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 탈퇴를 천명한 이재철 목사가 최근 서울서노회의 소환에 응한 뒤 당시 소회를 설교 시간에 소상히 밝혀 주목된다.

이 목사는 7월 19일 주일 예배 시간에, “조사 직전에 기소위원회 위원장이 녹음을 하려 했을 때 ‘나도 녹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거부당했다”며 “‘단지 묻는 질문에 ‘예’ ‘아니오’라고만 답하는 상황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재차 녹음 허락을 요청했지만 답은 똑같았다”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 자리에서 ‘이름이 이재철입니까?’ ‘나이가 60세입니까?’ ‘100주년기념교회의 담임목사입니까?’ ‘주소가 마포구 합정동 144번지 입니까?’ ‘1990년 평양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습니까?’ ‘당시 안수를 받을 때 교단헌법을 지키고 교단의 권징과 치리에 순종한다는 등의 서약을 했습니까?’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장로권사호칭제 정관을 제정하고 실시했습니까?’ ‘4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 100주년기념교회는 장로권사호칭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등의 질문을 받았다며, 이에 모두 ‘예’라고 대답했고 이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채 10분도 안 됐다고 밝혔다.

탈퇴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소환에 응한 이유에 대해서 이 목사는 “45년 동안 몸 담았던 교단에 대한 마지막 의무와 예의를 다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앞으로 독립교회연합회 소속의 목사로서, 주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을 거두시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예장 통합 서울서노회는 이 목사가 시무하는 백주년기념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장로권사호칭제와 관련해 ‘의무를 위반하고 불법을 자행했다’며 교단 기소위원회에 고발한 뒤 지난 7월 16일 소환해 조사했다.

다음은 이 목사의 설교 내용 전문.  

백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7월 19일 주일설교 '깨닫고' (행 12:6~12) 우리 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장로권사호칭제와 관련하여 제가 속해 있던 교단(Denomination)이 교단에 대한 ‘의무를 위반하고 불법을 자행했다’는 이유로 저를 교단 기소위원회에 고발하였고, 교단 기소위원회는 제가 교단을 탈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게 출석요구서를 보내왔음을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이 시간에는 제가 기소위원회에 다녀온 보고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지난 목요일(7월16일) 오전 11시 노회(presbytery) 사무실에서 저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기소위원회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 시작 직전에 기소위원회 위원장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녹음기를 켜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사내용을 녹음한다면 저도 녹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저는 녹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피고발인에게는 어떤 진술도 허용되지 않고, 단지 묻는 질문에 ‘예’ ‘아니오’라고만 답해야하므로 녹음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저 역시 이 자리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지만, 제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도 조사내용을 녹음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기소위원회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겨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름이 이재철입니까?’ ‘나이가 60세입니까?’ ‘100주년기념교회의 담임목사입니까?’ ‘주소가 마포구 합정동 144번지 입니까?’ ‘1990년 평양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습니까?’ ‘당시 안수를 받을 때 교단헌법을 지키고 교단의 권징과 치리에 순종한다는 등의 서약을 했습니까?’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장로권사호칭제 정관을 제정하고 실시했습니까?’ ‘4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 100주년기념교회는 장로권사호칭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저는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것으로 피고발인인 저에 대한 기소위원회의 모든 조사는 끝났습니다. 소요된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네 분의 기소위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제 공식적인 조사가 끝났으니, 개인적으로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가 장로권사호칭제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장로교 소속의 목사가 장로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과연 위법이냐의 문제입이다. 예를 들어 장로교 목사가 침례교회의 청빙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십시다. 본래 장로제를 인정하지 않는 침례교회에서도 이미 호칭장로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경우 장로교 소속 목사가 호칭장로제를 실시하는 침례교회를 목회한다고 해서, 그것이 장로교의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100주년기념교회는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한국연합교회의 형태로 초교파적 독립교회로 세웠습니다. 따라서 특정교단의 헌법을 따를 수 없는 100주년기념교회는 자체정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로교헌법은, 장로는 당회의 결의로 노회의 허락을 받아 공동의회에서 총 투표수의 3분의 2이상의 득표로 선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는 상임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므로 장로교의 당회가 없습니다. 