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제대한 군인이 제일 꾸기 싫어하는 꿈이 있다. 부대에 복귀하는 꿈이다. 그런데 자청해서 군으로 들어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대졸자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되자 하사관으로 재입대하는 경우도 크게 는다는 이야기이다. 진해 해군사령부 연병장에서 거행된 부사관 제224기 임관식. 이날 하사 계급장을 단 4명 중 1명은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가 임관한 이들이었다. 해군에 따르면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 사람이 지난해의 배가량 된다고 한다. (참고로 부사관은 옛날엔 하사관·하사, 중사, 상사, 원사로 불리던 사람들이다.)

이처럼 중위에서 하사로, 대위에서 중사로 계급을 낮춰서 재입대하는 경우는 갈수록 늘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중사 재입대는 2007년 11명에서 2008년 19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월 말 현재 10명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사 재입대는 2007년 6명, 2008년 8명이었고 올해는 1월 현재 3명이라고 한다.

계급에 죽고 계급에 산다는 군대에서 왜 이런 현상이 늘어날까. 최근 실업난 속에서 군대만큼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전역군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군도 우수인력을 확충할 좋은 기회인만큼 적극 임용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장교출신 부사관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군 미필자들도 평생직장을 잡기 위해 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군대로 취업하는 미필자(예전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말뚝 박으려는 미필자’로 불렀는데)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군 미필자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부사관이 국방의무와 취업을 동시에 해결할 수는 제도로 관심을 끌었다. 10주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임관한 뒤 4년 의무복무기간을 거치면 25년까지 장기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수시 입소가 가능하고 군무원에 비해 짧은 준비기간도 취업이 다급한 예비역들을 잡아끈다.

학원 뿐 아니라 대학에는 부사관되는 학과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부사관학과나 의무부사관학과 등은 설치 대학 수는 적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가톨릭상지대학, 동우대학, 경남정보대학, 신성대학, 영남이공대학, 포항대학에 이 학과가 있던데. 얼마 전 보도를 보니까 학생들이 교육훈련단 유격교육대에서 숙영을 하며 '예비 부사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 함양을 위한 강도 높은 훈련과 병영생활을 체험했다는 소식이 있다.

미국과 대만 같이 강군을 구축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도 군인들이 전역을 미루거나 재입대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육군의 재입대 비율이 4년 전보다 20% 포인트나 상승했다고 한다. 해군과 공군의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군에 지원하는 사람 70% 가까이가 대학 졸업을 하지 못했고, 이렇다 할 전문기술이 없어 일반 직장에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복무자의 경우, 사병기준 1200~2000달러의 봉급을 받는다. 해외로 파병될 경우에는 파병수당을 지급 받고 군에서 지원하는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유일한 탈출구가 되는 셈이다. 대만도 최근 직업군인 훈련반을 증설해 2만여 명의 직업군인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전통적으로 경기불황, 청년실업이 가중되면 취업준비생들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요즘 공무원 시험, 경쟁자가 좀 많나? 부사관 쪽으로 진로를 트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성 있는 부사관으로서의 비전에 대해 관심이 없고, 생계의 방편으로 이 길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부사관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많이 만들어 놓는 것, 부사관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기성세대들에게 던져진 숙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