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조선일보에는“무례한 의원 용납 안하는 미 의회”라는 톱기사가 실리고 계속하여 이 문제에 관한 미 의회의 조처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이 미 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도중 야당인 공화당 소속 모 의원이“당신 거짓말이야!”(You Lie!)라고 소리쳤다가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같은 야당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질타를 받고 결국은 사과를 했지만 하원에서는 그에 대한 비난결의안을 통과시으며 하원 의사운영위원회는 의원행동지침을 다시 만들어 대통령관련항목을 추가하여 인신공격을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기사였습니다. 대단한 뉴스거리도 아닌데 그런걸 신문 톱기사로 실은 것을 보면 폭언과 폭거가 일상화 된 우리 국회와 너무 달라서 그것이 생소함으로 이해되어 이런 것 조차 뉴스가치(news value)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면서 미 의회 의원들이 스스로의 권위와 가치를 얼마나 중시 여기는가, 자당이나 자파의 이익보다 의회 그 자체의 권위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가를 생각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그런 무례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권위를 위함이기보다는 의회 스스로의 권위를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자당 소속 동료라도 무례한 행동으로 의회의 권위를 실추시켜서는 안된다는 자정능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무례한 행동을 스스로 자제하고 언어나 행동의 교양을 지키는 것은 상대방을 위함이기보다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언어나 행동에 대하여 신중하고 품위를 지킵니다.

사실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통하여 건강하게 생존합니다. 타의 강제적인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정결하게 하고 흠 없도록 지키는 것입니다. 흙탕물로 오염된 샘물이 다시 투명하게 맑아지는 것, 매연으로 더러워진 공기가 신선한 공기로 정화되는 것은 스스로의 정화작용 때문입니다. 그건 개인도 그렇고 공동체도 그렇습니다. 그 공동체가 건강하려면 더러움과 불의, 그리고 무례함과 불법을 스스로 정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공동체는 무능하거나 무용한 공동체가 됩니다. 스스로 정화능력을 상실한 공동체나 생명체는 결국 오염되고 썩어서 소멸되게 됩니다. 자기편이라고, 혹은 자기들의 일시적인 이익을 위한다고, 혹은 미워하는 상대방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불의를 눈감고 무례와 불법을 묵인한다면 그 공동체는 이미 생존가능성 자체가 희박해 집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목사도 장로도 ,그리고 교회 안의 어떤 조직이나 기관도 자정능력(自淨能力)이 없으면 무력해집니다. 저는 얼마 전 소위 원로들이라고 이름하는 어떤 분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적잖은 실망을 하고 지도력을 상실한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하여 심각한 염려를 하며 돌아왔습니다. 원로그룹이 오랜 경륜과 지혜로 현안 문제에 대하여 조언하는 역할은 방기하고 확인도 안 된 일들을 감정적 자기확신만 가지고 아무런 윤리적인 책임의식도 없이 감정적인 언어표출로 분위기를 오염시키고 그야말로 시정잡배(市井雜輩) 수준의 모임을 하고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여비나 받아 챙기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서글픈 마음을 가졌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때론 범죄에 빠질 수 있지만 고치고 회개하고 변화를 통한 자정능력으로 새롭게 됩니다.

 그러나 자정능력을 상실한 집단은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 시대의 염려는 절대가치를 가진 권위의 상실입니다. 그 절대가치와 객관적인 권위는 강요로 세울 수 없고 직분이나 직위의 힘으로 만들어 지지 않고 영적, 도덕적 힘으로 만들어 집니다. 참된 권위는 남을 무시함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남을 존중함으로 생기는 것입니다. 무책임한 말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하기는커녕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자정기능이 상실된 자들과 멍에를 같이 하므로 동류(同類)가 되고 아류(亞流)로 취급 됩니다. 자정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도덕성을 회복하여야 합니다. 도덕성은 자기 이(利)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義)를 따름으로 세워지는 것입니다. 자정능력(自淨能力)이 공동체의 권위를 담보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