독립교회이므로 장로교의 노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100주년기념교회의 장로권사호칭제가 장로교헌법과 어긋나는 것은 장로를 투표로 선출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을 이유로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가 장로교헌법을 어겼다고 제제할 수 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6월26일 교단을 탈퇴하였습니다.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제가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를 목회함으로 인해 교단이 불편해했고, 또 제가 특정교단 소속의 목사로서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와 교회에 더 이상 걸림돌로 작용해서도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탈퇴는 제가 사랑하는 교단과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그리고 100주년기념교회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소위원회는 이미 교단을 탈퇴한 제게 출석요구서를 보내왔습니다. 처음에는 기소위원회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출석하기로 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교단에 공식적으로 인사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동안 교단이 양화진과 관련하여 교단지를 내세워 저를 부당하게 공박하면서도, 교단의 어느 누구도 저를 불러 진실을 알아보려 한 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기소위원회에서 저를 불러주셨으므로, 이 자리를 빌려 교단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여 이 자리에 출석했습니다. 두 번째 출석이유는, 제 진심을 전해드리기 위함입니다. 교단에서는 교단의 관점으로 제가 목회하는 100주년기념교회의 장로권사호칭제가 교단헌법을 어겼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 교인들은 자신들과 관련도 없는 교단의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또 장로교가 아닌 타 교단에서는 이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겠습니까? 더욱이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겠습니까? 저는 제가 사랑하는 교단이 이 사안과 관련하여 세월이 흐른 뒤에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이 말씀을 진심으로 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출석하였습니다. 저는 지난 6월26일 자로 이미 교단을 탈퇴하였으므로, 앞으로는 또 다시 교단에서 출석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비록 교단을 떠났지만, 제가 몸 담았던 교단의 정신만은 계속 간직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앞으로 혹 길에서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 올리겠습니다. 이로써 저는 45년 동안 몸 담았던 교단에 대한 마지막 의무와 예의를 다 하였습니다. 앞으로 저는 우리 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독립교회연합회 소속의 목사로서, 주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을 거두시기까지, 이 양화진동산에서 모든 사람을 살리고 사랑해야하는 양화진묘지기의 소명을 다 하기 위해 저의 남은 신명을 다 바칠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깨달음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습니다. (고전13:11)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바울 사도는 바른 깨달음 여부를 어린아이와 성인의 분기점으로 간주하였습니다. 깨달아야할 것을 깨닫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산 사람도 실은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에서 바울의 지적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깨달음과 관련하여 훨씬 더 엄중하게 말씀하십니다. (사1:3)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 도다’ 하나님께서는, 깨달아야할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얼마나 타당한 말씀이신 지는, 인간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더럽히고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언제나 짐승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도, 심각한 오염도, 자연법칙의 파괴도, 모두 짐승이 아닌 인간에 의해서만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편 49편 20절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시49:20) ‘존귀하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 깨달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님 역시 이 땅에 계시는 동안 제자들에게 수 차례나 깨달음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나 깨달음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깨달음 이후입니다. 다시 말하면, 깨달음의 참됨 여부는 깨달음 이후에 드러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인생의 유한함을 깨달았다고 합시다. 그것은 참으로 소중한 깨달음일 수 있습니다. 유한한 인간의 한계점이 영원한 진리와의 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유한성을 깨달은 사람이 기껏 무당을 찾아 푸닥거리나 하고 다닌다면, 그 사람의 깨달음은 바른 깨달음일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본문은, 그리스도인의 바른 깨달음은 그 이후에 무엇을 수반하게 되는 지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베드로가 참수형을 당하기 전날 밤, 베드로를 구출하기 위해 감방 속에 나타난 주님의 사자는 베드로에게 먼저 ‘띠를 띠라’고 명령했습니다. 