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에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의에서 “기독교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WCC 제10차 총회를 2013년에 한국에서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110개국 349개교단 5억 6000명의 교인들이 가입된 세계 최대 기독교 연합기구입니다. WCC의 총회는 7년마다 순회하며 네덜란드(1948), 미국(1954), 인도(1961), 스웨덴(1968), 케냐(1975), 캐나다(1983), 호주(1991), 짐바브웨(1998), 브라질(2006)에서 열렸습니다. 아시아에서는 52년 만에 처음이고, 또 선교 120년 밖에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에서 열리게 된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총회는 그만큼 한국교회가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선교 역사상 가장 돌진적인 성장을 하면서도 모든 면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한 증거를 세계 교회가 인정한 결정이기 때문에 큰 경사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세계 교회 역사를 주관하실 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통한 세계 선교와 인류구원의 큰 계획을 섭리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하신 것을 감사드리며,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특별히 이러한 엄청난 일을 성취시킨 우리 교단의 헌신과 봉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중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만들어주신 선배 지도자들과 현재 지도자 여러분들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 앞에 인정받는 것은 짧은 120년 동안에 그동안 겪어온 민족의 고난의 역사와 더불어 온갖 풍상과 눈물, 땀, 순교의 피값을 거두는 자랑스러운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는 구한말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이 국운이 기울어질 때,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와 같은 선교사들을 통해서 복음이 전파되면서 개화의 여명을 밝히었습니다. 광혜원과 배재학당, 연희(경신)학당, 숭실, 이화, 정신 등 교육기관을 세워 새 교육 운동과 각종 사회복지 시설을 세우며 민족의 상처를 싸매고, 눈을 밝히고, 신 문화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일제강점 폭압정치가 시작되면서 민족독립운동을 주도했으며, 해방 후에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기도하면서 건국하게 되었고,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애국가를 제정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6.25전쟁을 일으킨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며 전후복구를 위해서 기독교국가와 세계기독교국제기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 땅에 나누는 일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와 연대하여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신앙으로 새마을운동과 산업화의 동력을 제공하였으며,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이루어 나가는데 공헌함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바퀴가 함께 균형 있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짧은 60여 년 동안에 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것도 기적이지만,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가 수백 년 발전해 온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것도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기존 종교들이 수천 년 자리하고 있는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극심한 충돌 없이 상생하면서 평화롭게 민족을 섬기는 종교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것도 세계인들이 볼 때 놀라운 일이요, 바람직한 현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일한 분단국가의 아픔을 안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한국교회가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3년 동안 우리 한국교회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한국과 한국교회를 세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200여개가 넘는 한국교회의 교파와 교단들이 보수, 진보 갈리지 말고 손에 손을 잡고 연합과 일치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의 성숙한 모습을 세계에 알릴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와 발전과 선교에 큰 역할을 감당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난날 올림픽 경기와 월드컵 경기 등을 통해서 국위를 선양한 것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고 세계 선교의 중심이 굳게 자리 잡는 계기를 만들어야만 할 것입니다. 기뻐하며,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립시다. 기도 많이 드리시기 바랍니다.

/덕수교회 담임목사