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며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기준, 즉 자격은 무엇일까? 문예지에 글을 발표하는 것일까? 신춘문예에서 당선되는 것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요즘은 속칭 개나 소나 다 등단할 수 있다. 요즘엔 인터넷에 글을 써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호의적 품평을 얻게 되면 그것이 바로 등단으로 통한다.

등단의 기준, 예전처럼 까다롭지 않게 된다는 얘기이다. 소설가 김영하 씨가 미래의 문학을 이렇게 예견한다. “10년 안에 신춘문예와 문학계간지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대신, 출판사의 이해와 관계없는 독립적 문학월간지나 웹진이 등장할 것이다. 더 가능성 있는 대안은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웹2.0식의 네트워크 베이스 매체일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 공간이 종이책의 영역을 대신할 것이란 이야기이다. 작가 배상문 씨는 “100권 팔린 종이책과, 수만 명이 본 인터넷 웹진 가운데 어떤 것이 더 가치 있겠나?”리고 묻는다.

이렇게 해서 등단한 작가들, 꽤 있다. 그동안 특정 인맥이나 사회적 지위 없이도 글 솜씨 하나만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작가로 인정받은 '디지털 등단'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엽기적인 그녀'의 김호식 작가, 귀여니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그놈은 멋있었다'의 저자 이윤세 작가는 처음엔 무료로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하다가 네티즌들의 인기를 얻은 케이스이다.

이게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그렇다. 아직 미국의 예이긴 하지만, 일부 인터넷 사이트들이 아마추어 작가나 인지도가 낮은 작가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문서 공유 사이트 '스크립드(Scribd.com)'는 누구나 자신이 제작한 소설이나 학술문서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e북 사이트라고 볼 수 있다. 판매 수익은 저자가 80%, 스크립드가 20%로 배분한다. 취미 삼아 글을 쓰다가 이게 ‘업’으로 아예 굳혀지는 경우가 크다는 것이다. 다.

하지만 기사 작성에 있어서 양식이 있듯, 소설 같은 문학작품에서도 일정 수준의 문장력이 요구되지 않던가.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글쓰기 지침서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라는 책도 눈길을 끈다. 앞서 언급한 배상문 씨가 쓴 것인데, “글쓰기의 본질은 글쓰기 자체에 있다"고 정의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많은 이들의 자신만의 개성 있는 문체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배상문 씨는 “꾸밈없이 정직하게 쓰면 그게 곧 당신의 문체다.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말투가 있듯이 '글투'도 있다. 그리고 대체로 말투가 곧 글투다. 글을 쓴다기보다 말을 한다는 기분으로 글을 써라. 이태준 씨도 '글짓기'가 아니라 '말 짓기'를 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제는 잘 나가는 소설가들도 인터넷 세상으로 외도하고 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소설가 김훈은 컴퓨터라고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이. 칼로 깎은 연필로 원고지에 꼬박꼬박 눌러 쓴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 김훈에게는 그저 낯선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런 김훈이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박범신도 그렇고, 황석영 공지영 이기호 정이현 공선옥 박민규 백영옥 등 원로·중견·신진 작가를 가리지 않고 글 좀 읽힌다 하는 한국의 소설가들은 줄줄이 인터넷에 자신의 소설을 올리고 있다.

명암은 있다. 이야기란 한쪽만 말하도록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역할을 바꿔 가며 주고받는 행위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현재의 기성작가의 인터넷 글 게재는, 게재의 매체가 인터넷일 뿐, 쌍방향성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공지영 씨의 경우 자신의 소설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하는 식으로 일부 쌍방향성을 구현하기도 한다. 문화평론가 김명석 씨는 말한다. “이제는 작가 중심의 일방통행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라고.

문학의 민주화라고 해야 할까? 기성 작가, 신인 작가가 인터넷이란 한 무대 위에 서는 현상, 바람직한 것일까. 신인 또 아마추어에게는 여전히 벽은 있다. “소설 창작은 일정한 교육과 수련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기성 문학가들의 목소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저 내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번 써보겠다는 아마추어적인 태도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설을 써서 반드시 먹고 살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집필에 필요한 사전 자료수집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선배 작가들의 작품을 해체하고 분석하는 훈련이 유효라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단 과정이 편했다면,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등단 때에 요구받지 않았던 인내와 고통의 시간과 비용 그 이상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글쓰기 위한 몇 가지 지침도 있다. -남의 작품을 천천히 읽는 습관을 들여라. -늘 소설을 생각하며 사물을 관찰하라. -절실한 이야기가 있을 때만 집필 나서라.-이야기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라. -긴장감 주는 이야기 꼭 배치해라.-추상적 단어 쓰지 말고 현장을 묘사해라.-인물, 이미지, 일화 등이 조화 이루게 하라. -겉멋 부린 수식어는 아니한 것만 못하다. -상징, 은유로 이야기의 층을 두껍게 하라. 이것이다. 이승우 씨가 쓴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의 한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