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있는 교회로 부임을 간 목사님 한 분이 교우들의 가정을 살펴보기 위해 첫 부임 심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한 집사님 가정을 심방 하게 되었는데 그 가정은 그 교회에서 가장 가난한 교우들 중의 한 가정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집사님은 새로 오신 목사님을 대접한다고 칼국수를 한 상 차려내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 목사님은 소화 계통이 약하여 밀가루 음식은 잘 먹지를 못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이 집은 참으로 가난한 가정인지라 칼국수를 먹고 가지 않으면 시험에 들까봐 목사님은 연신 "그 칼국수 참 맛있다"라며 칼국수 한 그릇을 다 비우셨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심방 가는 곳마다 그 싫어하는 칼국수가 계속 차려져 나왔습니다. "우리 목사님, 칼국수 무척 좋아하신다면서요!"라며.

그 목사님은 아무 말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칼국수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심방이 끝날 때까지 위장에 탈이나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 거렸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손 목사를 가리켜 아주 까다로운 목사로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대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음식 때문입니다. 목사는 무엇이든지 잘 먹어야 하는데 모처럼 담임목사가 심방 온다고 해서 최선을 다해 음식준비를 했는데 목사가 먹는 꼴을 보면 정이 뚝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을 먹어도 가리는 것이 많습니다. 마요네즈가 들어간 샐러드라든지, 빵 같은 밀가루 음식들은 잘 먹지를 못합니다.

또한 많이 먹으면 좋겠는데 남들이 보기에 그렇게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차를 마셔도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도 잘 마시지 않고, 주로 국산 차나 녹차를 즐겨 마십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교우들은 이 손 목사를 가리켜 입맛이 까다로운 목사라고 곧잘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가 이렇게 된 것은 소음인이라는 체질적인 이유도 있지만 오래 전에 앓았던 질병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고 2학년 때부터 수년간 폐결핵을 앓았습니다. 요즘은 부작용이 적은 좋은 약이 많이 나왔지만 그 당시 보건소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파스'라는 약인데 이 약은 값은 싸지만 치명적으로 위를 상하게 하는 약이었습니다. 이 약을 먹을 때는 위를 보호하기 위해 원기소와 함께 먹는데 보통 한번 약을 먹을 때마다 한 움큼씩 먹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약을 하루에 세 번씩, 몇 년간이나 먹으니 이 위가 온전해질래야 온전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 후 폐결핵은 완치되었으나 저의 위는 상당히 상해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커피라든지 밀가루 음식 등을 잘 먹지를 못하고 또 많이 먹지를 못합니다. 위가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먹는 것을 절제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것이 우리 교우들에게 은혜도 되지 않고 부담도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새롭게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아무거나 잘 먹고, 많이 먹는 은혜로운 목사가 되자!"
여러분, 저가 심방할 때 커피도 주시고, 빵도 주십시오. 잘 먹겠습니다.

/ 고양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