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요?

‘손 씻기’ 얘기를 해보려 한다. 요즘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손씻기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지? 손 씻기는 신종 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각종 세균, 바이러스성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과거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는데, 이젠 미덕을 넘어 생존을 위한 생활 필수 원칙이 돼 버렸다. ‘손 씻기’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에서도 이 손 씻기 운동이 정식 의제로 채택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었다.

MC: 세계정상회의에서 ‘손 씻기’ 캠페인까지 논의한다는 얘기군요. 이게 세계적인 문제였나 보군요.

해마다 설사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개도국 사람만도 100만명에 달해 비누로 손을 잘 씻어도 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가장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질병통제센터도 몇년 전 용변 후 '손씻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손을 씻지 않는 것을 '건강을 해치는 공적'으로 치부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는지를 환기시켜 주는 감지시스템이 개발된 것도 이 때였다.

MC: 사람의 손에는 보통 6만여마리의 세균이 있다고 하는데 이 세균들이 전염병의 최다 이동경로가 되고 있다는 얘기군요.

영국에서 작년에 시민 409명의 손을 조사했더니 28%에서 장구균, 대장균, 판토에아균 등 대·소변과 관련된 세균들이 득시글거렸다고 한다. 식중독, 세균성 이질, A형 간염은 손에 묻은 세균이 입으로 들어가 발생한다. 따라서 손씻기는 질병예방의 첫 단계인 셈이다. 효과를 입증할 사례 한 가지 더 소개하겠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손 씻기 캠페인을 벌인 결과 항생제 내성 장내세균 검출 건수가 지난해 한 달 평균 90여건에서 40여건으로 줄었다. 병원 감염 위험이 절반 아래로 줄어든 것이다. 병원 안팎에선 “기적 같다”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MC: 손 씻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헝가리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시기는 19세기였다. 당시만 해도 유럽에선 출산하다가 산욕열에 시달려 죽은 산모가 꽤 많았다고 한다. 5명 중 1명꼴로 사망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고 한다. ‘왜 이럴까’ 의사들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헝가리 의사 제멜바이스는 병원의 의료진에게 손을 씻도록 요구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산욕열 발생률이 2년 동안 10분의 1로 격감한 것이다. 그러나 제멜바이스는 주변 의사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네가 그렇게 잘났어?’ 이런 질시를 받은 것이다. 결국 제말바이스는 그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추방당하고 정신병원에서 숨지는 비참한 말로를 만났다.

MC: 과거 선조들의 지혜에서도 ‘손 씻기’의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죠?

소학(小學) 명륜(明倫)편을 보면, 가다듬어야 할 몸가짐을 세세히 가르친다. 부모나 시부모 계신 곳에서 구역질, 트림, 재채기, 기침하지 말고 가래침을 뱉거나 코 풀지 말라고 했다. ‘예의를 잃지 말라’는 뜻이지만 개인 위생도 철저히 하라는 뜻이다. 유태인의 경전이다시피 한 ‘탈무드’에는 손 씻는 것을 신과 만나는 신성한 행위로 여겨 삼가 지키라고 엄명한다고. 사실 한 때 전 유럽과 아시아를 뒤덮던 흑사병이 유태인만은 빗겨갔던 이유도 손 씻는 전통, 생활 습관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MC: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가요?

얼마전에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조선일보 취재팀이 며칠 전 한 시간 동안 서울시청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시민 204명을 관찰했더니 손을 씻지 않는 이가 10명 중 4명꼴이었다고 한다. 비누로 20초 넘게 꼼꼼히 씻고 말린 사람은 10명 중 고작 3명이었다고 하고.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재채기나 기침을 한 뒤 손을 씻는 경우가 미국은 30%가 넘지만 우리는 10%에 그친다고 한다. '손 안 씻는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는 이야기이다.

MC: 다시 한 번 제대로 손 씻는 법, 상기시켜주셨으면 합니다.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을 비누나 세정제로 빠짐없이 닦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는 시간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몇년 전부터 "하루 8차례, 한 차례에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1830 운동'을 펴고 있다. 손 씻는 시간이 10초가 안 되면 세균이 씻기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손에서 3시간 이상 활동하므로 하루에 적어도 8차례는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손을 말리지 않으면 헛수고다. 젖은 손은 물기를 없앤 손보다 500배 많은 세균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