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진보-보수 양대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는 기독교계 뉴라이트 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이 주최한 '한국교회 연합기관(한기총, KNCC 등 ) 이대로 좋은 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정익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교회가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으면 KNCC는 더욱 진보 쪽으로 가고 한기총은 더욱 보수 쪽으로 치우칠 개연성이 커진다"고 우려하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가 영적인 권위를 가지고 한국교회의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 목사는 그 방안으로 즉각적인 양 기관의 통합 선언을 제시했다. 이것이 어렵다면, '한 지붕 두 체제'라는 과도기를 거쳐 완전한 통합을 이루는 방안도 차선책으로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 3안으로는 KNCC와 한기총을 모두 해체하고 원점에서 새로운 연합기구를 탄생시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정익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할 연합기관의 개혁 방안으로 △ 연합기관 대표회장의 임기(중임 가능) 3년 명시 △ 원로의 호선에 의한 선출 방식 채택 △ 부회장단은 회원 교단 현직 총회장의 당연직 임명 △ 사회정책, 선교, 봉사, 교육 등의 분야로 사무조직 구성 등을 제시했다.

또한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로 ▲자격 없는 신학교와 목사안수 ▲군소 교단의 통합 ▲성직자 납세 ▲해외선교의 난맥상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갈등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인권을 연계시키는 문제 등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정익 목사의 발제문.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나아갈 방향

1.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와 교회갱신의 절박성

요즈음 한국교회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특별히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이후 교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매우 커졌을 뿐만 아니라 안티기독교 운동까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가톨릭교회는 약 60%의 교인수가 증가했지만 기독교는 14만 명이나 감소하여 개신교는 이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초대형 교회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간의 갈등, 교회가 사회를 바르게 이끌 역량의 부족 등이 중첩되어 교회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고 그 결과 한국 교회가 부정적 인식의 격랑에 휩싸이게 되었고 전도의 길까지 막히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이러한 국면을 전환시켜 교회가 다시 우리민족의 희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자기갱신에 앞장서야 한다.

교회갱신이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가 영적인 권위를 가지고 한국교회의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치 청와대가 한국사회의 개혁을 주도하듯이 이 연합기구가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NCC와 한기총이 나뉘어져 있는 상황 하에서는 근본적인 교회개혁은 불가능하다. NCC는 최근 진보진영의 퇴조 경향과 맞물려 교회적, 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저하되어 있는 상태이고 한기총은 영적인 권위와 지도력을 갖추지 못하여 한국교회 전체를 제대로 아우르고 이끌어 갈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 교회와 사회로부터 교회갱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수준의 전면적인 개혁을 해야 할 때이다. 부분적으로 고치고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가 없다. 그리고 교회개혁 작업은 연합기구 개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된다. 연합기구가 바르게 되어야 그 연합기구가 한국교회 개혁의 산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NCC와 한기총의 이원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의 연합기구가 NCC와 한기총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으면 NCC는 더욱 진보 쪽으로 가고 한기총은 더욱 보수 쪽으로 치우칠 개연성이 커진다. 그리고 양쪽의 움직임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대다수의 양식 있는 교회들은 어느 쪽에도 참여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는 어느 쪽도 교회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교회가 한국사회 속에서 발언권을 획득하려면 빠른 시간 내에 교회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가 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이 연합기구가 영적인 권위를 가지고 한국교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한국교회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연합기구를 통합하는 방안은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NCC와 한기총이 만나 양기구의 통합을 결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큐메니칼 전통과 복음주의 전통을 조화롭게 계승하는 통합을 이루는 일이다. 그동안 한목협이 한기총과 NCC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 왔고 양측 합의하에 통합을 이루는 로드맵까지 작성하여 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이제는 어렵게 이끌어낸 합의조차도 유명무실해질 처지에 놓여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앞으로 NCC와 한기총이 통합에 성공하려면 양 기구 공히 자기부정의 희생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많다.

차선으로 전체적인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과도기적으로 한 지붕 두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번에 한 체제를 이루어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가 어렵다면 상당기간 동안 한 지붕 두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사안별로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피할 수 있고 부활절 연합예배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 기구의 접근은 한국 교계와 사회에 상당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완전 통합을 선언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개혁적인 방안으로 NCC도 한기총도 해체하고 새로운 연합기구를 한국교회가 탄생시키는 길이 있다. 지금의 한기총이나 NCC가 갖는 여러가지 제약과 한계가 많기 때문에 “새 술은 새 부대엽 라는 말처럼 원점에서부터 연합기구를 새롭게 태동시킬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이 성립되려면 최소한 다음의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이미 교단장 협의회나 한목협과 같은 조직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직들이 새 연합기구를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각 교단이 총회에서 하나의 연합기관을 만드는 일을 결의하고 교섭대표를 선출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이와 동시에 통합을 촉구하는 여론이 교계 내에서 크게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NCC와 한기총 등 기존단체의 저항을 이겨내고 통합을 성취할 수 있다.

