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착한 여행’이란 게 있다. 공식적으로 언론에서 불리는 이름은 ‘공정 여행’이다. 이게 최근 국내 여행업계에 잔잔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현지 생산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 생산품을 사오는 걸 ‘공정 무역’이라고 하는데. 공정 관광은 어떤 개념일까.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왜 초호화 리조트가 있는 몰디브나 발리의 현지인들은 가난할까.’ ‘우리가 여행지에서 쓰는 돈을 다국적 호텔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몫으로 돌려줄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올여름 다양한 공정여행 상품을 내놨다.

그 예를 들어볼까. 중국 윈난 성에 다녀온 국제민주연대는 이번 여름엔 몇 가지 여행상품을 내놨다. 이 중 하나는 8박9일 동안 168만 원에 중국 윈난 성 소수민족을 체험하는 여행상품이다. 대중교통보다는 말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하고, 소수민족마을 주민들과 밤새 잔치도 벌인다. 한편 또 다른 단체인 브리지는 ‘착한 여행 메콩 강 시리즈’라는 여행상품을 내놨는데, 5박7일 동안 145만 원에 베트남을 여행하는 것이다. 소수민족 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수공예품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내 코스도 있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제주 올레가 있다. ‘올레’가 제주말로 ‘골목’이라고 하지? '개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길을 걸으며 여행하는 것'이라 하겠다. 제주 올레 관광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제주 관광이 19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그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호텔을 짓는다고 경관 좋은 곳을 마구 파괴하고 함부로 아스팔트길을 마구 내 제주의 자연을 망가뜨린 것이다. 게다가 관광으로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인가? 제주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들은 그저 땅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라는 이야기이다.

관광지에 있는 분들, 관광 특수기인데도 돈 만지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크다. 제가 직장 생활할 때, 일전에 강원도 영동지방의 모 도시로 발령받아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여름철은 영동권으로 향하는 모든 길이 인산인해 차산차해였다. 바닷가도 그랬다. 그러나 시내 시장이나 음식점은 썰렁했다. 왜 이럴까. 바가지 걱정도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콘도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한다는 점. 이게 크다. 먹는 거, 자는 거, 노는 거. 다 거기서 해결한다. 이 콘도, 어디서 운영하나.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에서 운영한다. 그래서 여름 지나면 한 철 긁어모은 현금은 영동권에 남는 게 아니라 트럭에 실린 채 백두대간을 넘어 서울로 간다.

강원도 영동권 주민만의 일은 아니다. 발리나 사이판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 가 보면 어마어마한 일본 자본의 투자로 지어진 호텔이나 관광 시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일본의 배만 부르게 할 뿐이고 실제 그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네팔의 짐꾼들이 우리 돈 4천~5천 원 받고 해발 4000~5000 m를 무거운 등산객들의 짐을 지고 나르는 동안,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대자연의 나무를 베어 연료를 때는 호텔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게 관광의 현실”이라는 통렬한 비판 기사 내용은 우리 시대 관광 문화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즐기고 쉬기 바쁜 여행객들, 이젠 현지인에게 도움 주는 여행 방법을 찾을 때가 아닌가 싶다. 몇 가지 방책이 제시되고 있다.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 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있다.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청소부 요리사, 운전사, 짐꾼, 호텔 안내원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인권을 무시하지 않는 공정한 숙소와 여행사를 선택한다면 그야말로 인권 존중을 실현하는 공정 여행에 해당한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호텔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음식점, 가이드, 교통 시설을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세계의 관광 산업은 매년 10%씩 성장하지만 관광의 경제적 이익 대부분은 G7 국가에 속한 다국적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이란 제목의 조언도 있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두 가지만 소개하겠다. 첫 번째, 코끼리 공연 안 보기이다. 코끼리 쇼를 위해 동물들을 길들이는 방식이 너무도 잔혹하다. 수많은 코끼리들이 죽거나 다치고 정신착란에 빠진다고 한다. 두 번째, 성매매 하지 않는 여행이다. 카를알브레히트이멜 씨가 쓴 책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의하면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관광객들의 성 노리개로 학대받고 있다고 한다. 스리랑카 학생 100명에 물었더니 86명이 첫 성경험을 12~13살 사이에 외국 여행객과 가졌다고 답했다고 한다.

요컨대 ‘함께 사는 세상, 서로를 배려하는, 생각하는 여행’이 되자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