 한국판 제목과 달리 'The Power of Body Language' 즉 ‘몸짓언어의 힘’이라는 무척 정직한 원제목을 갖고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런데 진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사마저도 ‘낚시질’에 여념이 없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필자의 얘기이다. 수년 전, 모 유명 여자 탤런트와 유명 스포츠 선수가 결혼해 화제를 모으던 무렵이었다. 어떤 스포츠신문이 이런 헤드라인의 기사를 실었다. “새 신부, 애 못 가진다” 이렇게 말이다. 사람들은 불임 증상에 시달리는가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궁금해서 사 봤는데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기막혔다. “바빠서 애 못 갖는다” 이런 내용이었다. 이 무렵은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던 때였다. 그런데 요즘엔 유력 일간지의 홈페이지에서도 이런 낚시성 제목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유명 포털 사이트가 뉴스 편집을 각 언론사에 맡기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고 하던데.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말씀하시는 건데. 각 신문 또는 방송사 자체적으로 기사 제목을 만든다. 이걸 본 누리꾼은 구미에 당기는 기사제목에 클릭해 본문으로 접근하게 되고. 이 때문에 언론사들은 저마다 많은 접속을 유도하기 위해 매우 선정적인 제목을 내세운다. "박해미, 후배 구타" 이 내용을 클릭하면 "박해미 씨가 후배를 구타했다는 소문에 대해 부인했다"는 나오고, "한 뼘 길이 미니스커트 시선집중" 이런 기사에는 "백화점에서 올해는 초미니 패션이 유행할 것"이란 분석이 노출된다.

사실 낚시질에도 기술이 있다. 옥상훈 한국SW아키텍트연합 공동의장이 쓴 ‘꽃보다 제목’이란 칼럼을 인용해본다.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 내조의 여왕, 찬란한 유산 이것들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대박 난 드라마 이름이며. 또 다섯 자란 점이다. 이렇게 대중에게 호소하려면 제목이 간결해야 한다. 또 사람들에게 흔하고 알려진 소재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에 드라마 제목, 꽃, 남자, 아내, 유혹, 내조, 유산. 어떤가. 어려운 단어가 있던가. 하지만 유혹만을 위해 낚시질 했다가는 사용자의 냉소는 물론 나아가 홍보를 꾀했던 미디어의 명성마저 깎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낚시질을 부르는 세태,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론 안 된다’는 심리겠지? 설정과 편집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심리이다. 이런 과정을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게 과하고 도를 넘으면 수용자를 기만하는 꼴이 된다. 물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도 있겠지. 색다른 것, 놀라운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기에 이런 설정들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요즘 자연스러움을 갈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