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주 연속하여 두 분 목사님의 죽음과 대면해야 했습니다. 한 분은 친한 친구요 장신대 신대원 동기였던 C목사님의 죽음이었고 또 한 분은 우리 노회에 소속된 젊은 목사님으로 내가 위임식 설교를 하며 S교회에 위임을 시켰던 40대 후반의 전도(前途)가 창창한 젊은 목사 K의 죽음이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가는(왕상 2:2) 지극히 정상적인 길이 죽음의 길이지만 이분들의 죽음의 길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런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친구 C목사는 명문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생 선교회(C.C.C) 간사로 활동하다가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된 아주 유능한 친구였지만 목회현장에서 끊임없는 갈등으로 시달리다가 쓰러져 수년간을 투병하면서 그 병약한 몸으로 다시 군 선교를 위해 힘겹게 사역하시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갑자기 세상을 뜨셨고, 젊은 K목사는 평소에 심장병을 앓으면서도 아내 외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외로운 투병을 하면서 목회를 하던 분으로 갑자기 심장의 마비를 일으켜 미처 손 쓸 기회도 없이 황급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제가 호주를 다녀와서 인천공항에 내려 전화기를 켰을 때 처음으로 들어온 메시지가 바로 이분의 별세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생명이 떠난 친구의 남은 육신이 한 겹 한 겹 수의(壽衣)에 싸여 입관되는 현장에 참여하면서, 또 기쁨의 위임식 설교를 했던 그 강단에서 다시 K목사의 슬픔의 고별예식 설교를 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심각한 혼란을 경험했습니다.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던 애지중지했던 사랑하는 이를 수의에 싸서 꽁꽁 묶어 관에 넣는 입관 과정을 지켜보면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숨죽여 울먹이던 그의 아내와 아들‧딸을 보면서, 관에 담긴 채 사랑하는 가족과 몸 바쳐 섬겼던 교회와 성도들의 오열에도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하며 묵묵히 영구차에 실려 정든 교회를 떠나는 그의 마지막 길을 보면서 저는 자꾸만 제 자신이 마치 그 장례의 주인공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나 때문에 울어야 할 가족들과 성도들, 그리고 내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나의 삶을 평가할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 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고 교정(矯正)될 수 없는 그 마지막 순간에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새겨질 나의 그 마지막 순간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절대 절망의 슬픔의 현장에서도 그들을 위로할 한 가닥 빛을 생각했습니다. 가족이 되어 삶을 함께하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버린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하는 이 거역할 수 없는 슬픈 현실 앞에서 오열하는 그 가족에게, 존경하며 따르고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 절망의 순간에도 든든히 붙잡을 수 있는 그들의 위로를 생각했습니다.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도록 그들을 위로할 그 위로가 무엇일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눈물을 씻어 줄 그 위로는 그의 약력에 길게 쓰여 있는 화려한 명예도, 창고 가득한 그들의 유물이나 유산도 아닐 것입니다.

진실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그의 진실한 삶일 것입니다. “그는 나의 이런 남편이었다”라고, “그는 우리의 이런 아버지였다”라고, “그는 우리의 이런 목자였다”라고 하는 그의 자랑스러운 삶, “나는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이런 분을 남편으로, 이런 분을 나의 아버지로, 친구로, 그의 교인으로 살았다”라는 부끄럽지 않은 그의 삶이 가장 큰 위로 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잠시 동안이었지만 이런 좋은 분과 함께 했었다”라는 자랑스러움이 바로 위로일 것입니다.

우린 모두 언젠가는 이 땅을 떠납니다. 그리고 한 번씩은 다 장례식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리고 사랑하며 살았던 이들의 슬픔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마지막 순간에도 나를 보내는 이들을 위로할 아름다운 삶의 흔적입니다. 내가 이 땅을 떠날 때 나와 삶을 나누었던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가를 생각 합니다. 아쉬움만이 아닌 가슴 뿌듯하게 남겨줄 진정한 위로를 생각 합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행복한 동행자였음이 자랑스러운 그런 위로를 남기는 삶이기를 바랍니다. 나의 삶이 가족과 친지들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