그것은 단지 옷매무새를 고치라는 말이 아니라, 주님을 위해 다시 한 번 새로운 결의와 굳은 각오를 다지라는 의미였습니다. (9) ‘베드로가 나와서 따라갈새 천사가 하는 것이 생시인 줄 알지 못하고 환상을 보는가 하니라’ 주님의 구출이 얼마나 신비로운 방법으로 이루어졌던지, 당사자인 베드로는 주님의 사자를 좇아 감방을 나서면서도 그것이 현실이라고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10-12상) ‘이에 첫째와 둘째 파수를 지나 시내로 통한 쇠문에 이르니 문이 저절로 열리는지라 나와서 한 거리를 지나매 천사가 곧 떠나더라 이에 베드로가 정신이 들어 이르되 내가 이제야 참으로 주께서 그의 천사를 보내어 나를 헤롯의 손과 유대 백성의 모든 기대에서 벗어나게 하신 줄 알겠노라 하여 깨닫고’ 베드로는 감옥 정문을 나와 한길에 이르러서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 속의 실제 상황임을 인식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참수형에 처하려는 헤롯 아그립바와 유대인들의 모든 음모와 기대로부터 주님께서 친히 자신을 구해내셨음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귀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이 아무리 볼품없어도 자신을 주님께 드리기만 하면, 죽음을 깨트리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방법으로 자신을 온전히 책임져주신다는 깨달음은, 감옥과도 같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유한한 인간에게 얼마나 보배로운 깨달음입니까?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머리로 깨달은 지적유희가 아니었습니다. 참수형을 당하기 직전, 죽음의 골짜기에서 자신의 삶으로 직접 체득한 체험적 깨달음이었습니다. 전능하신 주님의 책임져주심을 삶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깨달았으니 이 세상에서 무엇을 두려워하며, 또 주님을 위해 무엇을 주저하겠습니까? 베드로가 이처럼 극적인 체험을 통해 극적인 깨달음을 얻은 만큼, 그 이후 베드로에게는 그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극적인 삶이 전개되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12) ‘깨닫고 마가라 하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에 가니 여러 사람이 거기에 모여 기도하고 있더라’ 베드로는 그 소중한 깨달음 후에 마가라 하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 집은 특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베드로가 믿음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예배드리거나 기도하던 처소였습니다. 그곳에서 베드로가, 자신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특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유별난 언행을 보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17) ‘베드로가 그들에게 손짓하여 조용하게 하고 주께서 자기를 이끌어 옥에서 나오게 하던 일을 말하고 또 야고보와 형제들에게 이 말을 전하라 하고 떠나 다른 곳으로 가니라’ 베드로는 그곳에서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던 믿음의 형제자매들에게, 주님께서 자신을 어떻게 구원해주셨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와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기를 부탁한 뒤, 베드로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복음을 전하기 위해 또 다른 곳으로 표표히 떠났습니다. 이상과 같은 베드로의 행적은 우리에게 값진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바른 깨달음은 그것이 특별한 체험을 통한 특별한 깨달음일수록 거창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별케 해주고, 설령 대수롭지 않아 보일지라도 그 일을 충실히 이행하게 해줍니다. 다시 말해 참된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뜻이 ‘나중에 저 자리에서’가 아니라,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가 생전에 아내와 함께 CNN의 ‘래리 킹 쇼(Larry King Show)’에 출연한 것을 시청한 적이 있습니다. 리브는 한때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배우였습니다. 잘 생긴 얼굴에 정의의 사자로만 등장했기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슈퍼맨’ 리브를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인기절정의 배우가 1995년 승마경기에서 불의의 낙마사로로 전신불구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 순간의 인생몰락이었습니다. TV 화면에 비친 리브는 손과 발이나 손가락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얼굴조차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단지 눈과 입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대화내용은 얼마나 맑고 밝았는지 모릅니다. 특히 사고 이후 2004년 리브가 심장마비로 타계할 때까지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준 부인 다나 리브(Dana Reeve)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육감적인 미가 아니라, 영혼의 아름다움이 베어나는 신앙의 내적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전신불구인 것과는 상관없이 남편은 변함없는 자신의 사랑하는 남편이요, 자신은 사랑하는 남편의 아내라고 답했습니다. 래리 킹이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만약 지금 일어나서 걸을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겠느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은 그에게 얼마나 가슴 설레는 질문이겠습니까? 밤낮 가만히 누워 있어야만 하는 그가 정상인처럼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은 얼마나 많겠으며, 가고 싶은 곳과 보고 싶은 것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러나 그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만약 자신이 정상인처럼 일어나 지금 걸을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이 방의 방문을 열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대답보다도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거창한 대답을 했더라면, 그의 대답은 공허하게만 들렸을 것입니다. 그는 만약 자신이 걸을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깨달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기적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와 하루하루 함께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은 날마다 기쁨이고 기적입니다’는 그의 말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습니다. 