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의 문제입니다 View: 9
Date : 2009-08-23 Name : 이만규 목사

우리 집에는 목이 부러진 선풍기가 한 대 있습니다. 높이 세워서 좌우로 회전하면서 거실 전체를 시원하게 바람을 부처 주는 요긴한 선풍기인데 오래되고 낡았지만 여름이면 아주 유용한 생활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선풍기가 몇 년 전에 그만 목이 부러졌습니다. 그래서 바람을 보내는 부분인 머리가 축 늘어지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습니다. 그래도 돌아가는 것이나 바람을 부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바람의 방향이 늘 바로 앞으로만 향하게 되니 선풍기 바로 앞에만 바람을 보냅니다. 고개를 들고 좌우로 회전하며 집안 거실 곳곳에 바람을 보내던 그 당당함은 옛날이고, 늘 고개를 숙이고 겨우 바로 앞에만 바람을 부처 줄 뿐입니다. 할 수 없어서 부러진 목에다가 지지대를 대고 붙잡아 매니 고개는 번쩍 들었지만 좌우 회전이 불가하게 되어서 이젠 사람 따라 바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 따라 사람이 가야하는 형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한 방향으로는 씽씽 신나게 바람을 보내니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이 너무 커서 가능하면 선풍기로 더위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고장 난 선풍기만으로는 이번 여름에도 조금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선풍기의 역할은 바람을 부처주는 것이고 아무리 바람을 잘 부처줘도 방향이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저는 사람이 앉는 방향이나 처한 위치의 중요성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전능자가 아니기 때문에 역사나 환경이 우리 인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적극적으로 역사와 환경의 방향을 잘 따라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햇빛의 반대 방향에 앉아서는 찬란한 햇빛을 바라 볼 수 없고 음지에 앉아서 따스한 햇빛을 쬐일 수 없습니다. 빛으로 나와야 빛을 볼 수 있고 바람부는 방향으로 앉아야 바람을 쏘일 수 있습니다. 은혜의 자리에 나와야 은혜를 받을 수 있고 축복의 빛 안으로 들어와야 축복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은 교회로 나와야 하고 회사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은 회사로 나가야 합니다. 내가 필요하면 미국이든 영국이든 내가 찾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만사를 자기중심으로 보는 아집에서 자유로워야 함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든 문제를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습니다. 요행이나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자기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형통하지 않는 자기 삶에 대하여 불만스러워 합니다. 방향을 바꾸고 위치를 바로 해야 합니다. 가야할 곳은 가고, 피할 곳은 피하고, 앉아야 할 곳에 바로 앉아야 합니다. 선풍기 바람 뿐 아니라 축복의 바람도, 성공의 바람도 방향이 맞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축복도 하나님을 향한 우리 마음과 삶의 방향이 맞아야 하고 기도 응답도 방향이 맞아야 합니다. 인생을 헛수고 하는 것은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방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하는 삶에도 문제가 있지만 자기 생각대로 자기 고집, 자기 소견대로 인생을 살아가려는 고집도 역시 문제입니다. 그건 신념이 아니라 고집이며 고집은 방황입니다. 이젠 그만 방향을 바로 잡고 자신이 서야할 위치를 바로 정하십시오. 나이 어릴 때야 방황할 수도 있지만 이제 나이 들어 어른이 되어 인생을 책임져야 할 때인데도 아직도 방황한다면 큰일입니다. 생각을 고치고, 말을 고치고, 행동을 고처서 자신의 자리를 다시 세팅하고 위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아침에는 동쪽이 햇빛의 방향이지만 저녁에는 서쪽이 햇빛이 비치는 방향입니다. 하루 종일 동쪽만 바라보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내 소중한 인생에 햇빛이 비취기를 원한다면 햇빛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십시오. 인생은 능력의 문제 보다 방향의 문제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