이도 저도 안 될 때 마지막으로 강구할 수 있는 방법은 한기총의 개혁으로 실마리를 풀어가는 일이다. 이미 한기총 내에 기구개혁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한기총 기구개혁 논의는 작년 말 대표회장 선거에서 불거진 문제점에 대한 예장 합동 측의 불만표출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 논의는 그 정도의 수준에 머물지 말고 이번 기회에 한기총을 어떻게 개혁해야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를 포괄하는 새로운 연합기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감, 기장, 성공회 등 비가입 교단들을 영입할 수 있는 조건까지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한기총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재창립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구개혁을 해야 한다.

3. 어떻게 하면 강력한 연합기구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 한국교회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연합기구는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고 동원해 낼 수 있는 권위 있는 연합기구이다. 그러려면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영적인 지도자가 대표가 되어야 하고, 모든 교계 지도자들의 동의하에 대표가 뽑혀져야 하고 또 그 연합기구가 교회의 바른 목소리를 정확하게 대변해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체제가 되어야 한다.

첫째,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은 임기가 3년은 되어야 하고 중임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지금의 한기총과 같이 1년 임기에 비상임으로 하는 대표회장 체제로는 막중한 한국교회의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없다. 한기총의 경우는 대표회장이 한기총의 상황을 파악하여 일할 만큼 되면 임기가 종료되는 형편이다. 이 같은 체제 하에서는 한국교회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의 한기총 대표회장직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명예직으로 되어 있다. 새로운 연합기구의 대표는 일하는 자리여야 하고 한국교회의 개혁을 수행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방법도 전면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방식은 최악의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는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이제는 명백해졌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지도자(또는 교계원로회)들이 모여 교계에서 덕망 있는 지도자 중의 한 분을 대표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선출과정에서 영적인 권위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으면서 지도자를 뽑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방식으로 대표회장을 뽑게 되면 그 대표회장은 명실상부하게 한국교회를 대표하게 되어 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뿐 아니라 전 한국교회가 인정하는 권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 연합기구가 무슨 결정을 하면 그 결정은 곧바로 한국교회 전체의 결정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셋째 연합기구의 부회장은 주요 교단의 현직 총회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 연합기구가 실질적으로 모든 교단의 연합체가 되고, 영적 권위와 조직적 힘을 다 같이 갖는 기구가 될 것이다.

넷째 연합기구의 사무국도 사회정책, 선교, 봉사, 교육 등 각 분야별로 전문성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산하에 별도기구로 사회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원까지 두어 새 연합기구의 정책능력이 최대한으로 신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표가 대 사회적인 발언을 할 때에는 대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발언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정책협의를 거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발언이 되어야 한다.

넷째 새 연합기구의 상임위원회는 지금의 한기총 보다는 지금의 NCC의 기구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한기총처럼 십 여개가 넘는 상임위원회가 난립되어 있고 위원회가 모여도 몇 사람밖에 모이지 않는 방식으로는 권위 있는 결정을 도출해 낼 수도 실행할 수도 없게 된다. 신앙과 직제, 선교, 교육, 교회와 사회, 남북문제 등 5-6개 위원회로 크게 나누고 그 산하에 분과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4. 한기총은 어떻게 바뀌어져야 하나 ?

NCC와 한기총이 하나되는 것이 불가능하고 새 연합기구를 만드는 일도 끝내 불가능하다면 한기총이 대신 새 연합기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때에는 새 연합기구와 똑같은 방식으로 한기총의 구성이 바뀌어져야 한다. 그래서 3년 임기의 전임 대표회장을 선임하고 적어도 다음과 같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로 한기총은 보수교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복음주의 전통만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에큐메니칼 전통도 계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둘째로 한기총은 한국교회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자격 없는 신학교 문제, 자격 없는 목사안수 문제 등 한국교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각종 문제들을 걸러내고 잇슈화 해서 이를 개혁해 나가는 일을 주도해야 한다. 과도하게 배출되는 신학교의 신학생 숫자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각 교단과 조율할 수 있어야 하고 군소교단의 통합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성직자 납세문제도 한기총이 결론을 내야 한다. 해외선교의 난맥상 문제,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간의 갈등문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인권을 연계시키는 문제, 기독학생 운동 활성화 문제, 최근 모 공중파 방송이 제기한 대형교회들의 문제점들, 담임목사 세습 문제 등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총의를 묻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개 교회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모든 한국교회의 문제들이 전부 한기총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로 한기총의 관심사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기총은 전시용 행사에 급급하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교회가 진실로 교회답게 되도록 선교, 교육, 봉사, 사회정책, 여성, 평신도, 청년, 문화 등 각 분야가 새로워지는 일, 한국정부가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예언자적 발언을 하는 일,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일 등에 열심을 내어야 한다.

넷째로 한기총은 때로는 강력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집회를 집행하며 사업을 펼치고 의사를 표출하여야 하지만 한국교회의 의견을 모으는 일을 더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모든 통계를 집약하고 추진하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통합하여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5. <결론>

지금은 한국교회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는 때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교회 전체를 아우르면서 교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연합기구의 끊임없는 개혁 작업과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고 아우르는 운동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또 연합기구가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기구들, 교회, NGO가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만들고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또 연합기구는 보수와 진보,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만나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도록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래서 갈라진 사람들이 다시 만나 대화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화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기구적인 통합만을 추구한다면 한국교회가 하나 되고 연합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선(大選) 전에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각을 세우고 대립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보수와 진보가 하나 되고 연합하는 운동이 성공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