래리 킹의 마지막 멘트처럼, 크리스토퍼 리버는 전신불구자가 되어 도리어 진정한 슈퍼맨이 되었습니다. 건강한 배우였을 때, 그는 고작 만화 같은 영화의 주인공이었을 뿐입니다. 그런 황당한 이야기의 영화로는 사람의 인생을 새롭게 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십상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의 슈퍼맨을 흉내 내기 위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다친 아이들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전신불구자가 된 뒤에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해주는, 진정한 슈퍼맨이 되었습니다. 그 자신이 진정한 깨달음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을 수조차 없는 신비로운 방법으로, 주님께서 자신을 온전히 책임져주심을 자기 삶의 체험으로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 속에서 베드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조용히 실천했습니다. 본문 12절에서 우리말 ‘깨닫다’는 의미로 사용된 헬라어동사 ‘쉬네이도(suneido)'은 ‘함께’라는 의미의 전치사와 ‘보다’는 뜻의 동사가 합쳐진 합성어로서, 본래 ‘함께 보다(to see together)’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깨닫는다는 것은 함께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엇과 함께,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따라 깨달음의 내용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주님과 함께 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참된 그리스도인은 어떤 상황 속에서든 주님과 함께 주님의 관점에서 ‘지금 이 자리를’ 직시함으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일지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실천합니다. 자신과 함께 하시는 주님께서 자신의 삶을 통해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의 뜻을 현재진행형으로 이루고 계시고, 또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져주심을 이미 깨달아 밝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의 베드로를 포함한 사도행전의 주인공들은 유별난 삶을 살거나, 기행을 일삼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주님과 함께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을 직시하고 실천함으로써 ‘지금 이 자리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며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이었을 뿐이고, 그 깨달음의 삶의 이야기가 바로 사도행전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가 주님을 우리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갈 때, 주님께서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신비로운 방법으로 우리 삶의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주심을 믿는 깨달음이 진정 우리에게 있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 거창한 것을 추구하려 하지 말고, 언제나 주님과 함께 주님의 관점으로 ‘지금 이 자리’를 직시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것을 묵묵히 실천하십시다. 하나님의 공의를 외치기 전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주님의 뜻을 좇고 있지는 않다면, 우리 자신이 먼저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주님의 말씀을 좇으십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외치는 하나님의 공의는 공허한 공기의 진동으로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사회정의를 외치기 전에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을 외면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먼저 사랑하십시다. 그러지 않는다면, 내가 외치는 사회정의는 한낱 무의미한 정치구호나 정치선동으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서’ 좇아야할 주님의 말씀을 좇으면서 사랑해야할 사람을 사랑한다면, 우리의 삶이 곧 이 시대를 위한 사도행전이 될 것입니다. 깨달아야할 것을 바르게 깨달은 우리의 삶을 통해 주님의 뜻이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질 것이요, 또 우리 삶의 결과를 주님께서 온전히 책임져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내가 단지 주님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천지를 창조하시고 죽음을 깨트리신 주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시고 내 삶의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주심을, 이 시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귀한 깨달음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주님과 함께 주님의 관점으로 ‘지금 이 자리를’ 직시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언정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행하여야할 일을 묵묵하게 행하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의 뜻이 ‘나중에 저 자리에서’가 아니라,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삶을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짐을 늘 기억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사도행전은 유별난 사람들의 유별난 기록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주님의 관점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행하여야 할 것을 직시하고 실천한 사람들의 행적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지금 이 자리에서’ 행하여야할 것을 행하는 나의 삶 역시 이 시대를 위한 사도행전이 됨을 잊지 말게 도와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