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던 학창시절, 출출한 하교 길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은 떡볶이 번데기 다슬기 찐빵과 같은 거리 음식들 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런 추억의 간식거리들은 이제 그 자리를 대부분 패스트푸드에 내줬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있다. 바로 떡볶이다. 김치 없이 우리 음식을 얘기할 수 없듯이 떡볶이가 빠진 간식거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떡볶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이다.

한 유명 음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2년 전 서울 도곡동 경기여고 앞에 떡볶이 체인 1호점을 열었다. 처음 반응은 시원찮았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체인점 개설 문의가 급격하게 늘더니 달마다 20여곳씩 새 체인점이 생겨나고 있다. 9월 들어서는 체인점 수가 150개를 돌파했다. 국내 최대 떡볶이 전문체인으로 통하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도 올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더니 9월에는 510곳으로 늘어났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부설 떡볶이연구소는 떡볶이 관련 프랜차이즈 체인점 수가 7월 기준으로 1200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했다.

식품업계도 떡볶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떡볶이에 쓰일 고추장, 떡볶이를 간편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상품. 이렇게 새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얘기도 나온다. 편의점에 파는 유명한 쌀밥 제품이 편의점 한곳에서 하루 평균 0.9개 정도가 팔리는데, 떡볶이 상품은 0.6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만큼은 떡볶이가 밥을 위협하고 있다.

올 초부터 급격한 인기를 모으는 이유, 어디에 있을까. 지난 3월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연‘서울 떡볶이 페스티벌’이다. 당시 이틀 동안 열린 행사에는 5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았고, 행사 홈페이지에는 무려 950여만명이 방문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시 행사를 준비하면서 축제 장소가 썰렁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현장의 호응에 깜짝 놀랐다”며 “떡볶이에 대한 국민들의 애착과 관심이 상상 이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2010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 추진단’을 출범하고 내년 행사 준비에 들었다. 또 앞으로 5년 동안 떡볶이 산업 육성에 14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떡볶이가 너무 흔하고 친숙해서 그런데, 기원은 어디서부터라고 봐야 할까. 드라마에도 나왔지만, 사실 떡볶이는 본래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궁중 음식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임금이 즐겼던 궁중 떡볶이는 고기와 야채 버섯 계란지단 등을 듬뿍 넣고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양념을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과 같은 매운 맛의 떡볶이는 한참 뒤에 등장하는데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해졌다고 보면 매운 떡볶이는 당연히 그 후에 생겼을 것이다. 매운 떡볶이가 일반화되고 서민 음식으로 정착한 것은 1950년대 이후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1970년대 서울 신당동 등지에 떡볶이 집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면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매운맛’은 한국인의 입맛을 상징하지 않나. 매운맛은 혀에서 느끼지 못한다.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 네가지이다. 매운맛은 신경조직의 일부인 통각점의 자극을 통해서만 느껴진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혀가 얼얼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음식을 맵게 먹으면 위를 헐게 한다는 속설과는 달리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은 되레 위벽을 보호하고, 암 억제 효과가 있는 등 그 신비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호흡기 계통의 감염에 대한 저항 및 면역력을 높이며, 소화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심지어 우울함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캡사이신은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보고서도 여러 차례 나왔다.

매운 떡볶이의 인기가 경제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불황이나 사회적 위기 때는 맵고 자극적인 맛이 유행한다고 한다.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입맛을 당겨 섭취한 매운맛은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즐거운 통증’을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갈수록 매운맛에 중독되는 것도 이와 무관한 것 같지 않다.

떡볶이가 우리 입맛에는 맞는데 세계인들에게는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이다. 비교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 6월 농식품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 프로축구팀과 공동 개최한 떡볶이 1000인분의 시식행사에서는 인파가 몰려 추가 마련한 1000인분이 2시간 만에 동이 나기도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통계를 보면, 올들어 7월 말까지 고추장 수출량은 376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증가했다. 다만, 유럽이나 미국인들은 떡의 끈적거리는 느낌을 안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에 맞게 떡을 얇게 썰거나 질감을 달리해주는 방식의 메뉴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