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굿 뉴스'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인동초(忍冬草)는 추운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잘 참고, 잘 견뎌 빨간 잎으로 살아남았다가 봄이 오면 하얀 꽃을 피워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넝쿨입니다. 그렇게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식물은 아니지만 추위를 잘 견디어 내며 쉽게 얼어 죽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

인동초는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낮은 곳에서 쉽게 밟혀 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향기도 있어서 환영받을 만한 매력이 있고, 병든 사람들은 약으로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인동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것은 모진 질고의 엄동설한도 잘 이겨낸 인동초가 이제는 천명을 다했다는 사실 앞에 애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인동초(忍冬草)라는 이름이 스스로 좋아서 부르신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장으로 모시며 애도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끈질기게 버티고 견디며 인동초와 같은 삶을 살아오신 분을 더 이상 뵙지 못하게 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온 국민들이 후광선생의 가신 길에 인동초 넝쿨로 하늘다리를 놓아드려서 그 나라까지 편안히 당도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세계의 최빈국 식민국가의 가난한 동네 하의도 섬마을에서 자유와 빵이 부족한 백성들과 함께 살면서 가난의 문제해결과 조국의 자유 독립과 번영과 민주화와 남북화해를 위해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빵과 자유를 배부르게 먹으면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꿈을 이루고 민주주의도 선진국 수준으로 충분하게 누리게 된 것을 감사하며, 기뻐하며 눈을 감으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훌륭한 지도자를 보내는 슬픔 속에서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인간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쓰임 받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역사의 진보와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에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갖게 되기도 했지만, 세계 1차, 2차 대전을 통해 경험하였듯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완전한 평화와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분명 흐르는 시간과 펼쳐진 공간에서 살아가는 역사적 존재이자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하나님만이 만물의 창조주이며, 통치자이시고, 완성자이십니다. 또한 역사의 주관자로서 만유구원을 계획하시고 그것을 축으로 삼으셔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십니다. 간혹 인류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할 때는 역사의 진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 갖게 되는 역사관은 희망적인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우선적인 과제로 중시하는 사람들과 민주화를 선결과제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갈등과 투쟁의 역사를 걸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故 김대중 대통령을 보내드리는 국장을 계기로 하여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화해와 화합으로 하나가 되어 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창출해 나가야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통합으로 우리 민족의 주요 역사적 과제인 통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인동초의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다 값진 것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경제대국이 되었고, 민주주의가 세워지고 성숙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자신의 전 생애를 아낌없이 드렸던 수많은 분들의 노고와 삶을 생각하면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듭니다.

금번 故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위에 임하도록 사회 전 분야에서 지도자들이 헌신하여 발전과 성숙을 더해가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덕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