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은 64주년 광복절입니다. 이 날은 우리 민족이 일본에게 36년간 나라를 빼앗기고 종노릇하다가 해방된 날입니다. 우리는 일년 삼백육십오일 일본의 식민지시대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특별히 8월에는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나아가 8월은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달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는 외적에게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기억하는 일이 고통스럽더라도, 가물거리는 기억의 촛불을 밝혀 역사의 어두운 무대 한 켠에 켜켜이 쌓여 있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일제의 만행을 비춰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 선조들을 강제 징집해서 강제 노역을 시켰을 뿐 아니라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사용했던 일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어머니들과 누이들을 정신대로 끌고 다니고, 그것도 부족해서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유린했던 일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말의 사용금지는 물론이고 우리의 이름조차 갖지 못하게 했던 일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하늘을 쳐다보는 민족에게는 희망이 있다 해서 연조차 날리지 못하게 했던 그들의 만행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독립기념관에 ‘한국인 학살관’, ‘생체실험관’, ‘언어말살관’, ‘정신대참상관' 이런 전시관들을 보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을 청소년들의 의무견학장소로 만들어서 우리의 후손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소로 삼아야 합니다.

예루살렘에 가면 ‘유대인학살 기념관’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여기에 끔찍한 독일의 만행과 그 만행에 희생되었던 자신들의 수치를 고스란히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처형된 유대인들을 나라별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한 나라에 한 기둥 씩 세워 놓고 거기에 희생된 유대인들의 숫자를 기록해 놓았습니다. 또 어린이 희생관에는 실내를 어둡게 하고 수많은 대형 유리들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거기에 촛불을 켜 놓고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나치에 의해 비참하게 죽어간 백이십만 명의 유대 어린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씩 부릅니다.

그밖에 수많은 참혹한 처형기구, 잔혹한 처형장면, 학살현장을 담은 사진들과 증거물들을 수집해 놓았습니다. 한마디로 유대인학살기념관은 유대인들이 당한 수치를 한 곳에 총집결시켜 놓은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수치, 없애 버리고 싶은 수치, 끔찍해서 눈감아 버리고 싶은 수치를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전시실 중간 쯤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망각은 포로상태로 인도하고, 기억은 구원의 비밀이다"(Forgetfulness leads to exile, while remembrance is the secret of redemption) 독일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까지 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은 이와같이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해 일본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과거의 수치와 치욕을 잊기를 잘하고, 일본 상품과 일본 음식과 일본 문화를 추종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들이 경멸하는 것입니다. 왜 우리가 일본의 만행을 기억해야 합니까? 그들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을 불태우기 위함이 아닙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 내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는 이러한 수치를 당치 않도록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기억은 칼을 쥐지 못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무기입니다. 기억은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폭력으로 맞서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무기입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밀림에서는 정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힘있는 자들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군림합니다. 힘없는 자들은 힘있는 자들 밑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죽지 못해 살아갑니다.

그런 정글의 삶이 되어서는 이 나라에 소망이 없습니다. 그런 나라에 애착을 가질 백성은 없습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국력은 자연스럽게 약해집니다. 그러면 또 다시 외부의 힘에 나라를 잃게 되는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백성들이 애착을 갖고 죽기 살기로 지켜 낼만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정글의 법칙이 관통하는 사회가 아니라, 정의의 법칙이 살아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 나라는 사자와 양이 더불어 사는 나라입니다.

기득권층들은 사회에 혜택을 많이 받은 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더 많이 감당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기득권층들의 보살핌과 섬김을 받는 나라입니다. 소위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명박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가 잘못되었고 시급히 돌이켜야 합니다. 지금 현 정부는 가진 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서민들에게 그 짐을 고스란히 안기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을 내팽개쳐 버렸습니다. 노사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스스로 기업프랜드리 정부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이 아니요, 이것은 절대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이 아닙니다. 이렇게 나가면 이 나라에 소망이 없습니다. 하루 속히 이런 잘못된 정책기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이 땅의 백성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이 정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올바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금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고, 사회정의가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모든 백성들에게 주어진 책무입니다. 이 책무를 감당하는 백성들이야말로 자유로운 조국의 나라에서 살 자격이 있는 자들입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